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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서 2020.08.10 (월)
세월은 꼭 기나긴 기찻길 같지만때론 잠깐 스쳐 간 안개 같기도 하고또랑물 하나 첨벙 건너온 것 같기도 하니내게도 노랑 파랑 무지개 떴던 날도 있었던 일이제 고희에 앉아서 꽃동네 꿈 쯤은 꾸어도 되리누가와 말하면나는 꽃처녀라 향기라 사월의 푸른 잎새라 하리누가와 책責하면용서하라 나도 참 너 같았느니라 하리저만치서 앞서가는 노을에촘촘히 꽃 편지 띄운다.(202002)
강숙려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푸른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어 보고 탐스러운 구름을양손 가득 움켜잡는 시늉을 해 본다. 캐나다의 여름은 무르익고 세상은 온통 초록빛이다.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은 마주할 때마다 경탄을 자아낸다. 대가를 요구하지 않지만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연의 혜택을 받아 누리며 신의 은총이 우리의 삶을 채우고있음을 확신한다. 순간, 주책없이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고,...
권은경
감쪽 같은 사랑 2020.08.10 (월)
COVID - 19지난 일은 잊기로 하자그럼,아예 기억조차 지워줄 게​그래서 기꺼이당신을 사랑하기로 했다당신의 배후엔바람의 뒤꿈치가 보인다찾아간 곳은푸른 물방울 위에오톨도톨수없이 많은 바벨탑이 세워진 곳사람들은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신에게 기도까지 드리며때론 춤추며 축배를 들기도 했다물론 당신도 한통속이었다​하지만 내가오직당신만 원하는 이유 하나비바람에 진달래 꽃잎젖은 목숨심장조차 떨게 하고숨마저 쉬지...
하태린
온기의 향기 2020.07.27 (월)
햇볕에 막 구워진풀밭에 누우면볼을 어지럽히는 따뜻함이 있다풀도 온몸에 볕이 좋아흥얼대는 오후어디선가 잊었던 향기가 난다시골집 아궁이에서 어른대던 불쏘시개 향기여름 산 중턱에서 뿜어 나는 나무들의 냄새배꽃 사이로 윙윙대는 벌들의 비행바닷가 섬 들 사이로 오르는 회색 물안개숲을 파고 감싸드는 열대 우림의 새 소리그리고,야생화 가득한 허브향 동산에서눈감은 실빛에너의 온기를 느낀다함께 따라와 누운입가 단내가 입술을...
김석봉
터질 거예요 2020.07.27 (월)
요즘은 며칠째 비가 내린다. 오늘도 우리의 주위를 파고드는 나쁜 놈(코로나 19) 때문에바깥 출입의 제한 속에서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늘고 있다.얼마 전에 L.A에 있는 오랜 연배 친구로부터 카톡 영상을 통해 한동안 우울증과 공황 장애진단을 받는 과정을 거쳤다는 고민과 사연을 받으면서 참으로 마음이 수수로 왔었다.모름지기 내게 주어진 생의 산수(傘壽)를 넘기고 보니 시나브로 떠나보냈던 친구와의정감 어린 추억들이 더욱 그리워진다....
권순욱
아름다운 세상 2020.07.27 (월)
7살 보미는 미술대회에서 3등에 입상하여 상금으로 100달러 수표와 트로피를 받고흥분되어 어쩔 줄 몰랐습니다.“엄마, 저 이 돈으로 새로 나온 레고 사도 되죠? 약속했잖아요.”“그래, 네가 열심히 해서 받은 상금이니 이번엔 너가 하고 싶은 것 하자. 돈이 남으면 동화책도하나 사고.”“와!”보미는 100달러라는 돈이 새로 나온 레고도 사고 동화책도 살만큼 큰 돈이라는 게 새삼 실감이나면서 내년에는 더 잘해서 꼭 1등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신순호
여름날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후새파란 이파리들이 칼날처럼 일어서하늘하늘세상 만물과 교감하고 있을 때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새벽 눈밭에새 발자국 몇 개볼우물처럼 웃고 있을 때이 세상 갓 태어난 아가의 울음소리가고요한 한밤의 정적을 깨며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을 때그대 처음 만나환상의 꽃을 피우던 자리에서그 꽃무늬 따라홀로 슬픔을 지우고 있을 때지나간 모든 것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영춘
꼬들꼬들해지기 2020.07.20 (월)
산다는 건 세상과의 혈투이지상처가 너무 아플 땐어두운 골방에 숨어피고름 흐를 때까지 눈물만 흘렸어세상과 나 사이에 벽 하나 더 만들고딱지가 앉아서야 골방을 나섰었네벽이 늘어갈수록 상처는 아물지 않아짓무른 악취에 기절하고서야숨어 울면 세상에 진다는 걸 알았어그날부터 단단해진 벽을 부수었지골방에 햇살 들고 명랑한 바람 불어오니딱지가 꼬들꼬들해지잖아새살 돋는 간지러움바로 사는 맛이지.
임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