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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놀자! 2021.07.05 (월)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가장 오래된 기억은 친구가 우리 집을 찾아와 도어 벨을 누르며, ‘친구야 놀자’라 소리쳐 나를 부르던 것이라 꼽을 수 있다. 막 사교활동을 하면서 가족 이외의 누군가와 관계를 맺던 기억이라 주체적으로 행동했던 나만의 경험이라 깊게 남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 불행히도 그날따라 난 우리 집에 놀러 온 다른 친구와 재미있게 노느라 그 친구와 놀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거절을 당한...
윤의정
조규남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생명은 눈을 띄워우주를 보게 하고보이지 않는 우주의 질서는영겁의 시간으로 감추었다헤아려야 보이는 것들과무심히 눈에 띄는 것들은끝 모르게 이름 지어 지는별 들의 속삭임 같은생소한 낱말로 흩뿌려 진다답을 찾았노라 외침의 소리는때로는 들판 너머 사라지고골짜기, 봉우리에 부딪쳐진희미한 메아리로 듣기도 한다무색 무취 무음의 공간에서시간에 감추어진 진리의 질서는앞서 간 이들의 발자국에서피땀으로...
조규남
장미의 유월 2021.07.05 (월)
강숙려 / 사)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  장미의 향기가 아름다운 것은자기만의 색을 가진 그 까닭이다.사람에게 향기를 입히고 싶은 그 까닭이다. 피어나는 장미의 유월사람들은 모두 장미가 되어 활짝 피어나고먼데 그곳에도 장미가 피고 있을지마냥 궁금한 유월은 달큰한 향기를 보낸다. 장미에 가시가 있는 까닭은하나쯤 지키고 싶은 이유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까닭이다.바라볼 수 있는 눈을 주신 신에게 감사하지 못하고내 손에 쥐고...
강숙려
김원식 /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사십여 년 전 내가 이곳 캐나다에 처음 정착 했을 때 주위 캐네디언들이 낯선 나에게 제일 먼저 묻는 말은 중국인이냐? 였습니다. 아니라고 대답하면, 그러면 일본인이냐? 라고 묻고 또 아니라고 대답하면 필리핀, 혹은 태국사람이냐? 고 물어보는 사람마다 묻는 순서가 거의 비슷비슷했습니다. 나의 국적에 대하여 더 묻기를 포기한 그들에게, 한국에서 왔노라고 대답하면 한국은...
김원식
봄날은 가고 지고 2021.06.28 (월)
안오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장독대에 따스한 햇살이 봄눈 녹 듯 녹아내린다. 봉선이 할매가 장독대에 매달려 묵은 때를 벗긴다. 유독 작은 키에 볼품없이 불룩 나온 배가 흠이지만 성격이 쾌활하고 깔끔해서 마을사람들과 잘 어울렸는데 요즈음 무슨 일인가. 볼에 심술주머니를 늘여 뜨리고 집에서만 산다. 어제만 해도 봄비가 내리는 하늘을 보며 군불을 지펴라 파스를 붙여라 영감을 들볶았다. 허기사 농군의 아내로 긴 육십 여년을 살았으니 그...
안오상
8월, 해변에서 2021.06.28 (월)
김영주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바다와 내가  단 둘이  4박 5일 동거를 한다    외로운 것이 사람 뿐이랴 외로운 것이 바다 뿐이랴  흰 종아리 펄럭이는 파도 곁에서 한 잔은 떠서 와인처럼 한 잔은 떠서 그리움처럼 나는 자꾸 바다를 마신다 흙 투성이  내 발이라도 만져보고 싶어서 파도는 저리도 달려드는데 아파라 아파라 물처럼 쓰고 싶었던  사랑 욕망 지폐 꿇어 앉히고 아름다운 밥을 먹고도 아름다운 말을...
김영주
심현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지금 나는 새로운 삶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나의 세 번째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참고가 될 만한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고 고민하는 중이다.  나의 인생을 결혼 전과 결혼 후 그리고 혼자가 된 현재로 나누어본다. 훌륭하신 부모님과 여덟 형제자매와 함께 살았던 첫 번째는 축복의 삶이었다면, 두 번째의 삶은 행복한 결혼생활이었다. 성실하고 진실했던 남편과 남매를 둔 남부럽지 않은 51년을 살았다....
심현숙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바람이 분다. 관계의 쓸쓸함이 묻어 있는 회색 바람. 바람은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의 집과 집 사이로 잦아든다. 적당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 아는 척, 척, 척.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척하는 마음도 회색이다. 회색 바람이 분다.   올해 수필 동인지 글의 주제는 ‘가장 버리고 싶은 것’이다. 몹쓸, 팬더믹 때문에 원고 마감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책상에 한 번도 앉지 못했다. 코로나...
강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