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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선교지에 나가 있다가 3월 초에 집으로 돌아왔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14일간 자가격리 (self-Isolation)를 철저히 하라고 한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키란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다. 사람들사이에 적어도 6 피트 이상 떨어져 살란다. 그렇게 7개월째 살아가고 있다. 삶이란 너와 나의 만남에서시작하는데 Covi19 는 만남의 자유를 빼앗아갔다. 삶의 진정한 멋은 열정을 쏟아 일을 할 때라했는데, 하는 일감도 빼앗겼다. 죽을 때까지 삶을 지탱해...
심정석
초혼(招魂) 2020.10.05 (월)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기어이 창가에 나앉는다숨죽은 거리, 눈익은 정적이애잔하다보고 싶다*삼도천에 재 뿌리고 자넬 보내던 날어이없게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었다이렇게 오랜 시간 자넨 돌아오지 않는데도두 손 모으고 고백해야 할 우리의 만신창이 송가(頌歌),묵은 약속으로 기다리고 있지 않느냐엎드려 쏟아내야 할 우리의 선혈같은 감사,은빛 봇물로 차오르고 있지 않느냐돌아오라이승과 저승이래야겨우 구만리한 번이라도...
백철현
흰 꽃 향기 2020.10.05 (월)
1. 숨어 피는 꽃꽃차를 마신다. 향긋한 기운이 입 안 가득 녹아 든다. 다시 한 모금 머금어 본다. '연꽃 만나고가는 바람'맛이 이러할까. 끓인 계곡 물에 꽃을 띄우고 한 소절 시구로만 가미하였으니 맛이야그저 밍밍할 밖에. 향기로 기분으로 마실 일이다.엊그제 산행 중에 오솔길에 흩뿌려진 작고 햐얀 꽃송이들을 만났다. 금세 떨어질 듯 생기 있어보여 주섬주섬 집어 올려 코끝에 대어보았다. 향기가 참 달았다. 차를 끓여보면 좋을 성싶어...
최민자
반나절의 생生 2020.10.05 (월)
압박 붕대를 감고 있는 사람들,시간은 점점 헐거워지고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우유를 먹는다헐거워진 시간들이 온몸을 탱탱하게 당긴다생의 반나절을 탱탱하게 조이던 여름, 여름의 끝 별,물고기 비늘처럼 풀어진다물푸레 나뭇잎들이 별처럼 쏟아지는 밤,꽁꽁 묶였던 몸이 나른한 오후처럼 넘어간다바닥이 보이지 않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저 지평선물속의 고기들은 다 죽어가고압박 붕대에 묶인 사람들이길 없는 길을 건너간다허공에서 잠든 길, 꽉...
이영춘
내가 지금가지 살아오면서 금년 (2020)처럼 온 세상이 혼란했던 기억은 없었다. 지난 해부터중국에서 부터 시작된 우환 폐렴(Covid-19)이라는 역병이 전 세계를 휩쓰는 까닭에 나라마다 큰어려움에 빠졌다. 미국과 카나다를 오가는 길까지 막혀버린 이때에 다행히 생활 필수품을 실은트럭들은 국경을 오갈 수 있지만 내가 속한 회사는 목재 등 건설자재를 나르는 회사인 까닭에물동량이 확 줄어들어 나는 트럭의 핸들을 잠시 놓고 지내게 되었다.그동안...
김유훈
인생 2020.09.30 (수)
삶이 힘들때마다시간아 빨리가라삶이 버거울때마다세월아 얼른 가라 말했습니다힘든고비 넘어서고무거운 삶 벗어던지며긴세월 바삐 살다보니어느새머리엔 흰서리가 내리고얼굴엔 나이테만 늘어나저물어 가는 길을쓸쓸히 걷고 있는자신과 만나게 됩니다그래도 뒤돌아보면힘은 들었지만 젊은날은 좋았고,무거운 삶이었지만내 꽃같던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언제나 갈까 하는 시간도언젠가 올까하는 시간도결국엔 오고 갔습니다시간은 기다려주는...
이봉란
담배 밭에서 2020.09.30 (수)
불 폭탄 같은 열기가 투하되는 여름 한낮.  머리에 태양을 이고 담비 밭으로 갔다. 콩밭, 옥수수 밭을 지나 담배 밭에 이르니, 얼마전만해도 작았던 담배 싹이 우뚝우뚝 내 키만큼 자랐다. 바람이 불때마다 그들은 출렁이는 초록바다가 된다.  나는 이내 태양을 지고 밭고랑으로 들어섰다. 와락 숨이 막힌다. 온통 진초록 향연. 담배는물이 오를 대로 올라 하나의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에선 세상과 담을 쌓은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박성희
시간과 수레바퀴 2020.09.30 (수)
인생은흐르는 것이 아닌 데도생명이란 표를 타면시간의 여행자가 되고 만다내 수레바퀴는어디로 굴러갈까종착지는 어딜까망각 속으로 이대로 사라져도 좋을까나는 어디서 내려야 할까정처 없이 굴러가는 시간의 수레바퀴
정목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