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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의 꿈
2025.10.03 (금)
여기 근심이 녹아 내리는 곳에 누어 푸른 하늘 속 물든 마음 건져내면 숲 속 나무 내음 물 가 물 비린내 만수우환 꼭 짜서 바위 위에 널어 말리면 쨍쨍한 햇살 내음 그러나 마음은 썰물에 밀려나간 갯가에 묶여 있고 모래바람 날리는...
조규남
별의 춤을 본 적이 있나요?
2025.09.26 (금)
태어나 한번은 우리 모두 세상의 가장 어린 막내였던 적이 있다 완벽하고 새뜻한 하얀 도화지 무한을 품었던 때가.모든 가능성을 두 손에 그러쥐고 말로 표현되지 않는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말씀하시곤 했다아기는 애초에 우주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어.세상의 말을, 인간의 규칙을 배우면서하나둘 망각하게 돼, 하지만 우리 모두 다 알았던 때가 있었어.잠시 잊은 것뿐이야 종종 의식이 지워낸 우주의 흔적을 찾곤...
이인숙
나의 반려 목
2025.09.26 (금)
내가 마지막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아내도 내 마음을 읽은 듯 말했다. “이번 출장 다녀오면, 사람을 부르자. 우리가 하기엔 너무 힘들 것 같아.” 나도 짧게 답했다. “ 알았어.” 이렇게 답하는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우리 집 뒷마당 구석에 자리 잡은 무화과나무가 완전히 말라비틀어져 고목이 되어있었다. 열매는커녕 새순 하나 돋아나지 않은 지 두 해가 지났다. 한때 푸르고 울창했던 시절은...
정효봉
동 과 서 (東 과 西)
2025.09.26 (금)
우리가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읽었음직한 “ 정글 북 ” . 그 유명한 책의 저자 러디어드 키플링 ( Rudyard Kipling: 영국의 소설가겸 시인. 1865년 - 1936년, 1907년 노벨문학상 수상 ) 은 이렇게 말했다 동 (東)은 동이요 서 (西)는 서다. 이 둘은 결코 만나지 않으리라 ( East is East and West is West and never the train shall meet. ). 필자는 ”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 라는 책의 저자이며 지금은 사라진 대우그룹의 창업자인 고...
정관일
생의 서랍
2025.09.26 (금)
차곡 차곡 접시에 담긴 샐러드를포크대신 젓가락으로 집는다복잡하게 얽힌 내 생도둥근 접시만큼 관대하지 않다맑게 튀어 오르는 상상이젓가락 사이로 새어 나간다생의 서랍속에 잠든 큰 꿈아직 이루지 못한 소망샐러드가 놓인 관대한 접시젓가락에 튕겨 나간 샐러드를다시 집어 보리라
강애나
나무 심을 생각
2025.09.19 (금)
당신을 기다리다 나무를 심었다사랑은 나의 하루하루를커가는 무언가에 덧대는 일이니피거나 자랄 때엔 늘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다림의 끝엔 꼭허무를 노래하는 습관이 있었다편도 열차에 겨우 몸을 싣고내릴 역에 일찌감치 정박 중인어떤 기다림의 조급증 때문이다관계는 헐거워지고과도한 부대낌 끝에나사선이 닳는다는 공식에덧대인 제스쳐다 그러므로 나는당신을 기다리는 나무를 심는다혹시나 가을로 빠져나가는...
김경래
하늘빛 손수건
2025.09.19 (금)
"언니,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 잊지 마세요" 한 달 넘게 호텔 조식을 함께 먹은 Y가 고운 손수건 한 장을 내밀며 하는 인사. 하늘빛 바탕에 잔잔한 꽃무늬가 그려져 있다. 받아 든 순간,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곁을 내어주지 못한 미안함과 함께 그녀가 내민 손수건 한 장에 엄청난 무게의 감동이 실려왔다. 한국 정부에 신청한 문건의 진행 절차를 기다리며 투숙한 한 비즈니스 호텔의 싱글룸, 꼭 필요한 설비와 물품만...
김아녜스
언저리반
2025.09.19 (금)
그녀는 빵빵한 엉덩이를 갖고 있다. 주말마다 다니는 산행을 위해 주중에는 헬스장에서 반나절을 보낸다. 엉덩이가 빈약한 나는 수시로 그녀의 엉덩이를 훔쳐보며 부러워한다. 그래도 운동하기는 귀찮다. 엉덩이 근육만 집중적으로 키워주는 음식은 어디 없을까.어느 날, 그녀가 풀이 죽은 얼굴로 말했다. 둥산 모임에서 반을 바꾸었다고. ‘아니, 등산 모임에 다른 반도 있나.’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정상반’에서 ‘언저리반’으로...
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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