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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린 / 캐나다 한국문협 부회장 ​육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탄력을 잃고 땅 표면에가까워진다 그리고 흙에 묻힌다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불굴의영웅과 천사가 만들어낸 묘약을 마셔야 한다는 것죽은 자의 시신 옆에는 파릇파릇 로제트 식물이땅 위에 몸을 바짝 웅크린 자세로 자라고 있었다​​1​그날길을 걷다가 언뜻금박 입힌 손가락이 보였다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음흉스러운 음성으로가던 길을 묻는다어디로...
하태린
한여름날의 정원 2021.08.09 (월)
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지난 달 열 돔 현상으로 이곳 밴쿠버 날씨가 사상 최고로 45도 이상의 폭염을 기록했다. 에어컨이 있는 곳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늘이 있는 곳에서도 바람 한점 불지 않는 열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밤에도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한국으로부터 더운 날씨에 괜찮냐고 안부를 묻는 전화에 내 생애에 이런 더위는 처음이었고, 밴쿠버가 예년 날씨 같지 않다고 대답했다. 폭염과 비가 내리지 않는 날씨...
정재욱
한부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너는 밤새온몸을 갈아 낮을 준비하고창가에 앉아 백지 위에무어라 무어라 쓰고는땅의 것은 다 두고 가볍게하늘나라로 이사했구나백지 위의 소복한 깨알들이땅에 떨어져 생명으로 돋아꽃이 되었구나너는 꽃 속에서 다시무어라 무어라 말하며여전히 웃음을 퍼주고바람 불 때마다향기로 찾아오는구나그 웃음이 가슴에 스며들어와마음으로 향기를 판독한다이젠 들린다 너의 마음이"그리우면 우리울음 말고 꽃으로 예쁘게...
한부연
김토마스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예수님, 학대받고 실종되거나 뚜렷한 표식도 없이 매장된 1,000여 명이 넘는 어린이들 뉴스로 인하여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도시마다 수많은 Canadian 들이 'Every child matters!'를 부르짖으며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이른 새벽에 다운타운 교회 앞마당에서 끔찍한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신께서...
김토마스
민정희 / 사) 한국문협 벤쿠버지부 회원옷장 정리를 하다 교복을 발견하였다. 중학교 1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부모의 결정에 따라 이곳 캐나다로 이민 오게 된 딸아이의 것이다. 더는 입을 일이 없는 교복을 왜 이민 보따리에 넣어 갖고 왔을까. 그 시절의 아이를 기억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나의 그 시절을 기억하기 위해서인가. 교복을 펼쳐본다. 순수하고도 신선한 냄새가 전해온다. 규율과 절제, 금기와 인내의 단어가 떠오른다. 냉혹한 현실에...
민정희
나비의 힘 2021.08.03 (화)
정목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나비는 타고난 천상의 예술가. 몸매 자체가 신의 예술품이다.가느다란 몸체는 연약하지만, 양 편으로 두 쌍 씩, 네 장의 날개는 색채 미학의 결정체이다.좌우의 날개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대칭 무늬로 황홀감을 준다.나비는 타고난 패션 디자이너일 뿐 아니라 무용가이다.나비의 행보는 우아한 춤이며 사랑과 평화의 모습을 보여준다.내 초등학교 시절의 여름방학 숙제엔 ‘곤충 채집’과 ‘식물채집’이 있었다.다른...
정목일
성난 산 2021.08.03 (화)
박혜경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두 팔 다소곳이 오므려 수줍게 포개이고뻘쭘하니 무안스러운 긴 다리 사이 감춰진타고 내리는 먹히는 아픔신음 한 번 질러내지 못한 채초라히 오그라들어 타 내려간생명이 떠나버린 검은 나신소스라치게 놀라게 하는 을씨년스러움수천 년 살아온 거대한 밑동 아름드리소나무 딱정벌레 코웃음 흘리는 비아냥찬찬히 좀 먹혀 갉히어쓰러져 죽어가는 숲거친 숨 내몰며 물안개만 꼭 보듬고눈에서 뿜어내는 연기하늘까지...
박혜경
2021.08.03 (화)
송무석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우리 안에는어떤 신비로운 자가 있는 걸까보이지 않는 그 특별한 자로우리는 모든 걸 재단한다 프로크루스테스처럼침대 길이에 맞춰 늘리거나잘라서 죽이지는 않아도우리의 자는 무자비하다 우리는 자만을 믿고세상 만물을 탐탁한 것과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눈다 스스로 크기를 바꾸는요술의 자를 들고서내 편과 네 편을 가른다 우리의 자는목숨을 지키는 수호자에서분열을 만드는...
송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