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비가 내린다부슬부슬 가을비 내린다손끝마다 온통 붉은 물 들이며길 위에 홀로 서 있는가슴 위로 바람이 스친다종일 어깨를 적시는 빗방울하나 둘 떨어진 잎새는말없이 젖은 흙에 스며들고한숨처럼 가슴 두드리던바람은 발 아래 흩어지는데       비가 내린다토독 토독 떨어지는 빗소리마음에 자꾸 물이 드는 건인연이 깊어지는 것일 텐데단풍잎 소리 없이 지는 건깊어지던 우리 인연 다하여그대 떠나가는 것일 텐데우수수 이별의 시간...
강은소
메주가 뜰 때 2025.10.17 (금)
둥글게 사린 몸을삶고 찧고 매달아천형(天刑)의 조화(造化)에도해 달 맞기 몇 삭(朔)인가메말라벙근 틈새로고향(故鄕) 맛이 배어간다뒷손 없는 푸대접에너절하게 달아 말려겉으론 데데해도금이 간 깊이마다베옷의먹성(性)을 담는토속(土俗)냄새 익어간다
문현주
 나지막한 능선이 방패처럼 집을 감싸고 있다. 희미한 여명(黎明)이 산마루를 비출 때면 안개 속에 숨어있던 금대산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토록 맹렬하던 매미들의 아우성도 짧은 생으로 잦아들고, 애벌레를 물고 날아다니는 박새와 곤줄박이들이 분주히 숲속을 살피고 있다. 올망졸망 매달려 장대비를 맞던 밤송이들도 풋기를 거두고 씨알을 키우는 중이다. 가시 투구 속에서 단단하고 둥글게 몸을 만들어 홀연히 땅으로 떨어질...
조정
밴쿠버 러너 폴 2025.10.17 (금)
   ‘런데이 (Runday)’ 모바일 앱을 실행 시킨 후 운동화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집을 나선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기 시작한다. 내게 익숙한 동네이지만 차로 지나다닐 때와는 다른 풍경처럼 느껴진다. 내 얼굴을 가르며 스치는 바람도 상쾌하고, 기분이 좋게 만든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는 집을 지나거나, 운좋게 멋진 노을 빛 하늘을 보거나, 둥근 보름달을 보면 달리기를 잠시 멈추고 핸드폰 카메라에 풍경을 담아내기도...
정재욱
가을 철암역 2025.10.17 (금)
오후 세 시의 그 꼭지점에서햇살이 길게 모로 누우면철길 저 너머에서 세 시를 알리는 기차는푸우-푹-푸우-푹 흰 연기를 토하며 달려오고 열세 살 그 소녀는누군가를 기다리듯, 먼 이방의 한쪽 문을 그리워하듯산비탈 조그만 쪽문을 향해 아슬히 눈 멈추곤 했는데 어느 날 도시락을 싸 들고 우리들 창자보다 긴 터널로 떠난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공복인 듯 탄 가루 먹은 하늘은 검은 연기로 쏟아지는데전설처럼 탄 가루 푹푹 쏟아져...
이영춘
절망 찾기 2025.10.10 (금)
깊숙한 절망을 가벼운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몸속 어딘가에 있을 절망을 한번 찾아보자 울컥하며 자주 발생하는 것이 기관지에 숨었을 거 같기도 하고 오래됀 위장병 모양 음흉하니 소장에 자리 잡은 거 같기도 하고 미열처럼 뜨뜻미지근 하면서 오래가는 것이 이마빡에 박혀 있는듯하고 혹시 그렇다면 수술을 해 봐야지 누가 아나 우뇌와 좌뇌 사이에 엿같이 철썩 붙어있는 그놈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 그런데 오래 살아서 큰...
박락준
물아리 2025.10.10 (금)
"물아리에 우렁이 잡으러 가자!" 지금은 안 쓰지만, '물아리'는 내 어릴 적 기억 속에는 있는 단어였다. 빗물에 의지해 벼농사를 짓던 시절, 비가 오면 논두렁 안쪽을 진흙으로 꼼꼼히 발라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았었다. 그렇게 갇힌 빗물이 찰랑이는 논을 '물아리'라고 불렀다. '아리'란 순 한국말로 '물' 또는 '그릇'이란 의미가 있었다. '항아리'에서 '아리'가 그릇을 의미하듯, 논이 그릇이 되어 물을 담았으니 '물아리'인 거였다. 그런 물아리...
박정은
가을 금관 2025.10.10 (금)
1.언젠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신라 금관을 보는 순간 오랫동안 나는 한 그루 황금빛 나무를 연상했었다.박물관 유리 진열대 안에 들어 있는 천년 신라 유물들은 대개 시간의 침식에 못 이겨 퀴퀴한 죽음의 냄새를 풍기며 망각 속에 덩그렇게 놓여 있었지만 금관만은 어둠 속에서 촛불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생명의 빛깔로 너무나 선연한 모습으로 살아 있어 천년 신라를 말해 주는 촛불처럼 느껴지기만 했다.나는 우두커니 이 천 년 신라의 황금빛...
정목일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