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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가 2025.07.04 (금)
    아들이 분가했다. 처음 집을 떠나 독립해서 살아보겠다고 했을 때, 내 안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 훅! 들어왔다. 살인적인 고물가, 렌트비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아이가 지는 게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그런 염려스러운 엄마 맘이 먼저였다. 장남에게 은연중 믿고 의존해 왔던 내 기대어진 몸을 바로 세워야 하는 게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아이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지혜롭고,...
고희경
아침 이슬이여, 너는 어둠의 울타리에 걸어 놓은  내밀(內密)의 창(窓) 지순한 그리움의 초상이구나    춥고 습한 긴밤들을 눈물로 견디며 모든 고통의 순간들은 결국 숭고한 환희로 통하는 길이라는 지혜를 터득한 너의 맑은 이마여!                                           ...
안봉자
작은 아씨 2025.06.27 (금)
  어머니는 젖이 풍부하신 분이셨다. 우리 형제들을 키우면서도 일부러 젖을 떼려고 애쓰지 않고 아이가 먹겠다면 언제까지고 먹이려고 하셨다. 나도 거의 세 네 살까지 젖을 먹었다고 들었다. 내 밑에 막내 동생은 여섯 살이 넘도록 젖을 먹었다. 친구들과 밖에서 놀다가도 들어와서는 어머니 품을 파고들어 젖을 먹었다. 주위 사람들이 젖을 떼지 다 큰 애를 무슨 젖을 먹이냐고 하면 어머니는 이제 더 먹일 아이도 없는데 나오는 젖을, 먹겠다는...
심현섭
그리움 2025.06.27 (금)
사그라져 가는 물안개 아침 햇살에 부서지고   파도가 뿜어낸 당신 닮은 은빛 숨결 물 비늘이 허공 위로 흩어지네   그대 향한 서성임이 아픔의 태산 되어 울고   요란한 살여울 지쳐 밀려온 그 자리 차디찬 빙산 이어라   볕 뉘 사이로 스며드는 따뜻한 당신 목소리에 오늘도 목이 메이네
김정임
바람이 전해준 말 2025.06.27 (금)
  캐나다 웨이에서 오클랜드 스트리트로 우회전 핸들을 틀자마자, 눈부신 초록의 나라가 시야에 확 펼쳐졌다. 눈이 맑아지고 머리가 시원해진다. 문득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로 시작되는 설국(雪國)의 첫 페이지가 떠올랐다. 하얀 눈의 나라로 들어가는 대신, 나는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물든 별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길은 조금 지나면, 디어 레이크 파크 숲을 우측으로 끼고 돌면서 계속...
지연옥
The Rose of Sharon Blooms in Vancouver                                                   Poem by Lotus Chung Mother, brother, we’ve crossed the seaUnder Vancouver’s sky, the Rose of Sharon blooms in fullOn sunny days, let bursts of laughter bloomLet’s dress in hanbok and dance with grace In the immigrant’s suitcase, dreams and hopesAnd tucked inside, a single word in our mother tongueChildren, friends, be proud Embracing two cultures in our...
로터스 정병연
양상군자 시리즈 2025.06.20 (금)
30년 전 빅토리아에서 편의점을 운영할 때였다. 한 번은 내 가게에서 일하는 모하메드 (아프가니스탄인)가 어떤 아이가 물건을 훔치는 것을 보고 혼내 주었다고 한다. 그 아이 인상착의를 들으니 가끔 엄마 심부름으로 담배나 우유를 사러 오는 테미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잔돈 남은 것으로 사탕을 사 먹는 순해 보이는 4-5학년쯤 되는 남자아이였다. 며칠 뒤 저녁때쯤 그 아이와 친구가 사탕을 사러 들어왔다. 검은 큰 잠바를 입고 사탕과 초콜릿이 진열된...
이종구
   거센 물살을 이기며 본향으로 역류하는 연어의 몸짓을 본 적이 있는가? 영어의 바다에서 한글로 문학작품을 쓰는 이들이 연어의 몸짓을 닮고 있다. 금년 한카문학상 응모작품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캐나다에서 오래 살다 보면 언젠가부터 영어도 잘 늘지 않고, 한글은 잘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말을 살리고, 우리 글을 익히려는 한국문학 지망생들의 도전은 처연하게 아름답다. 이제 수상자들은 온갖 어려움을...
이원배(심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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