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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만 2년여를 팬데믹의 우울한 잿빛 그림자 속에서 지내온 셈이다. 다시 새로운 한 해를 맞아 6호선 3번 열차에 떠밀려 탑승을 하게 되면서, 문득 쳐다본 달력 위 ‘2022’라는 굵은 숫자는 진정 어린 시절의 공상과학 소설과 ‘새소년’ 잡지의 미래특집난에서나 만나던 숫자로 다가온다. 중년의 입문 단계에 서서, 특히나 아직도 오미크론과 델타 그리고 부스터 샷 등등 기이한 공상과학 만화의 용어들이 난무하는 이 수상한 시절에 나의 버킷...
민완기
귀가 순해진다는 육학년, 이순(耳順)반열에 등극하면서 늘 비슷한 일상 가운데 삶의 활력소가되는 것은 토요일 새벽, 교회 젊은 집사님들과의 운동시간이다. 해가 긴 여름철에는 어김없이 5시기상을 하지만, 요즘 같은 우기철에는 6시쯤 일어나 행여 마나님 깰세라 조용히 차려 입고,간단히 요기를 하고는 트래블 머그잔에 커피를 내린다. 간식을 나누어 먹는 기쁨이 큰지라 오늘일용할 주전부리를 챙기는것도 빠뜨리지 않게 된다.아침 안개가 자욱한...
민완기
Restart Plan 2021.07.12 (월)
민완기 /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기해년 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예순 셋이 되는 세월을 살고 있음에도 태어나 처음 겪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음은 마냥 슬퍼해야 될 일인지, 감사해야 할 일인지 한번 자문해보게 된다. 지난 주일 아침 2차 백신 접종을 마치고 귀가한 몸으로 만 이틀간을 체감온도 48도의 불볕 더위와 싸우며, 영혼까지 탈탈 털려버리는 일이 생겼다. 도대체 선풍기도 쓸 일이 별로...
민완기
서대문구 영천동 2021.04.12 (월)
민완기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지명은 때로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그 이름을 들을 때 마다, 가슴 한 켠이 울컥하고 형언 못 할 그리움과 상념에 빠져들게 되는 마력이 있다. 태어나 열두 살이 될 때까지 내가 자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영천동’…  독립문을 대로 중앙에 두고 좌로는 영천동과 현저동, 우로는 사직동과 행촌동이 자리한 곳에서 태어나 내 몸 안에 뼈가 자라고, 살이 붙고, 머리가 큰 곳의 이름이다...
민완기
닮고 싶은 사람 2021.01.04 (월)
민완기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회원 살면서 누군가를 닮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어려운 순간에 봉착하거나, 삶의 난관을 뚫고 나가야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면 ‘나도 그 이와 같았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되곤 하였다.  아주 어려서는 아버지를 닮고 싶었다. 걸을 때면 안간힘을 써서 달려도 따라잡을 수 없었던 아버지의 빠른 걸음, 그리고 퇴근 때면 아버지 양복에서 나는 병원 알코올 냄새도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에...
민완기
큰 아이가 결혼 6년만에 쌍둥이를 출산하였다. 나이 들어가며 가슴 설레는 일이 그리 많지않았는데 이토록 가슴이 설레고, 기뻤던 순간이 근래 있었던가 싶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할따름이다.생각해보면 우리 삶은 ‘만남’의 연속인 셈이다. 세상에 태어나 부모를 만나고, 일가친척의 사랑과만나고, 친구들을 만나고, 직장 동료를 만나고, 배우자를 만나고, 자녀를 만나고 그리고 마침내손주를 만나게 된다. 물론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 그...
민완기
준비없는 이별 2020.07.20 (월)
금요일 오후 1시 30분, 권사님이 소천하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주일 저녁 부군 장로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맛있게 드시고 양치를 하기 위해 2층 욕실로 올라가셔서는 그만 그대로 쓰러지신 후, 6일을버티시다가 결국……권사님을 처음 뵙게 된 것은 이민 오던 해, 첫 주일 예배 때였다. 이제 막 개척한 지 6개월된 작은교회를 우연히 한국에서부터 알게 되어 이민 가방을 미처 다 풀기 전에 맞이한 주일날, 설레고 또떨리는 마음으로 4식구가 교회를 나가...
민완기
     시절이 하 수상하다.    ‘사회적 거리’는 인간 관계의 단절만이 아니라, 모든 삶의 양식을 뒤바꾸어 놓았다. 악수가 사라지고, 출근과 영업이 사라지고, 예배와 집회가 막히고, 교실은 폐쇄되고……. 마스크를 하고 나선 산책길에서 만난 나뭇가지에는 새 순과 꽃 몽우리가 지천이지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내가 알던 그 봄이 아닌 것이다.       인간인지라 이럴 때 일수록 그 끝이 언제인지가...
민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