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의 관세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그 여파가 기업을 넘어 캐나다 근로자들의 고용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지난 8월 22일부터 276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 정부도 9월 8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15%, 25%, 50%의 보복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철강과 알루미늄을 비롯해 농업 장비, 가전제품, 펄프·제지, 전자제품 등 양국의 공급망과 밀접한 산업들이 영향을 받으면서 캐나다 정부는 관세 대응과 동시에 고용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중 근로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바로 Employment Insurance, 즉 EI 고용보험 제도입니다.
캐나다 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EI 임시 조치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실직 후 EI를 받을 때 적용되던 1주일의 대기기간을 없애고, 퇴직금이나 미사용 휴가비 등을 받았더라도 EI 지급을 늦추지 않으며, 장기근속 근로자에게 최대 20주의 추가 EI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근무시간을 줄여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Work-Sharing 프로그램의 적용 범위도 크게 확대됐습니다. 모두 관세와 경제 불확실성으로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거나 근무시간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진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먼저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EI의
‘1주 대기기간’ 면제입니다. 일반적인 EI 제도에서는 신청자가 자격을 갖추더라도 첫 1주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Waiting Period가 적용됩니다. 보험의 자기부담금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현재 임시 조치에 따라 2025년 3월 30일부터 2026년 10월 10일 사이에 시작하는 새로운 EI 신청에 대해서는 이 대기기간이 면제됩니다. 따라서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EI를 신청했을 때 기존보다 빠르게 실질적인 소득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고용주가 제공하는 Supplemental Unemployment
Benefit, 즉 SUB Plan을 통해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대기기간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어 개인 상황에 따른 확인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퇴직금이나 미사용 휴가비 등 고용 종료 시 지급받는 금액이 EI 수령
시점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한 조치입니다.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해고되면서 Severance Pay, Vacation Pay, Pay in Lieu of Notice 등을 받게 되면 이러한
금액은 ‘Separation Earnings’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기존 규정에서는 이 금액이 일정 기간의 소득으로 배분되면서 실제 EI 지급이 뒤로 밀릴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해고 후 몇 주 분량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지급받았다면 해당 기간이 지난 뒤 EI가 지급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현재 임시 조치에서는 2025년 3월 30일부터 2026년 10월 10일까지
시작되는 해당 EI 신청이나 소득 배분에 대해 Vacation
Pay, Severance Pay, 해고 통보 대신 지급하는 급여, 사업장 폐쇄 보너스, 일부 Sick Leave Credits 등을 EI에서 차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퇴직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EI 신청을 늦출 필요는 없으며, 일을 중단했다면 우선 신속하게 신청해
자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 변화는 오랫동안 EI 보험료를 납부해 온 장기근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최대 20주의 추가 Regular EI Benefit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EI Regular Benefit의
최대 지급 기간이 45주라면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근로자는 최대 65주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EI 신청자에게 20주가 자동으로 추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기준으로 EI 신청이 2025년 6월 15일부터 2026년 10월 10일 사이에 시작되어야 하며, 적어도 1주 이상의 Regular EI Benefit을 받을 자격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장기근속 근로자의 기준도 충족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현재 EI 신청 전 3년 동안 Regular 또는 Fishing Benefits을 받은 기간이 36주 미만이어야 하고, 현재 신청이 시작되는 해 이전 10년 중 최소 7년 동안 연간 최대 EI 보험료의 30% 이상을 납부한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조건을 충족한다면 추가 혜택은 별도의 신청 없이 해당 EI Claim에
반영됩니다.
이번 대책에서 고용주가 특히 주목할 부분은 네 번째 조치인
Work-Sharing 프로그램입니다. Work-Sharing은 사업 상황이 일시적으로
악화됐을 때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나누어 줄이고, 감소한 근무시간에 대해 EI가 일정 부분 소득을 보전하는 제도입니다. 즉 근로자가 회사를
완전히 떠난 뒤 EI를 신청하는 구조가 아니라 기존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무시간과 급여가 줄어든 부분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참여 근로자들은 정상적인 주간 소득에서 최소
10% 이상 감소가 있어야 하며 EI 수급 자격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관세 관련 특별 조치가 적용되면서 Work-Sharing의 활용 범위도
크게 넓어졌습니다. 일반적인 조건보다 사업체 운영 기간 요건이 완화됐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비영리기관이나 자선단체, 계절성 사업체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대상이 확대됐습니다. 근로자 측에서도 기존의 연중 상시 근무 직원뿐 아니라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계절·주기적 근로자 등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 Work-Sharing Agreement보다 훨씬 긴 기간을 활용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경기
침체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더라도 숙련된 직원을 바로 해고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면서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습니다. 캐나다 정부의 현재 Work-Sharing 공식 안내에 따르면 이러한
관세 관련 특별조치는 2028년 3월 31일까지 연장돼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캐나다 정부의 EI 안내 페이지에는 대기기간 면제와 Separation Earnings 면제, 장기근속자 추가 20주 혜택의 적용 종료일이 2026년 10월 10일로
표시돼 있지만, 연방정부는 지난 8월 25일 이 지원을 추가로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했습니다. 9월 17일 공개된 Canada Employment Insurance
Commission 자료에서도 1주 대기기간 면제를 1년
추가 연장하고, 퇴직금 등 Separation Payments를
먼저 소진하지 않고 EI를 받을 수 있는 조치 역시 1년
연장하며, 장기근속자에게 최대 20주를 추가로 제공하는 조치는 8개월 더 연장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EI 신청자를 위한 정부 안내 페이지에는 기존 10월 10일 일정이 아직 표시되어 있으므로, 실제 신청 시점에서는 Service Canada의 최신 시행일과 적용 조건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의 새로운 EI 규정도 예고돼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본인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면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EI Regular Benefit을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몇 달 사이 스스로 직장을 그만둔 이력이 있더라도 이후 가장 최근 직장에서 본인의 잘못 없이 일자리를 잃은 경우, 과거의 자발적 퇴사가 EI 자격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한시적 조치를 1년간 도입할 계획입니다. 최근 몇 달 사이
더 나은 일자리나 다른 산업으로 이동했다가 관세와 경기 변화로 새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이 과거의 자발적 퇴사 때문에 EI 혜택에서 제외되는 상황을 줄이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역시 8월 25일 발표된 추가 EI 지원책에
포함돼 있습니다.
고용을 유지하면서 직원을 재교육하는 방향의 정책도 더욱 강화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기존 Work-Sharing Program과 Worker
Retention Grant를 통합한 새로운 Workforce Retention and
Retraining Program, WRRP를 발표했습니다. 새 프로그램에서는 기업이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직원들을 재교육하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구조가 강화됩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참여 가능한 EI 자격 근로자는 근무하지 못한 시간에 대한 손실 소득의 총 70% 수준까지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고용주에게는 직원 한 명당
최대 1000달러의 교육 및 행정비용 지원이 제공될 예정입니다. 다만 9월 현재 정부 공식 페이지에서도 WRRP를 ‘Coming soon’으로 안내하고 있어 아직 본격 시행 전이며, 시행
전까지는 기존 Work-Sharing Program과 Worker
Retention Grant가 계속 운영됩니다.
이번 EI 확대 조치를 이해할 때 중요한 점은 미국 관세의 영향을
받는 업종에서 일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EI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반 EI와 마찬가지로 신청자의
Insurable Hours, 실직 사유, 지역별 실업률,
근무 기록 등 기본적인 EI 자격요건은 여전히 적용됩니다.
Work-Sharing 역시 단순히 근무시간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이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주와 근로자, Service Canada가 참여하는 별도의 Agreement를
통해 운영됩니다. 따라서 현재 근무시간이 줄었거나 Layoff 가능성이
있는 근로자는 자신의 회사가 Work-Sharing을 검토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이미 일을 중단했다면 Record of Employment가 나오기를
기다리기보다 EI 신청부터 먼저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캐나다
정부 역시 일을 그만두게 된 경우 가능한 빨리 EI를 신청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관세 갈등은 EI 보험료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Canada Employment Insurance Commission이 9월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7년 근로자의 EI 보험료율은 Insurable Earnings 100달러당 1.64달러로 결정됐으며, 고용주는 근로자 부담액의 1.4배인 100달러당 2.30달러를
부담하게 됩니다. 2027년 Maximum Insurable
Earnings는 7만800달러, 최대 주당 EI Benefit은
749달러로 올라갑니다. Commission은 최근 발표된 관세 대응 EI 지원책과 프로그램 확대가 향후 EI 재정 전망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이번 대응을 보면 관세 문제를 기업의 수출입 비용에만 국한하지 않고 고용시장 충격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어려워진 뒤 대규모 해고가 발생하고 근로자가 EI를 신청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Work-Sharing을
통해 해고 자체를 줄이고 직원에게 재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실제 실직이 발생했을 때는 EI 지급을 앞당기고 장기근속자에게 더 긴 지원기간을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캐나다에서 워크퍼밋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이번 변화는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I 보험료를 납부했다는 사실만으로 반드시 EI 수급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실제 EI 신청 시에는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상태인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상태인지, 기존
근무 기록과 Insurable Hours가 자격요건을 충족하는지 등이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워크퍼밋 소지자가 해고되거나 근무시간이 크게 줄었다면 EI 문제와
함께 현재의 체류 신분과 워크퍼밋 조건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 갈등이 단기간에 마무리될지 여부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캐나다 정부가 EI 임시 조치를 다시 연장하고 Work-Sharing 기간을 2028년까지 확대했으며 새로운 WRRP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정부 역시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이 일정 기간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제조업이나 철강·알루미늄, 임업뿐 아니라 공급망과 소비 위축의
영향을 받는 다른 산업으로 고용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 EI와 Work-Sharing 제도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2026년 10월 10일을
전후해 현재의 EI 임시 조치와 이미 발표된 추가 연장 조치의 구체적인 시행 일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정부의 후속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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