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이민에서 들려주는 이민이야기
캐나다 이민 제도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법안이 사실상 최종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상원 국가안보·국방·재향군인위원회는 2월 25일, Bill C-12을 수정 없이 본회의에 보고했고, 이제 제3독회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별도의 수정이 채택되지 않는다면, 법안은 왕실 재가를 거쳐 곧바로 법률로 확정됩니다. 입법 절차상으로는 마지막 문턱에 불과하지만, 그 내용은 캐나다 이민 행정의 권한 구조를 재설계하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연방 행정부에 부여되는 권한의 범위입니다. C-12가 현재 형태로 통과될 경우, 정부는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워크퍼밋과 스터디퍼밋, 영주비자 등 각종 이민 문서의 효력을 변경하거나 정지·취소할 수 있고, 특정 이민 카테고리의 신청 접수를 중단하거나 이미 접수된 신청의 심사를 종료하는 조치도 취할 수 있으며, 임시체류자에게 추가적인 조건을 부과하거나 필요 시 일정 범위의 문서를 집단적으로 조정하는 명령을 발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개별 신청 단위의 심사와 판단에 머물렀던 기존 체계와 달리, 제도 전반을 일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집행 권한이 명문화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 권한이 아무런 제한 없이 행사되는 것은 아닙니다. 2025년 12월 하원 심의 과정에서 ‘공익’의 범위를 행정적 오류, 사기, 공중보건, 공공안전, 국가안보와 같은 사유로 한정하는 장치가 추가됐고, 해당 권한이 발동될 경우 이민부 장관이 의회에 근거와 영향을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법률에 명시된 행정 권한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 적용 범위가 개인이 아닌 집단 단위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변화는 단순한 보완이 아니라 권력 구조의 이동에 가깝습니다.
이 법안이 논란의 중심에 선 또 다른 이유는 난민 제도 개편 조항입니다. C-12는 2020년 6월 24일 이후 캐나다에 입국한 사람이 입국 후 1년을 초과해 난민 신청을 할 경우 원칙적으로 난민심판원에서의 정식 심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조항은 소급 적용됩니다. 이미 입국해 체류 중이지만 아직 신청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또한 미국과의 육로 국경을 공식 입국장이 아닌 경로로 넘어온 경우에 대한 제한 역시 강화됩니다.
현재 제도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정식 난민 심리를 받을 수 있었지만, 법안이 시행되면 1년을 넘긴 신청자는 난민심판원이 아닌 추방 전 위험평가(PRRA) 절차로 이동하게 됩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심사 적체를 줄이고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난민심판원에 약 30만 건에 달하는 적체가 존재하고 평균 처리 기간이 17개월에 이른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보호가 필요한 이들을 신속히 가려내기 위해서는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입니다.
이에 대해 이민부 장관 Lena Metlege Diab은 공개 연설에서 “캐나다에 1년 이상 체류한 사람이 난민을 신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임시체류 신분을 유지하다가 뒤늦게 난민 제도를 활용하는 사례가 제도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고 진정한 보호 대상자에게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상원 사회문제위원회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이 위원회는 법안의 이민 관련 조항 대부분을 삭제하거나 대폭 수정할 것을 권고하며, 특히 집단적 문서 취소 권한의 범위가 과도하게 넓을 수 있다는 점, 난민 1년 기한의 소급 적용이 취약계층에 불균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개인정보 공유 확대가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 등을 지적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와 법조계 역시 행정부 권한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역사적으로 반복됐던 권력 남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최종 수정 권한을 가진 국가안보위원회는 이러한 권고를 채택하지 않았고, 핵심 조항은 유지된 채 본회의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정부는 이 법안을 국경 관리와 이민 제도의 무결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설명합니다. 난민 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누적 적체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처리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제도 전반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또한 사기, 허위 정보 제출, 신분 남용 사례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조정 권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하원에서는 초당적 지지가 비교적 넓게 형성됐고, 반대표는 소수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의 의미는 단순히 난민 제도 강화나 문서 취소 권한 확대에 있지 않습니다. 더 본질적인 변화는 ‘예외적 상황에서의 신속한 집행’을 위해 행정부의 재량을 제도적으로 넓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캐나다 이민 정책이 양적 확대 중심에서 관리와 통제 중심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최근 몇 년간 캐나다는 대규모 이민 목표치를 설정하며 인구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동시에 임시체류자 급증과 난민 적체, 주거·노동시장 압박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정비 요구도 커져왔습니다. C-12는 이러한 압력에 대한 제도적 대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법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면, 향후 캐나다 이민 환경은 ‘열려 있는가 닫혀 있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으로 설명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제도는 여전히 운영되겠지만, 그 운용 방식은 보다 전략적이고 선별적이며, 필요 시 단기간에 구조를 조정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됩니다. 이는 신청자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됩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공포나 과도한 낙관이 아니라, 구조의 변화를 정확히 읽는 일입니다. C-12는 단순히 하나의 법안이 아니라, 캐나다 이민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습니다. 행정 권한이 강화되고, 신청 기한과 절차가 엄격해지며, 제도의 운영 방식이 효율성과 통제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앞으로의 전략은 과거의 관성에 기대어 설계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는 순간, 캐나다 이민은 또 한 번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게 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단기적인 정책 조정이 아니라, 향후 수년간 이민 환경의 기준점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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