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주정부 이민의 방향성
2026년 2월 4일,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정부 이민 프로그램(BC PNP)은 올해 첫 기술이민(Skills Immigration) 추첨을 통해 총 429명에게 영주권 신청 초청장(ITA)을 발급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극도로 제한된 추첨과 높은 기준 속에서 대기하던 수천 명의 후보자들에게, 이번 추첨은 단순한 연초 이벤트를 넘어 주정부 이민 흐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추첨은 2025년 내내 이어졌던 BC PNP의 경직된 운영과 대비되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지난해 BC PNP는 연방정부의 주정부 노미네이션 축소, 누적된 신청 적체, 그리고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소규모 또는 간헐적인 추첨만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 상당수 후보자들이 장기간 풀(pool)에 머물며 기준 완화나 추가 배정 여부를 지켜봐야 했고, 실질적인 기회는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2026년 첫 추첨으로 429명을 한 번에 초청했다는 사실은, BC주가 기술이민을 다시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분명한 방향 전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2월 4일 추첨은 두 개의 명확한 기준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고임금(high-wage) 기준입니다. 시간당 최소 70달러,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14만5천 달러 이상의 임금 오퍼를 보유하고, NOC TEER 0, 1, 2, 3 직군에 해당하는 후보자 206명이 초청되었습니다. 이는 BC주가 여전히 고소득 전문 인력을 핵심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단기적인 인력 충원보다, 장기적으로 세수 기여와 산업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선별하겠다는 정책적 의도가 분명히 반영된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기준은 BC PNP 점수제, 즉 Skills Immigration Registration System(SIRS)을 통한 선발이었습니다. 이 기준으로 223명이 초청되었으며, 최소 점수는 138점이었습니다. 학력, 경력, 언어 능력, 잡오퍼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이 점수 기준은 2025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낮아졌습니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에는 시간당 105달러에 달하는 임금 기준과 함께 150점이라는 매우 높은 컷오프가 적용되었고, 10월에도 140점 수준이 유지되었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138점 기준은 BC PNP가 다시 보다 넓은 후보자 층을 대상으로 선발을 재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입니다.
이번 추첨을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429명에 불과할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의미는 훨씬 큽니다. 고임금 기준과 점수 기준을 병행한 이번 방식은, BC주가 ‘아주 소수의 최상위 인재’만을 선별하던 국면에서 벗어나,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갖춘 후보자 풀을 다시 순환시키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합니다. 즉, 2026년의 BC PNP는 문을 무작위로 여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 아래 관리된 방식으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BC PNP 등록 풀의 구성 역시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2026년 1월 6일 기준, 풀에는 총 11,210명의 후보자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150점 이상을 보유한 후보자는 단 9명에 불과하며, 140~149점 구간은 67명입니다. 반면 130~139점 구간에 791명, 120~129점 구간에 1,170명이 몰려 있습니다. 가장 많은 후보자는 100~109점 구간으로 2,161명에 달하며, 90~99점 구간도 2,048명입니다. 이는 이번 138점 컷이 풀 전체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상위 중간 구간을 직접 겨냥한 기준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연방정부 차원의 정책 환경 변화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2025년 11월 발표된 2026~2028년 이민 레벨 플랜에서, 연방정부는 주정부 이민(PNP) 쿼터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국 기준 PNP 목표 인원은 2025년 5만5천 명에서 2026년 9만1,500명으로 약 66% 증가했습니다. 이는 지난 1~2년간의 제한적 기조에서 벗어나, 다시 주정부를 중심으로 한 지역 맞춤형 이민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한 결정으로 평가됩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역시 이 흐름의 수혜를 받았습니다. BC주는 2026년 총 5,254개의 노미네이션을 배정받았으며, 이는 2025년 초 배정된 4,000명 대비 약 31% 증가한 수치입니다. 비록 BC주가 요청했던 9,000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소한 2025년과 같은 극단적인 제한 국면에서는 벗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BC주는 현재도 IRCC와 추가 배정을 논의 중이며, 향후 상황에 따라 노미네이션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기회 확대와 함께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2026년 1월 22일부터 BC PNP 기술이민 신청 수수료는 기존 1,475달러에서 1,750달러로 인상되었습니다. 이는 약 18.6%에 해당하는 인상폭으로, 주정부 이민 역시 단순히 ‘신청해보는 제도’가 아니라 충분한 준비와 비용 계획이 전제되어야 하는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연방 영주권 신청비, 언어 시험 비용, 학력 평가(ECA), 정착 자금까지 고려하면, 전략 없이 접근할 경우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추첨 이후 초청을 받은 후보자들은 통상 30일 이내에 완성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며, BC PNP의 기술이민 심사 기간은 평균적으로 3~4개월이 소요됩니다. 이후 주정부 노미네이션을 받은 경우, Express Entry 연계 스트림이라면 600점이 추가되어 연방 초청 가능성이 사실상 확정되며, 비연계 스트림의 경우에도 연방 영주권 신청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결국 이번 추첨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2026년 한 해 동안 이어질 BC PNP 운영 흐름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6년 첫 BC PNP 추첨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이민의 문이 다시 열리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그 문은 준비된 사람을 기준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언어 점수, 임금 수준, 경력의 질, 지역 전략까지 종합적으로 설계된 후보자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구조는 앞으로 더욱 명확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끝났다는 해석보다는, 이제는 준비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판단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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