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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만들수록 손해’ 美 위스키 1위 ‘짐빔’도 멈췄다

유진우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12-22 07:50

‘역대 최고’ 재고에 증류소 가동 중단
글로벌 위스키 시장 공급 과잉 심화

▲켄터키주 클레어몬트에 위치한 제임스 B. 빔 증류소. /켄터키 버번 트레일

미국 켄터키 버번 위스키를 상징하는 브랜드 짐빔(Jim Beam)이 내년 한 해 동안 켄터키주 메인 증류소 가동을 멈춘다. 전 세계 위스키 시장이 역대급 재고 과잉과 수요 둔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상황에서 내린 고육지책이다.

전문가들은 버번 위스키 업계 1위 브랜드가 주력 공장 문을 닫을 만큼 시장 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올해 트럼프 행정부 무역 정책에 따른 관세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미국 위스키 산업 전반에 대규모 구조조정 압력이 몰아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주류 전문 매체 위스키 애드버킷과 루이빌 비즈니스 저널 등에 따르면 짐빔 브랜드 소유주 산토리 글로벌 스피리츠는 켄터키주 클레어몬트에 위치한 제임스 B. 빔 증류소를 내년 1월 1일부터 1년 동안 가동 중단한다. 짐빔 측은 "소비자 수요 변화에 맞춰 생산 수준을 최적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짐빔 같은 거대 브랜드가 핵심 생산 기지를 1년이나 비워두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버번 위스키는 옥수수를 주원료로 만드는 미국 대표 증류주다. 짐빔은 이 분야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이렇게 상징적 브랜드가 1년간 증류를 중단하는 것은 위스키 시장 호황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현재 미국 버번 위스키 업계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재고 원액으로 골치를 썩고 있다. 켄터키 증류주 협회(KDA)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기준 켄터키 내 숙성 중인 버번 배럴(오크통)은 1610만 개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켄터키 인구가 약 450만 명임을 고려하면 주민 1명당 위스키 3.5통 이상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버번 위스키 수요가 폭발하기 전이었던 20년 전에 비하면 재고량이 세 배 이상 늘었다.

켄터키주는 매년 증류소 창고에 보관된 숙성 위스키 통에 종가세(Ad Valorem Tax)라는 독특한 세금을 부과한다. 술이 오크통 안에서 익어가는 시간 동안 매년 세금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다. 재고가 늘어날수록 제조사가 짊어져야 할 세금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KDA에 따르면 올해 켄터키 증류업계가 내야 할 숙성 배럴 세금은 약 7500만 달러(약 110억 원)에 달한다. 지난 5년 사이 숙성 세금은 163% 폭증하며 제조사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넘쳐 나는 재고와 달리 시장 수요는 빠르게 식었다. 미국 성인 음주량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줄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성인 음주율은 62%에서 2024년 58%로 떨어졌다. 올해는 54%까지 하락했다. 조사 사상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위스키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35~54세 중년층 음주율은 70%에서 56%로 크게 줄었다.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18~34세 젊은 성인 음주율 역시 2023년 59%에서 2025년 50%로 확연하게 떨어졌다.

그 결과 미국 내 위스키 판매량은 2023년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도 판매량이 2.7% 더 하락하며 2년 연속 움츠러 들었다. 위스키 애드버킷은 "지난 20년 동안 이어진 버번 붐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며 "이제 대규모 공급 과잉을 해결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조정기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대외적인 여건도 암울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은 수출 비중이 높은 미국 위스키 업계에 거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유럽연합(EU)과 관세 전쟁을 벌일 당시 미국산 위스키는 25% 보복 관세가 붙으면서 수출액이 순식간에 반토막 났다.

올해는 미국 위스키 최대 수입국이었던 캐나다가 3월 무역 분쟁 재점화 이후 사실상 버번 위스키 수입을 멈췄다. 업계에서는 올해 캐나다 위스키 수출량이 작년보다 60% 줄어든 것으로 추정한다.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한국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 시장도 내수 시장 침체로 위스키 열기가 식었다. 미국 내 갈 곳 잃은 재고를 처리할 만한 유일한 창구였던 해외 시장 활로마저 막혔다는 뜻이다.

생존을 위한 비상 경영은 짐빔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다른 미국 위스키 업계 공룡들은 짐빔보다 앞서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잭 다니엘' 제조사 브라운포맨은 올해 초 켄터키주 루이빌에 있는 오크통 제조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직원도 약 640명을 해고했다. 브라운포맨 측은 공장 폐쇄를 통해 연간 최대 8000만 달러를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불릿'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 주류 기업 디아지오도 위스키 판매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디아지오는 올해 초 켄터키 리배넌 증류소를 일시 가동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켄터키 내 다른 증류소인 스티첼-웰러 설비는 전면 폐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위스키 산업이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경고했다. 미국 내 소비 둔화, 재고 과잉에 관세와 수출 변수라는 세 가지 요인이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투자은행 TD 코웬은 보고서에서 "위스키 소비자들은 더 비싼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층과 아예 소비를 줄이는 두 계층으로 나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거나 더 저렴한 대체재를 찾는 과정에서 대중적인 위스키 브랜드들은 계속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위스키 애드버킷 역시 "미국 위스키 산업이 유례없는 강세장을 지나 강력한 역풍을 맞고 있다"며 "생산 중단과 감원, 시설 폐쇄처럼 미국 위스키 업계가 내놓는 대응책이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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