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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관세전쟁 90일 휴전···세계가 한숨 돌렸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5-05-12 11:08

마라톤 협상 끝에 '빅딜' 합의

지난 2019년 6월 28일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White House Flickr


관세를 경쟁적으로 올리며 무역 전쟁을 벌여온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 대한 관세를 크게 내리기로 합의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지난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2기’ 출범 후 첫 고위급 무역 협상을 한 미·중 양국은 이날 ‘제네바 경제 무역 회담 연합 성명’을 통해 지난 2월 이후 계속 올려온 서로 간의 관세를 90일간 낮추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중국에 부과한 145% 추가 관세를 30%로, 중국은 미국에 보복관세로 매긴 125% 관세를 10%로 내리기로 했다. 관세율을 각각 115%포인트씩, 같은 폭으로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더 큰 폭으로 미·중 간 관세가 하향 조정됐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은 관세 인하 시한을 일단 90일로 정한 후 협의체를 구축해 후속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제네바 협상에 참여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공동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중 간)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양국 대표단은 어느 쪽도 디커플링(경제 분리)을 원치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미국에 대항해 결연하게 반격해 왔다”면서 “이번 회담의 공동성명은 양측이 평등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견을 해결하는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했다.

세계 양대 강국의 격렬한 무역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 공포가 번지던 글로벌 시장은 이날 미·중의 극적인 합의에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중국 기업이 많이 상장된 홍콩 항셍지수는 미·중 관세 합의 발표 후 크게 올라 전일보다 3% 급등해 거래를 마쳤다. 다만 양국 간 관세 인하 시효가 일단은 90일로 정해져 추가 협상의 움직임에 따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위험도 있다.

◇‘치킨게임’ 벌이던 美·中, 자국 경제 흔들리자 타협

트럼프 재집권 이후 개시된 미·중 2차 무역 전쟁은 미국이 지난 2~3월, 중국의 펜타닐 유통을 문제 삼아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막을 올렸다. 이후 미국은 지난달 대중(對中) 무역 적자를 이유로 중국산 모든 제품에 총 1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해, 누적 145%의 추가 관세를 매겼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125%에 달하는 보복관세를 매기고, 희토류 7종 수출을 제한하며 강경 대응했다. 이로 인해 양국은 사실상 ‘무역 절교’ 상태로 치닫는 가운데 이날 극적인 합의가 나왔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9일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80% 수준이 적절하다”고 했는데 이날 발표된 관세 인하 폭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미국의 트럼프가 선공(先攻)을 날리고 중국이 역공(逆攻)해온 미·중 관세전쟁은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자존심 싸움으로 확전됐다. 하지만 관세전쟁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미국의 주식·채권·통화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고, 중국도 미국으로의 수출 감소로 제조업 일자리 감소 우려가 대두되자 결국 양국이 ‘휴전’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 협상엔 미국 측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중국에선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차관)이 참석해 이틀간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트럼프의 ‘대중국 추가 관세 145%’ 발표 이후 약 한 달간 미 금융 시장은 주식·채권·통화가 동반 하락하며 극심한 혼란에 빠졌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 증가율)이 예상보다 훨씬 낮은 마이너스 0.3%를 기록한 것도 시장에 충격을 줬다. 관세 인상 우려에 미 기업들이 수입품을 미리 ‘사재기’ 하면서 미국의 무역 적자가 오히려 확대되고 경제가 수축된 것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 이후 극심해졌다가 간신히 진정된 인플레이션이 다시 악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됐다. 관세는 수입국의 개인·법인이 내기 때문에 관세가 올라가면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도 겉으로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펑페이다오디(奉陪到底·기꺼이 끝까지 상대해 드리지)’란 구호를 내세웠지만, 소비 부진과 청년·저소득층 실업 문제가 심화하는 상황이라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불편한 상황이었다. 3월 중국의 청년(16~24세, 재학생 미포함) 실업률은 16.5%로 3개월 연속 16%를 넘겼다. 중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 경우 실업률이 더 오르면서 국민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나온 협상 결과에 대해 양국은 서로 “우리가 이겼다”라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유명 논객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이번 합의는 중국의 큰 승리이고, 중국은 유일하게 미국과 협상에서 ‘평등 원칙’을 지켜낸 나라”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0일 협상 첫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며 “중국이 관계 정상화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 타결된 관세 인하 방안에 ‘90일간’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고, 미·중 간 무역을 두고 인식 차이가 커 향후 추가 협상 과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충격적인 고율 관세가 일시적으로나마 유예된 것은 양국 기업들에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관세전쟁의 후유증은 더 지속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유예 기간 중의 낮은 관세를 활용하려 수입 경쟁을 벌이면 해상 운임이 일시적으로 치솟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미·중이 관세 유예에 합의하면서 트럼프는 취임 후 전방위적으로 벌여온 주요 관세전쟁에서 대부분 한 발 물러난 상황이 됐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캐나다·멕시코에 국경 통제와 펜타닐 유입 문제를 들어 국가 관세 25%를 부과했다가 곧 유예했고, 지난달 초 한국 25%를 포함해 세계 57국에 매긴 상호 관세 또한 중국을 제외하고 7월까지 유예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어 12일 중국에 대한 상호 관세까지 대폭 내린다고 밝히면서 전 세계에 일괄적으로 추가 부과한 10% 일률 관세와 자동차 등 일부 상품에 대한 품목 관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관세가 축소·유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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