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고국방문 후기”

김유훈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1-15 14:12

김유훈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언젠가 고국에서 유행했던 노래가 있다. 

그 노래는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였다.  이 노래는 대한민국이 어려웠던 시절 많은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며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어졌던 대중가요이다. 그 당시 방송에서 흘려나오는 노랫가락은 내 입에서 무심코 흘러나올 정도로 잘 알려졌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는 이렇게 희망을 주는 노래와 꿈을 갖게하는 설교는 듣는이들에게 희망을 갖게하거나 꿈을 꾸게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힘이 있다.  

  내가 신학대학 때, 스승인 곽선희 목사님께서 우리들에게 “지금 할머니들까지 미국에 다녀오는 시절인데 목사가 외국을 모르고 어떻게 다음 세대의 목회를 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시며 “가능하다면 해외에 다녀오던지 유학을 다녀와야 할 것이다.” 라는 강의를 해 주셨다. 뿐만 아니라 그의 설교 중에는 반드시 “내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라는 말씀을 수없이 많이 하셨다.  

 그 후 내가 밴쿠버 공항에서 곽선희 목사님을 영접하게 된 일이 있었다. 그 때 목사님께서 “아니, 자네가 여기에 있구만~”, 하셔서 나는 “네, 목사님께서, 예전에 할머니도 외국에 다녀온다하여 이렇게 유학을 왔습니다” 하며 함께 웃었던 일이있었다. 그 때 조영택 목사님과 곽목사님을 모시고 빅토리아 관광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유학 후 고국에 “쨍하고 돌아가리라”라는 꿈은 푸른 바닷물이 바위를 만나 부서지는 파도처럼  산산히 부서지는 물방울과 기체로 되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채 지금은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트럭커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민자가 되었다. 이민자로서 이곳에서 우리가족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일하는 동안 세월도 흐르고 내 머리도 높은 산위에 흰 눈이 내리듯이 하얗게 변해버렸고 젊었던 얼굴은 굵은 주름, 잔 주름이 늘어난 할아버지 모습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않는 것은 오래전 비행기를 타고 올 때의 그 마음이다. 내가 외국에서 나이도 잊은 채 일하게 된 근원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젊음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열심히 일하고 지내면서 나의 마음 속에는 “나는 영원한 토종 한국인”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나의 직업이 트럭을 타고 홀로 길을 달릴 때면 우리의 정서가 그립고 외로움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칠 때면 나는 아내에게 연락하여 “여보, 고국행 비행기 표 예약 해”하며 고국을 방문할 희망을 안고 운전을 하였다. 

 나는 지난 10월에 훌쩍 이곳을 떠나 11월에 고국에 다녀왔다. 인천 공항이 가까워지면서 부터 내 마음은 설레였으며 공항 로비에서는 나도 모르게 어린애 마냥 웃는 얼굴로 뛰어다녔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한 후 부터는 서울의 옛모습을 찿아 다니기 시작하였다. 경복궁, 덕수궁, 그리고 남대문과 광장시장에서 많은 사람들속에 섞여 지내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서울의 모습은 현대와 옛 모습이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리고 전국 어디서나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발전된 전자국가의 모습, 놀라운 배달의 민족의 배달문화, 그리고 청계천과 중랑천에 잉어들이 살고 있는 광경은 실로 놀라웠다. 특히 내가 어려서 뛰놀았던 중랑천은 내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놀이터였다. 한 여름에는 물놀이는 물론, 개구리, 모래무지, 붕어 등등을 잡고, 가을에는 벼메뚜기를 잡아 참기름에 복아 먹었으며,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타던 그 시절이 떠올라 나는 잠시 추억속으로 빠져들었다. 고려의 시인 길제가 읆었던 “산천 의구한데 인걸은 간곳이 없네~ ”, 라는 시가 실감이 났다. 

   고국에 있는 동안 옛 친구를 만나고 친지들을 만나고 나니 그동안 내 속에 숨겨져 있었던 외로움과 그리움의 갈증은 어느정도 해소되었다. 특히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의 시간은 세월을 거슬러 우리들의 젊었던 날들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하였다. 서로의 이름을 자유롭게 부르는 옛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은 영화의 장면같은 추억이 떠오르며 그 순간 만큼은 생생한 기억들이 살아나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밴쿠버로 돌아오니 우리 문인협회 회원 한명이 캐나다 생활을 접고 고국으로 영주귀국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마 그는 나보다 더한 불치의 향수병에 걸린 듯하다. 우리 문인 중에는 해마다 이곳을 떠나 고국을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문학을 하고있음은 풍부한 감성과 예민한 정서를 갖고 있기에 더욱 향수병에 걸릴 위험이 있나보다. 나와 내 아내는 이미 고국을 향한 전염병에 걸린 것 같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대관령 양 떼 목장에 눈이 내린다영하 13도의 추위 속목장 언덕에 눈이 쌓이고돌풍 바람은 눈보라를 일으키며뿌연 안개를 뿌린다뺨을 때리는 눈보라로 얼굴이 얼얼하다뒤로 돌아서서 바람을 막아보지만앞으로 곤두박질 치고 만다전날 내린 비로 나뭇가지마다물방울이 얼어서 유리 구슬이 트리처럼 달리고세찬 바람에 꺾어진 가지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아래를 보나 위를 보나멀리 보나 가까이 보나 하얀 눈의 세계몸이 휘청 거리게 흔들어 대는...
조순배
  늙은 개와 70 이 넘은 늙은이는 그 성질을 바꾸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그들의 사고나 생활 습관이 이미 오랫동안 굳어지면서 그걸 고치기가 매우 힘들다는 이야기 인 듯하다. 필자의 경우도 새벽 2시 경이 되어야 겨우 잠자리에 드는 나쁜 습관을 옆에서 바꾸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마이동풍이다. 마찬가지로 상대가 하는 행동이나 말이 내 마음에 안 들어도 웬만하면 그냥 접고 만다. 특히 정치 이야기나 종교 이야기가 나오면 아무 소리...
정관일
하루를 다독인다 2024.02.12 (월)
하늘에 먹구름 한 점이 맘에 짙게 내린 어스름 같아바람이여 가져가라 했는데바람이 더디 온다고 구름은들먹들먹 울고 있다홀로 쏟는 속 울음이그리 쉬이 강이 되어 흐를 수 없어언젠가 올 바람을 기다리며두 손 모아 축축한 무릎그렁그렁 눈물로 씻는다마음에 창 하나 그려하늘가에 열어 놓고알몸으로 굴러야 했던 하루를바람결 이랑이랑 애절히 묻고가슴 비벼 문지르며썩어라, 아픔도 잘 썩으면꽃으로 피어나리버거웠던 하루를 다독인다
한부연
시인의 뜨락 2024.02.12 (월)
허퉁할 때 들여다보는 비밀의 뜨락이 있다몸집 가녀린 진달래가 머리숱 돋은 반송을 두르고실팍한 일본단풍 뒤 키만 껑충한 설악산 단풍나무 새강아지풀 같은 입술 내민 양버들까지다들 고꾸라질 듯 앞으로 몸을 내밀고 있다볕이 그리운 게다서녘볕이나마 온몸에 받고 싶은 게다고곡 방문길 노시인의 속주머니에 묻어와노수필가의 정성으로 틔운 고향 진달래병든 소설가의 퇴원길에 안겨온 희미한 분홍색 튤립제각기 다른 품, 다른 발길에...
김해영
전나무와 향나무 2024.02.12 (월)
   나무를 잘랐다. 앞마당에서 전나무와 함께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었던 향나무였다. 이사 왔을 때만 해도 둘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해가 지나 서로의 몸체가 불어나면서 향나무 가지가 전나무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향나무와 맞닿은 전나무 부분은 푸른색을 잃으며 죽어가고 있었다. 향나무를 진즉 다듬어 주어 서로의 간격을 마련해 주어야 했다. 나무에 대해 잘 몰랐던 무지함과 게으름의 결과였다....
민정희
광교산 계곡에서 출발해 소리 없이 흘러온 물이 수문 앞에 다다라 소용돌이쳤다. 태양이 서포루(화성 서측 성벽 위 2층 누각) 너머로 뚝 떨어지는 순간, 사나운 포성을 질렀다. 기울어지지 않고 평평하던 물이 일곱 홍예(화성의 북쪽 수문)를 지나 수직 낙하하며 갑자기 격정의 폭포수로 변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실개천보다 크고 일반 하천보다 작은 공간에 소망을 추구하는 사람, 우연의 재회를 꿈꾸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꿈들이 모여 방주의 천정...
박병호
   어린 시절 나는 눈을 참 좋아했다. 눈이 오는 날이면 동생과 뛰쳐나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코끝과 손끝이 발개져서 집에 들어오면 갑작스레 따뜻해진 공기에 손발이 가려워 피가 맺힐 때까지 긁어 대곤 했다. 그래도 동네 친구들과 함께 눈을 굴려 가며 누가 더 큰 눈사람을 만들지를 겨루는 시간은 더없이 즐겁기만 했던 기억이다.  그 시절 눈이 오면 부모님이 “눈이 오네. 길 얼지...
윤의정
그림자 3 2024.02.05 (월)
한여름 고산의빙하를 감상하고내려오다 길을 잃었다초저녁부터브랜디와 와인을 걸친 산의 양 어깨는더욱 무거워 보였다어둠 속에서 혼자 싸우다 먹칠하다무사히 내려왔다​라면 끓여 허기 채우고산짐승 공포와 습기를 머금었던이슬 친 옷가지며 어두웠던 마음조차따사로운 모닥불에 털어 말렸다빠닥빠닥 말리고 훌훌 날려버렸다진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선애써 잠을 청했다산 그림자 서늘하다 못해오싹한 밤이었다​날카롭게 흘기던외 눈 달빛...
하태린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