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자녀 4명 살해 혐의로 20년 옥살이··· 과학자들이 무죄 밝혀냈다

이혜진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2-15 08:08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헌터 밸리 출신인 폴비그의 네 자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패트릭, 로라, 케일럽, 사라

자녀 네 명을 살해한 혐의로 ‘역사상 최악의 여성 연쇄살인범’으로 낙인찍힌 호주 여성이 20년간의 옥살이 끝에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억울함을 풀었다. 이 여성은 자녀들이 자연사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 숨진 두 딸에게서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면서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15일(현지시각) CNN, BBC 등에 따르면 전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항소법원은 네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캐슬린 폴비그(56)에 대해 아이들이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죄 판결을 파기했다. 폴비그는 1989년부터 10여년 동안 자신의 네 자녀 중 3명을 살해하고 1명을 과실치사로 사망하게 한 혐의로 2003년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1989년 첫아들 케일럽에 이어 1991년 패트릭, 1993년 사라, 1999년 로라가 각각 사망했다. 처음엔 아이들이 영아돌연사 증후군으로 사망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법의학 병리학자가 로라의 사망 원인을 ‘미확인’이라고 판단하면서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폴비그는 자녀들이 자연사했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그가 아이들을 질식시켜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폴비그가 이들을 살해했다는 물리적인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지만,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그의 일기장이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됐다. 당시 배심원단은 자녀 4명이 모두 자연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숨진 두 딸에게서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하면서 이 사건은 반전을 맞았다. 카롤라 비누에사 호주국립대 교수는 2019년 연구에서 폴비그가 ‘CALM2 G114R’이라는 희귀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사라와 로라 두 딸 역시 이 유전자를 물려받았음을 밝혀냈다. 비누에사 교수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돌연변이가 심장마비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2021년 존 샤인 호주학술원장과 노벨상 수상자 2명을 비롯한 90여명의 과학자, 과학 동호인들은 NSW주 주지사에게 ‘폴비그의 자녀들이 모두 자연사했을지 모른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NSW주는 은퇴한 톰 배서스트 전 판사에게 재조사를 맡겼고, 그는 재판에 제출된 모든 증거를 재조사한 결과 유죄 평결이 잘못일 수 있다고 결론냈다. 폴비그는 20년간 감옥 생활 끝에 지난 6월 사면돼 석방됐다. 그는 항소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결국 유죄 취소 판결을 받았다.

폴비그는 “내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답을 최신 과학과 유전학을 통해 알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과거에도 나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이 예기치 않게 숨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나를 비난하기를 택했다. 제가 겪었던 일을 다른 누구도 겪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폴비그의 법률대리인은 실질적 배상을 청구할 계획이지만, 청구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호주 과학 아카데미의 안나마리아 아라비아 대표는 이번 사건이 ‘린디 체임벌린’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고 했다. 체임벌린은 1980년 생후 9주 된 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새로운 증거가 밝혀지면서 유죄 판결이 폐기됐다. 그는 감옥에서 4년을 보내 1992년에 연방정부로부터 130만 달러(약 16억8000만원)를 받았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미국의 유명 해산물 레스토랑 체인 ‘레드랍스터’가 파산 절차를 시작하면서 자산을 매각하고 매장 수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시행할 계획이다. 단돈 20달러(2만7300원)에 새우를...
11일(현지시각) 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015년부터 탈모로 고통받다가 튀르키예에서 모발이식 시술을 받은 기자 스펜서 맥노턴의 체험기를 보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보도화면...
미국 내에서 곤충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며 매미를 식용 곤충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 보도화면 캡처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지난해 세계 최고령자로 기록된 스페인 여성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가 올해 117세 생일을 맞았다. /페이스북지난해 세계 최고령자로 기록된 스페인 여성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가 올해...
일본 하네다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던 일본항공(JAL) 516 여객기에서 승객들이 탈출하는 모습. /엑스(@ricole0704)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2일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 직후 일본...
대낮 러시아 벨고로드 도심에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이 쏟아졌다. 이 공격으로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11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트위터)우크라이나가 전쟁 발발 이래 러시아로부터 최대 규모의 공습을 당한 다음 날인 30일(현지시각) 러시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헌터 밸리 출신인 폴비그의 네 자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패트릭, 로라, 케일럽, 사라자녀 네 명을 살해한 혐의로 ‘역사상 최악의 여성 연쇄살인범’으로...
프랑스 파리 중심부 에펠탑 인근에서 한 프랑스 남성이 흉기와 둔기로 관광객들을 공격해 최소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이날 저녁 이 남성은 에펠탑 근처의 그레넬 부두와 비르하켐 다리 사이에서...
영국 매체, 왕실 관련 서적 ‘엔드게임’ 네덜란드판에 언급된 왕실 인사 실명 공개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의 아기 피부색에 관한 대화를 나눈 왕실 인사로 찰스 3세 국왕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가 지목됐다. 해리 왕자 부부와 가까운 전기 작가가 출간한 책의 네덜란드판에 이같은 내용이 실수로 기재된 것이다.BBC 등 영국 현지 매체는...
25일(현지시각) 2차 석방으로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 힐라 로템(13·사진 왼쪽)과 그가 삼촌과 재회한 모습. /이스라엘 인질과 실종자 가족 포럼·이스라엘 방위군이스라엘 인질 중 한국을 방문했던 10대 소녀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함께 납치됐던 어머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민인 13세 소년 아우니 엘도스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의 일부. /엑스(트위터)“2022년 유튜브 구독자 1000명 모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1년여 전 소소한 바람을 수줍게 전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소년은 꿈에 그리던 100만 유튜버가...
외신 보도 ‘스펀지폭탄’ 이해 돕는 화학 실험 영상 보니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 방위군 (IDF)이 최근 하마스의 지하터널 봉쇄를 위한 거품폭탄이라는 화학폭탄을 시험했다고 보도했다. 스펀지 폭탄은 빠르게 팽창했다가 굳어지는 거품을 폭발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하여 하마스 전사들이 나올 수 있는 틈이나 터널 입구를...
이스라엘군(IDF)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이슬람사원(모스크)을 공습했다. IDF는 이곳을 테러 공격을 계획하는 무장단체 지휘소로 지목하며 “공격을 계획 중이던 팔레스타인...
영국-이스라엘 국적의 여성 예비군 모리아 멘서(21)와 A(26)씨. /데일리메일 보도화면젊은 유대인 여성들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면전에 자원해 목숨을 걸고 싸울 준비를 하고...
별세 DFS 척 피니의 일생, NYT 등 연일 재조명
찰스 프란시스 피니(척 피니). /X(@powerian)돈은 매력적이지만 그 누구도 한 번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는 없다.척 피니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그렇다 한들 10조원의 재산을 사회 곳곳에 나눠주고 홀연히 떠날 수 있는 이는 세상에 몇 없을지 모른다. 92세의...
13일(현지시각) 저녁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에서KC-330(시그너스) 군 수송기에 탑승한 우리 교민 어린들이 태극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국방부 제공“솔직히 한국에 경의를 표하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선전물을 배포하는 텔레그램 계정에 최근 올렸던 한 영상에 염포에 쌓인 인형이 그대로 노출됐다. /소셜미디어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인형’을 소녀로 둔갑 시켜 장례식을 치르는 선전용 가짜 영상을 만들었다가 인형의...
먼지와 핏자국으로 엉망이 되어 눈에 초점을 잃은 채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는 한 남성이 우두커니 서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구조대원이 스파이더맨 잠옷을 입은 열살짜리 아들의 시신을 시신 운반용 가방에 옮기는 모습이었다.6일(현지시각) 영국...
올 9월은 전세계와 한국이 각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9월을 경험했다.5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발표에 따르면 올해 9월은 전세계...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어린이집에서 영아들이 마약에 노출돼 1명이 사망했다. /abc 방송화면 캡처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어린이집에서 3명의 아이가 낮잠 시간에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했다. 1세 영아는 결국 사망했는데, 사망 원인이 마약의 일종인 아편성...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