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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사진 복붙하고 “인상 깊었다”··· 공무원 잼버리 유럽 출장 보고서 보니

최혜승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8-07 11:51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영국의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 및 도시재생 우수사례 연구, 프랑스 파리의 우수 축제 및 자연자원 랜드마크 연구' 보고서. 보고서에 첨부된 첼름스퍼드 하이랜즈파크 사진 6개 중 최소 4개는 온라인에 이미 올라왔던 사진으로 확인됐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영국의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 및 도시재생 우수사례 연구, 프랑스 파리의 우수 축제 및 자연자원 랜드마크 연구' 보고서. 보고서에 첨부된 첼름스퍼드 하이랜즈파크 사진 6개 중 최소 4개는 온라인에 이미 올라왔던 사진으로 확인됐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000억원 넘는 예산 중 조직위원회 운영비로만 740억원 가까이 쓰이면서 담당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 활동을 이유로 외유성 출장을 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7일 국외출장연수시스템에서 잼버리 명목의 출장 결과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외유성 출장으로 보이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 온라인에 올라와 있던 사진과 기사 내용을 보고서에 그대로 옮겨 붙이거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본 후 잼버리와의 관계를 무리하게 연결하기도 했다.

일례로, 2019년 10월 부안군 공무원 4명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로 10일간 출장을 떠났다. 영국의 잼버리 대회 개최지와 파리의 우수 축제를 방문하고 도시재생 사례를 연구한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출장 일정표에는 목적과는 동떨어진 유명 관광지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영국 도착 이튿날 이들은 버킹엄궁전, 웨스트민스터사원, 내셔널갤러리 등을 방문했다. 프랑스로 이동한 후에도 이들은 오르셰 미술관, 몽셸미셸 수도원 등을 방문했다. 모두 유명 관광지들이다. 보고서에는 간략하거나 추상적인 내용들만 담겼다. ‘10분마다 운행하는 셔틀버스로 관광객 편의 확대는 물론 환경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음’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공간 확대로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등이었다.

2019년 국외여행보고서 중 첼름스퍼드 하이랜즈파크 관련 이미지에는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각각 페이스북 'Hylands Estate Weddings' 계정(왼쪽)과 트위터 'RiZEFestival' 계정에 올라와있는 사진들. /페이스북, 트위터
2019년 국외여행보고서 중 첼름스퍼드 하이랜즈파크 관련 이미지에는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각각 페이스북 'Hylands Estate Weddings' 계정(왼쪽)과 트위터 'RiZEFestival' 계정에 올라와있는 사진들. /페이스북, 트위터
2019년 국외출장 보고서에 첨부된 사진과 비슷한 사진이 검색 포털 '구글'에 올라와 있다. /구글
2019년 국외출장 보고서에 첨부된 사진과 비슷한 사진이 검색 포털 '구글'에 올라와 있다. /구글

또한, 출장 결과 보고서임에도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들이 보고서에 다수 첨부되어 있었다. 다른 출장보고서에는 자신들의 활동 사진이 실린 것과 대조적이다.

부안군 공무원들의 출장 일정 중 잼버리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곳은 제21회 잼버리대회가 열렸던 영국 첼름스퍼드의 하이랜즈파크다. 이날 방문 일정은 하이랜즈파크 단 하나만 기재돼 있다. 하지만, 이곳과 관련된 첨부 사진 6장 중 최소 4장은 하이랜즈파크 페이스북이나 각종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것들로 확인됐다.

우수 축제 사례로 꼽은 몽마르뜨 포도축제에도 온라인이 출처로 보이는 사진들이 일부 포함돼 있었다. 사흘간 참여했다는 해당 축제에 관한 느낀 점은 단 5줄로 요약됐다. ‘프랑스 전역의 포도주 제조업자들이 참여하여 와인 시음행사, 다양한 먹거리 마련→부안만의 자원을 대표 축제에 접목시켜 축제는 물론 관광자원까지 홍보하는 방안 고민’ 등의 내용이었다. 미성년자 스카우트 대원만 참여할 수 있는 잼버리를 준비하기 위한 출장에서 ‘와인 시음행사’에 참여하고, 이를 통한 홍보 방안을 고민한다는 게 올바른 방향성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잼버리 명목의 공무원국외여행 귀국보고서 중 몽마르뜨 포도수확축제 내용 일부./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잼버리 명목의 공무원국외여행 귀국보고서 중 몽마르뜨 포도수확축제 내용 일부./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2018년 6월 '세계잼버리 사례조사 출장 결과보고'에 올라온 베네치아 견학 내용 일부(왼쪽)과 '뉴스청양'의 2014년 기사 일부가 일치한다. /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2018년 6월 '세계잼버리 사례조사 출장 결과보고'에 올라온 베네치아 견학 내용 일부(왼쪽)과 '뉴스청양'의 2014년 기사 일부가 일치한다. /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부실한 해외출장 보고서는 또 있다. 전북도 공무원 5명은 2018년 5월 ‘세계잼버리 성공개최 키맨 면담 및 사례조사’를 목적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찾았다.

6박8일간의 여정 가운데 잼버리 관련 일정은 첫날 유럽스카우트 이사회 전 의장 면담, 둘째 날 세계스카우트센터 방문이 전부였다. 나머지 기간에는 선진 관광 정책을 분석한다는 이유로 주요 관광지들을 들렀다. 일정 절반에 해당하는 3일 동안 잼버리를 개최한 경험이 없는 이탈리아로 가 밀라노와 베네치아를 둘러봤다. 특히 2페이지를 베네치아에 대한 소개로 할애했는데, 이마저도 2014년 지역 매체의 기사 내용과 동일했다.

이외에도 부안군은 ‘크루즈 거점 기항지 조성을 통한 잼버리 개최지 홍보’를 이유로 2019년 10월 중국 상해에서 크루즈 팸투어를, 2019년 12월에는 대만 타이베이 101타워 전망대 및 지룽 크루즈 터미널 등을 다녀왔다.

정부에 따르면 2018~2023년 잼버리 준비 기간 투입된 예산은 1171억여원이다. 이 중 조직위원회 인건비 등 운영비로만 740억원 넘는 돈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화장실·샤워장 등 야영장 시설 조성에는 129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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