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비켜” 핼러윈 참사 유가족, 시청 앞 분향소 기습 설치

양승수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핼러윈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참사 100일째를 하루 앞둔 4일 집회를 벌이던 중 서울시청 앞 광장에 희생자 분향소를 기습적으로 설치하고 나섰다. 경찰이 신고되지 않은 집회 내용이라며 제지에 나섰으나, 집회 참여자들은 몸으로 경찰을 밀어내고 분향소 설치를 강행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시민회의)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에서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를 여는 행진을 시작해 광화문으로 향하던 중, 오후 1시 10분쯤 시청 앞 세종대로에서 행진을 멈추고 분향소 설치에 나섰다. 이들은 “광화문에서 분향소를 차리지 못하게 하니, 책임을 져야 할 오세훈이 있는 시청 앞에 분향소를 차리자”며 도로에서 광장 위로 올라섰다.

이는 서울시에서 유가족 측에서 요청한 광화문 광장 내 추모 공간 설치를 허가하지 않은 데 따른 대응으로, 시는 지난달 30일 유가족 측에 광화문 광장 대신 녹사평역 안에 추모 공간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이날 분향소가 설치되는 과정에서 도로와 인도 사이에 있던 경찰들이 집회 참여자들과 몸싸움 끝에 밀려났고, 집회 주최 측은 트럭에서 목재 합판과 각목, 천막 등을 꺼내 급히 분향소를 설치했다. 일부 참여자들은 경찰을 몸으로 연신 밀며 “쓰레기 경찰들” “희생자도 모자라서 희생자 가족들도 위협하냐”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후 단 10여분 만에 간이 분향소가 설치됐고, 집회 참여자들은 “경찰과 공무원들이 분향소를 철거하지 못하도록 막자”며 분향소 주변을 에워쌌다. 집회 주최 측도 트럭 위에서 “유가족들을 위해 경찰을 막아달라” “경찰이 아닌 시민이 질서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근에서 대기하던 인원을 급히 투입하고, 이날 오후 1시 34분쯤 “신고되지 않은 집회 내용에 대해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경고 방송을 송출했다. 그러나 분향소를 둘러싼 집회 참여자들에 막혀 경찰과 시청 공무원 등이 분향소 설치를 막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참사 유가족과 집회 참여자들은 이날 오후 2시에 당초 광화문 세종대로 북단에서 집회를 벌이기로 했으나,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경찰들은 물러가라” “안전하게 설치하고 있으니 우리를 자극하지 마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찰과 시청은 분향소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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