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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전단지 광고··· 노인들 마지막 생계수단도 사라진다

서보범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1-22 10:58

노동숙련도 낮은 노인들 생계 활동에 큰 타격 일자리 찾는 노인에 전단지 광고 못 끊기도
1월 14일 오후 2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비 내리는 길거리에서 우비를 입은 정모(74)씨가 행인들에게 종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1월 14일 오후 2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비 내리는 길거리에서 우비를 입은 정모(74)씨가 행인들에게 종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인천 서구에서 사는 정모(74)씨는 종이 전단지를 나눠주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14일 오후에도 정씨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서 투명한 우비를 입고 파란색 장화를 신은 채 종이 전단지를 지나가는 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정씨의 집에서 이곳 강남역 인근까지는 지하철로 2시간 가량 걸리지만 그는 “오른쪽 고관절 통증이 심한데 하루에 9000원 내고 받는 물리치료 비용을 벌려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전단지 광고가 눈에 띄게 줄면서 정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정씨는 “강남역 일대는 유동 인구가 많아 한 때는 종이 전단지 나눠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6명까지도 보였는데, 지금은 한 두 명밖에 없다”면서 “지난달 구청에서 모집하는 노인 일자리에도 선발되지 못해 막막한데 종이 전단지 나눠주는 일도 이제는 못할 지경이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 감염 우려로 급감했던 전단지 광고는 방역 완화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사라지는 추세다. 지난 10일에는 롯데마트가 한 번 보고 버려지는 종이 전단지는 자원 낭비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25년만에 종이 전단지 광고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전단지 광고 업체 직원 박모(56)씨도 “줄어든 종이 전단지 광고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3년 전에는 하루 최소 3건의 의뢰가 들어왔는데, 지금은 거리두기가 완화됐는데도 하루에 한 건 있으면 다행인 정도”라고 했다. 이어 “광고 매수도 보통 2만장 정도였는데, 요즘은 5000장을 겨우 넘는다”고 덧붙였다.

전단지 알바가 사라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이들은 노동숙련도가 낮은 노인들이다. 지난 15일 일요일 오후 3시 30분쯤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에서 만난 김모(64)씨는 눈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룸카페 플래카드를 등에 둘러메고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김씨는 “전단지 일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요즘 급격히 일이 감소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5년 이상 맡아서 해왔던 일식집 전단지 일감도 잃었다고 했다. 그는 “일식집 사징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전단지 일감을 받았는데 코로나 터지고부터 연락이 끊기더니 아직까지도 전단지 돌려달라는 전화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노인들의 어려운 사정에 눈 감을 수 없어 종이 전단지 광고를 유지하는 이도 있다. 강남역 인근에서 고양이 카페를 운영하는 한모(52)씨는 “전단지 광고 효과를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직 광고를 유지하고는 있다”고 했다.

한씨가 굳이 전단지 광고를 유지하는 건 일감 없냐며 가게를 찾는 어르신들 때문이다. 한씨는 “연락도 없이 노쇼를 하거나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학생들과 다르게 어르신들이 성심성의껏 전단지를 나눠주시는 게 감사하기도 하고, 하루 5만원이라도 꼭 벌어야한다며 전단지 아르바이트 찾는 연락도 계속 와서 그만할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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