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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최악의 상황 ‘나선 효과’ 등장

최형석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7-09 23:31

임금 인상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임금과 물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오르는 ‘나선효과(spiral effect)’가 명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임금(5인 이상 사업체 기준)은 전년동기와 비교했을 때 7.6% 올라, 2분기 소비자물가가 0.3%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분기 물가 상승률이 5.4%였는데 1분기 임금이 동결됐다면 5.1%였을 것이라는 뜻이다.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이 갈 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달 물가는 외환 위기 후 24년만에 최고치인 6%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면한 가장 큰 경제 문제가 물가인데, 임금 인상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은 물가 인상 국면에서 가장 나쁜 시나리오”라며 “그런 현상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 간 상호작용(feedback)이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분기 임금 상승 4년만 최대, 나선효과 시작

나선효과는 임금 상승의 물가 기여도를 통해 확인된다. 작년 1분기 물가 상승률(1.4%)에서 2020년 4분기(10~12월) 임금 인상의 영향(기여도)은 0.07%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년 4분기 기여도는 0.22%포인트로 커졌다. 작년 3분기(7~9월) 임금이 5.4% 올랐는데, 다음 분기인 작년 4분기 물가를 0.22%포인트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지난 2분기 이 수치는 0.3%포인트로 작년 1분기보다 4배 이상 커졌다.

지난 1분기 임금 상승률은 2018년 1분기(8.1%) 이후 4년만에 최대(7.6%)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1분기 평균 임금 상승률(4.2%)보다 두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통상 연초에 성과급 등 인상된 임금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물가 상승 기대심리까지 겹쳐 1분기 임금이 크게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에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며 임금도 올랐다. 당시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다. 그 결과 2018년 1분기 임금 인상이 2분기 물가상승(1.5%)에 미친 영향은 0.3%포인트가 넘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공급쪽에서는 국제 원자재값 고공행진, 수요쪽에서는 서비스 가격의 가파른 상승이 일어나고 있다”며 “서비스 가격의 상당 부분을 근로자 임금이 차지하므로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나선효과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임금 인상의 악순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경쟁적으로 가격과 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사회 전체의 어려움으로 돌아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금 인상은 당장 기업 실적을 악화시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분기 수준(7.6%)으로 임금이 오르고 이를 기업이 전부 흡수한다면 전(全)산업 당기순익은 연평균(2015~2020년) 18.5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기업들은 임금 인상에 따른 손실을 판매 가격에 전가시키거나 인력 감축 등으로 대응한다. 물가가 오르면 임금 실질 가치가 떨어진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임금은 모든 가격 중 가장 나중에 오르는 후행적 성격을 가지므로 물가 상승 속도를 앞설 수 없다”며 “결국 근로자 실질 소득은 만성적으로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분기 소득 상위와 하위 20%를 제외한 나머지 60%로, 중산층에 해당하는 도시 근로자 가구의 1분기 월평균 실질소득은 물가 상승에 1년전보다 최대 2.8% 준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경우 기업이 인력을 줄이면 근로자는 소득원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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