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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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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2-01-31 14:17

이명희(목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 소설 감상평

                                                                                                                이명희(목향)/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서두-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판타지 소설이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합리적 이성과 주체적 선택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작가는 ‘꿈의 해석’을 삶의 방정식으로 풀고 꿈의 형태에 상상을 보탰다. 소설에서 세대 차를 느낄 수 있지만 젊은 사고에 대한 거리감을 버리고 소통 불가의 벽에 갇혀있지 않는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줄거리- 신의 직장이라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업하길 소망하던 페니는 용기 하나로 이력서를 냈고 인터뷰를 받는다. 실력보다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잠이 들면 전개되는 꿈을 파는 백화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감상을 돕기 위해 소설의 기원인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와 전체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프롤로그- 시간을 다스리는 신이 세 제자에게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 물어본다. 첫째는 미래를, 둘째는 과거를, 셋째는 잠든 시간을 선택한다. 현재를 주려던 스승에게 셋째가 말하길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과거에 대한 미련도 없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사람이 굳이 잠들었던 시간까지 포함하여 떠올리지 않고, 거창한 미래를 기약하는 사람이 잠들 시간을 고대하지 않으며, 하물며 잠들어 있는 사람이 깊이 잠들어 있음을 채 깨닫지 못하는데, 부족한 제가 어찌 현재를 다스려 보겠다고 나설 수 있겠습니까?’ 첫째는 미래만 생각하느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사라졌고, 둘째는 좋았던 기억에만 갇혀 세월의 흐름과 예정된 이별,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신이 셋째에게 말했다. ‘그림자가 밤새 경험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은 둘째처럼 연약한 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첫째처럼 경솔한 이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아침이면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이것을 ‘꿈이라 부르거라.’
5층의 백화점은 층마다 기상천외한 꿈을 팔고 있다. 가게 대성황의 날, 이런 꿈을 현실에서 살 수 있다면 흔한 말로 대박 나는 비즈니스일 것이다. 옛 애인을 잊기 위해 도와주는 한밤의 연애지침서는 만나고 헤어지는 고통을 해소할 수 있어 청춘남녀에게 인기 있는 꿈이 될 것 같다. 태몽으로 임신을 알듯이 미래의 배우자나 직장의 합격 여부를 알 수 있는 ‘호기심’과 ‘신기함’의 예지몽은 꿈값을 많이 지불하더라도 누구나 원하는 꿈일 것 같다. 그래서 꿈값이 다양하고 손님들의 ‘데자뷔’가 신기하다고 후기를 남기나보다.
아직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남자들의 의무제 군대는 이야깃거리가 많은데 제대하고도 다시 군대 가는 꿈이나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는데 고3이 되어 수학, 과학 시험을 치르는 꿈이라면 악몽일 것이다. 그래서 투라우마 환불 요청이 있는 건데 꿈속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한 대가로 ‘자신감’과 ‘자부심’이 도착한다는 재치 있는 언어와 꿈의 가치를 손님이 직접 깨닫느냐 마느냐로 고객에게 책임을 넘기는 백화점의 장삿술 또한 재밌다. 백화점 사장 달러구트와 동행한 페니는 꿈 제작자 정기총회에서 많은 꿈 제작자를 만난다. 노쇼로 인한 손해며 홍보에 관한 얘기 중 마케팅의 기본은 스토리텔링이라는 점. 레프라혼 요정들이 식탁을 날아다니며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하는데 ‘하늘을 나는 꿈’을 100명의 손님에게 팔면, 60명 정도에서 꿈값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 꿈값은 ‘해방감’과 ‘신기함’도 있지만 깨고 나면 ‘아쉬움’과 ‘상실감’도 적지 않다. 좋은 꿈을 많이 만들면 손해 보는 일은 없다는 점에 총회의 결론을 내린다.
제작자들의 행사인 이달의 베스트셀러에서 12월 판매고를 많이 올린 셀러 상을 받은 반쵸의 소감이다. ‘저는 늘 어린아이들과 동물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극본상과 신인상을 받은 호손데모나의 ‘군중 속의 고독’은 꿈속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것인데 심사위원은 그녀가 현대인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심리를 극단적인 고독한 상황 안에 가둬버림으로써 내면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꿈을 만들었다며 극찬했다. 그랑프리를 받은 킥 슬럼버는 목발을 들어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가리키며 13살 때,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범고래가 되는 꿈을 꾸고 극한의 자유를 느꼈다고 한다. ‘자유의 불완전함에 대해 생각했다. 범고래는 땅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하늘을 나는 독수리는 바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도와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생명은 제한된 자유를 누린다. 자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라.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절벽 아래를 보지 않고, 절벽을 딛고 날아오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독수리가 되어 훨훨 날아오른 꿈을 완성할 수 있다. 여러분의 인생에도 이런 순간이 찾아오길 기원한다.’
‘Yesterday’와 벤젠고리에서 폴 매카트니의 ‘예스터데이’는 꿈속, 잠재의식 속에서 작곡했기에 이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있었는지 조사해 본 결과 아무도 자기 곡이라 주장하는 자가 없어 그의 곡이 되었다고 한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뜨지 못하던 가수가 오랜 고민으로 이루지 못한 잠을 달러구트가 준 숙면 캔디를 먹고 영감을 얻어 잠속에서 떠오른 멜로디를 채워 곡을 완성했다는 꿈속에서 꿈을 찾은 이야기다. 냐스누즈 오트라는 ‘요즘 사람들은 타인과의 비교를 필요 이상으로 집요하게 하는 면이 있다면서 내 삶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사람들을 위해 기획한 꿈’인데 체험판 출시 ‘타인의 삶’은 꿈속의 남자가 창작으로 8년을 무명생활로 살아 온 남자의 무게를 고작 15일 겪어보는 고통의 시간을 꾸는 건데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과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이야기다. 익명의 손님께서 당신에게 보낸 꿈은 가족 중 누군가 죽은 후에 가족들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다시 만나는 시간을 갖도록 맞춰 놓은 꿈을 배달하여 가족이 그때의 상황을 만끽하며 행복해하는 이야기다.
감상평- 누구나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이 많다. 이룰 수 없고 이뤄지지 않기에 그것이 꿈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부터 현재의 갈등이 반영되는 사람들의 꿈.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꿈은 ‘억압된 욕망의 위장된 성취’라 했다. ‘무의식 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여러 생각이 꿈속에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위장과 은폐를 걷어 내고 꿈의 진짜 의미, 즉 감추어진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꿈을 해석하는 목적이다.’ 반면, 작가는 꿈을 의학적, 심리학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개개인의 어두운 과거를 조명해 밝은 현실로 개선되도록 꿈에 상상의 옷을 입혀 재미있게 서술했다. 고객이 안고 있는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맞춤형 꿈을 꾸게 하여 완치시킨다. 인간에게 고착된 감정의 골, 그 골이 꿈에서 드라마로 재연된다. 치열한 삶에서 잠잘 때만큼은 본인이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도록 다양한 꿈을 판다는 발상. 이런 상상이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라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사람이 자면서 잠꼬대를 하거나 악몽을 꾸는 건 무의식이 현실로 돌출되는 건데 이럴 땐 깨워야 한다. 흉몽을 꾸고 나서 ‘아, 살았다. 꿈이라서 다행이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꿈이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은 저마다의 아킬레스건으로 원하지 않는 꿈을 꾼다. 무의식 속에서 꾸는 길몽, 흉몽, 잡몽, 영몽, 현몽, 역몽, 악몽, 자각몽 등은 희비가 엇갈린다. 현대 문명에 처한 삶의 난이도라고 할까, 우리는 이런 꿈을 피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꿈을 꿀 때마다 정신 상담을 받거나 해몽 책을 읽고 마음을 진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작가는 꿈에 고차원적 세계, 가상의 세계를 현실인 양 과거, 현재, 미래를 하나로 연결했다. 꿈을 꿀 때 환상의 세계에 초점을 맞추었으니 이런 꿈은 꾸어봄 직하다. 그리고 꿈을 꾸어 만족했을 때만 꿈값을 지불한다는 합리적인 꿈 백화점의 운영방침도 신선하다.
문명이 빠르게 전개되어 현대인의 신드롬인 ‘메타버스’가 목전에 있다. 인간의 두뇌보다 똑똑한 전자기기가 나의 삶과 미래를 조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무리-무의식 속의 꿈은 나이와 상관없이 무디게 또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감정의 기복이 따르는 꿈을 이해하고 즐기는 것, 이것은 곧 상상의 세계에 관심을 두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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