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초의 가상 화폐, 시가총액 1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의 정체가 밝혀지게 될까. 13년간 베일에 싸여있던 그의 정체와 그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110만개(현재 시세 약 82조원)의 소유권을 둘러싼 재판이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1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지난 1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州)에서 열리고 있는 한 재판에서 2013년 46세로 사망한 컴퓨터 보안 전문가 데이비드 클라이먼의 유족은 “클라이먼과 호주 출신 프로그래머 크레이그 라이트가 바로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했다. 2명이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사용한 공동 창시자라는 것이다.
소송의 목적은 세계 최초 가상 화폐 창시자라는 명예가 아니라 사토시 나카모토의 몫으로 배정된 비트코인 110만개의 소유권이다. 현재 가치로 약 700억달러에 달한다. 유족들은 크레이크 라이트를 상대로 “110만개 중 절반을 달라”는 소송을 청구했다.
비트코인은 2008년 10월 31일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밝힌 프로그래머가 9쪽짜리 설명서를 단체 이메일로 보내며 공개됐다. 그는 그후 1년에 걸쳐 110만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해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비트코인을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는 가상 화폐에 관한 가장 큰 의문으로 남아 있다. ‘사토시’의 신상에 대해서 알려진 사실은 이메일 주소 정도인데 그나마도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2014년 뉴스위크가 일본계 미국인 도리언 나카모토를 사토시라고 지목한 적이 있지만, 본인과 사토시가 즉각 부인했다. 사토시가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댓글로 남긴 ‘나는 도리언이 아니다’라는 한 줄짜리 글은 그가 공식 아이디로 쓴 마지막 게시물이다.
이번에 소송을 당한 라이트는 2016년 5월 자신이 사토시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비트코인 설계 당시 작성한 문서도 증거로 공개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전문가들이 그가 공개한 증거들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공격하자 사흘 후 “무너지고 있다. 용기가 없다. 못하겠다”라며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후 몇 차례 “내가 사토시가 맞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3년 감염병 합병증으로 세상을 뜬 클라인의 유족은 일단 라이트가 사토시라고 인정하면서, 절친한 친구이자 동업자였던 클라인이 라이트를 도운 또 한 명의 사토시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자신이 사토시(혹은 사토시 중 한 명)라고 증명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저장한 디지털 지갑에서 사토시만 아는 비밀번호를 써서 비트코인 일부를 빼내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 약 400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약 6만5000달러로 162배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달러로, 세계 시총 1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약 2조5300억달러)의 절반에 육박한다.
법정에서 두 사람이 비트코인을 만들었다는 증거가 공개된다면 사토시의 정체가 드러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직은 이 두 명이 사토시라는 증거가 미약한 상황”이라며 “재판을 통해 비트코인의 탄생에 관한 어떤 기록이 공개되는지에 시선이 쏠리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라이트는 이번 소송을 통해 사토시라는 것이 입증되면 “110만개의 비트코인 중 절반을 친구인 클라이먼을 기리는 뜻으로 재향군인회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사토시는 본인이고 클라이먼은 친구일 뿐이지만, 한때 군인이었던 그를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이다. 이 발언이 비트코인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라이트가 사토시가 맞는다는 판결이 내려지고, 110만개의 절반인 약 41조원어치의 비트코인을 팔겠다고 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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