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고국 땅을 밟으리라는 뜻 끝내 이루지 못하고 표식 하나 없이 이국 땅에 한줌의 흙으로 남아 참으로 비통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 비는 원폭으로 인한 수난의 역사를 영원히 기억하고 희생당한 동포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바치고자 하는 우리의 작은 증표입니다. 영령들이시여 고이 잠드소서!’
일본 나가사키(長崎)시에도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비가 건립됐다. 재일교포 동포들이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건립을 추진한 지 27년만이다.
6일 오전 일본 나가사키시 원폭기념관 앞 평화공원에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제막(除幕)식이 열렸다. 가을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 위령비 건립을 추진한 강성춘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나가사키현본부 단장과 강창일 주일대사, 이희섭 주후쿠오카총영사, 무카이야마 무네코 나가사키시의회 공명당 대표 등 한·일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이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흰 천을 걷어내자,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라고 적힌 높이 3m 가량의 위령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위령비 뒷면엔 ‘다시 고국 땅을 밟으리라는 뜻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표식 하나 없이 이국 땅에 한 줌의 흙으로 남은’ 한국인 희생자를 기리는 추도문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새겨졌다.
나가사키시엔 태평양전쟁 말기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 원자폭탄이 투하됐다. 이로 인해 약 7만 4000명이 숨졌고, 이중 한반도 출신 희생자도 최소 수천명에서 1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나가사키시엔 그간 ‘한국인 희생자’를 위한 위령비는 건립되지 못했다. 1979년 일본 시민단체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를 건립했지만, 민단 측 요청에도 한국인이라는 단어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민단 등은 1994년부터 나가사키 평화공원 내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건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평화공원 재정비 공사 및 부지 확보 등의 이유로 크게 진전되지 못했고, 2013년 건립위원회가 조직된 후 건립 추진이 재차 본격화됐다. 이날 이들의 노력이 27년만에 결실을 본 셈이다.
위령비 앞에는 한국어·영어·일본어로 된 안내문도 설치됐다. 나가사키시와 주변 지역에 한반도 출신자 약 3만 5000명이 살고 있었고, 이중 수천명에서 1만명이 원폭으로 숨졌다는 내용이다. 특히 안내문에는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본인의 의사(意思)에 반(反)하여 노동자, 군인 및 군무원으로 징용, 동원되는 사례가 증가하였다’는 문장도 담겼다. 위령비 건립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강제 동원’이라는 표현은 빠졌다.
이날 제막식에 참석한 이들은 위령비에 헌화하고, 오전 11시 2분에 맞춰 묵념했다. 나가사키 지역의 고교평화대사로 활동 중인 학생들이 ‘평화의 상징’ 종이학을 봉헌하기도 했다.
제막식 이후 나가사키 평화공원 내 원폭 자료관에서 열린 한국인 희생자 위령제에서 건립위원회를 이끌어 온 강성춘 민단 나가사키현본부 단장은 “이국의 땅 나가사키에서 희생된 한국인 동포 영령에 삼가 애도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이어 “2013년 건립위원회가 발족한 뒤에도 위령비 형상, 비문 내용 등의 문화 및 견해 차이로 좀처럼 진전을 볼 수 없었다”고 회상하며 “나가사키시와 건립위원회가 건립 의의를 이해하고 있었던 덕분에 우리 한국인 동포의 손으로 염원하던 위령비를 건립할 수 있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강창일 주일대사는 “제막식이 있기까지 이런저런 어려움과 주변의 회의적인 시선에 굴하지 않고 묵묵히 헤쳐오신 분들의 용기와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또 “나가사키에 가장 가까운 국가인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가 아직까지 건립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일본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위령비 건립을 도운 무카이야마 나가사키시의회 공명당 대표는 “인류는 평화의 고귀함과 전쟁의 비참함을 차세대에 꾸준히 전해 나가야 한다”며 “한일 양국 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 같은 염원이 전달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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