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

정재욱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6-15 13:51

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집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트렁크에서 장본 물건들을 내리는 중이었다. 같은 타운
하우스에 새로 이사 온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웃으며 한마디 건넸다. 
“코로나를 운반 하시네요.”
무슨 말인가 싶어 내 모습을 살펴보았다. 얼굴에 파란색의 일회용 의료 마스크를 하고,
손에는 검은색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장바구니로 ‘코로나’라고 영문 철자 로고가 적혀
있는 파란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지난 번 코로나 맥주 한 박스를 사면서 사은품으로
받은 것이었다. 방금 전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온 참이었다. 마트에 들어가기 전 앞 사람간
2 미터 간격 거리두기로 장시간 줄서기를 하고, 바닥에 표시된 화살표 동선을 따라 쇼핑
카트를 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이동했다. 계란이나 버터, 우유, 치즈는
가족당 제한된 양만큼만 담고, 내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서 투명 가림 막이 쳐진
계산대에서 계산을 했다.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을 하고
있는 내게 옆 집 아저씨말이 재미있기도 해서 나도 웃음으로 답했다.
전세계적으로 퍼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서비스를 더 자주 더 오랜 시간동안 사용하게 했다. 배달 앱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 배달해서 시켜 먹고, 사람들과 온라인 화상미팅을 하고,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고, 온라인 수업을 하고, 온라인 쇼핑을 더
이용하게 되었다. 사람들과 만남도 자제를 해야 하고, 대부분을 비대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만 하지만 우리집 앞 작은 텃밭은 또 하나의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을
열어준다. 작년 보다 많은 고추와 깻잎, 상추 모종들을 화분에 심었다. 부추 씨도
뿌리고, 먹고 남은 파뿌리도 화분에 자리를 잡았다. 다년생 참나물과 돗나물은 쑥쑥
자라 화분 전체를 빽빽이 채웠다. 고기 바베큐를 할 때 갓 따온 채소들과 함께 먹고,
나물들은 무쳐서 샐러드로 먹는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불편한 점들이 있지만 한편으론
긍정적이고,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도 있다. 세계 곳곳에서 모처럼 맑고 푸른 하늘과
되살아난 자연환경을 경험하는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각종 공해나 오염으로 몸살을
앓던 지구가 다시 숨 고르기를 하고, 도시에서도 야생동물들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최근에 야생동물을 경험한 사건이 있다. 이른 아침 차를 운전하다가 길에서 어린
곰을 발견하였다. 곰이 길을 건너려고 나를 힐끗 보고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을 사이도 없이 당황해서 차를 멈추고 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커다란
몸짓으로 어슬렁 어슬렁 마치 사람이 걷는 것처럼 유유히 찻길을 건너고 있었다. 곰이
이동하는 모습을 한참동안 넋 놓고 바라보았다. 곰을 이처럼 가까이에서 본 것이
처음이었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도 나와 마찬가지로 곰이 다 지나갈 때까지 멈춰 섰다.
이맘 때쯤에 겨울잠에서 깬 곰들이 많이 눈에 띈다고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탓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 이후 많은 일상의 변화들은
이외에도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다.
다음은 강경화 외무부 장관이 미국 언론사와 인터뷰 중에 했던 말이다.
“우리는 국민들에게 우리가 코로나 19 이전 시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험은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 때문에 우리는 이
위기를 곁에 두고 생활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강경화 외무부 장관의 말처럼 이제 우리는 코로나를 함께 안고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코로나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코로나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에 한시도
방심이나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을 실천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집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트렁크에서 장본 물건들을 내리는 중이었다. 같은 타운하우스에 새로 이사 온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웃으며 한마디 건넸다. “코로나를 운반 하시네요.”무슨 말인가 싶어 내 모습을 살펴보았다. 얼굴에 파란색의 일회용 의료 마스크를 하고,손에는 검은색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장바구니로 ‘코로나’라고 영문 철자 로고가 적혀있는 파란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지난 번 코로나 맥주 한 박스를 사면서 사은품으로받은...
정재욱
삶은 부메랑이다 2019.11.12 (화)
기역자 모양의 나무 조각,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사냥에 사용했다는 부메랑. 던지고 난 후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내게 돌아오는 신기한 도구이다. 칼날의 양면처럼 사냥감을 잡는데 유용하게 쓰이지만 정확히 내게 다시 돌아오는 특성 때문에 잘못 사용하거나 잘못할 경우 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내가 던진 부메랑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처럼, 어떤 행위가 의도하지 않은 대로 불리한 결과로 돌아오는 결과를 일컫는 상식 용어로...
정재욱
수리수리 알렉사 2019.05.06 (월)
“알렉사, 턴 온 퍼스트 플러그.”  불꺼진 방문을 들어서며 알렉사에게 말을 건넨다. 알렉사는 스탠드의 불을 켜며, “오케이”하고 대답한다. 시간이 지나 잠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하지만, 여전히 켜져 있는 불빛이 거슬린다. 불을 끄기 위해 다시 일어날 생각을 하면 여간귀찮은 게 아니다. 누가 대신 불을 꺼 주면 얼마나 좋을까, 말 한마디로 불을 켰다, 껐다 하면참 편리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본다. 그때,...
정재욱
위키백과 사전에서 일상(日常)의 의미를찾아보면,“날마다 순환 반복되는 평상시의 생활”이라고나와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패턴의 생활을 얘기한다. 나의 하루를 보더라도 크게다르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 먹고, 출근하고,일 마치고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저녁 먹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지극히 평범하고, 변화 없이 되풀이되는 생활 일과이다.특별한 약속이나 이벤트가 없는 한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 매일...
정재욱
최고의 밥상 2018.05.14 (월)
“천천히 마이 무라이, 거선 이런 거 묵기 힘들 낀데.” (천천히 많이 먹어라, 그곳에선 이런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을 건데.)팔순 할머니가 막내 아들에게 아침상을 차리며 건넨 한마디다. 아침 일찍부터 어머니가 쌀을 씻고, 딸그락 딸그락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아직 시차에 적응을 못한 탓인지 일찍 잠이 깨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 멀리서 “두부 사려~, 비지”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두부 파는 아줌마의 정겨운...
정재욱
"아이쿠, 이를 어쩌나. 다 날려 버렸네."나도 모르게 한숨 섞인 소리가 나왔다. 핸드폰을 바꾸면서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했는데, 카카오톡*에 저장되어 있던 대화방과 자료 파일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껏 사람들과 편리하게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연기처럼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미리 백업으로 저장해 두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 내가 일부러 한 게 아닌데 대화방에서 홀연히 빠져나간 상황이 되어버렸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카톡 메시지가...
정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