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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끼, 쇠사슬 묶였던 아홉살… 모든 걸 걸고 이 지붕에 올랐다

창녕=김준호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6-11 08:35

얼마나 무서웠으면… 4층 옥상 지붕 타고 목숨 건 탈출. /연합뉴스
얼마나 무서웠으면… 4층 옥상 지붕 타고 목숨 건 탈출. /연합뉴스
경남 창녕의 9세 학대 아동은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다치고, 뜨거운 쇠젓가락에 발바닥이 지져졌다. 부모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목에 쇠사슬을 감아 4층 빌라 꼭대기 테라스에 가뒀다. 자물쇠가 채워진 채 이틀을 견디던 아이는 부모가 잠시 줄을 풀어준 사이 가파른 지붕을 타고 옆집으로 넘어가 도망쳤다. 아이에게는 목숨을 건 탈출이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9일 길거리에서 시민 신고로 발견된 A(9)양에 대한 조사에서 고문에 가까운 학대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A양은 지난 2일과 10일 두 차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학대에는 계부(35)와 친모(27)가 모두 가담했다. 프라이팬, 쇠젓가락, 쇠막대기, 쇠사슬, 효자손 등 집에 있는 온갖 도구가 동원됐다. 경찰은 "지난 5일 A양 집과 계부의 차량에서 학대 당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쇠사슬, 자물쇠, 프라이팬, 효자손 등이 발견돼 압수했다"고 밝혔다.

부모의 학대는 지난 1월 거제에서 창녕으로 이사를 온 뒤부터 심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즈음 코로나 여파로 A양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학대가 심해졌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최근 담임선생이 교과서를 전하러 A양 집을 세 차례 찾았으나 부모가 "신생아(A양의 셋째 동생)가 있어 감염 위험이 크다"며 대면을 거부했다.

A양의 손끝에선 심한 물집이 발견됐다. A양이 집을 나가겠다고 하자 계부가 "지문은 없애고 가라"며 프라이팬에 지진 자국이다. A양은 "엄마가 달궈진 쇠젓가락으로 발바닥을 지졌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29일 경남 창녕군의 편의점에서 잠옷을 입고 어른 슬리퍼를 신은 A(9)양이 최초 경찰 신고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경남 창녕군의 편의점에서 잠옷을 입고 어른 슬리퍼를 신은 A(9)양이 최초 경찰 신고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A양의 친모는 고온의 액체 풀을 쏘는 공구인 글루건을 A양 발등에 쏴 화상을 입혔다. A양은 "엄마가 욕조에서 머리를 감길 때 물에 머리를 박아 숨을 제대로 못 쉬었다"고 진술했다. 친모는 A양의 동생 3명 중 막내를 지난 3월쯤 출산했다. 만삭의 몸으로도 A양에게 온갖 학대를 가한 것이다. 경찰은 보건소 기록과 본인 진술 등을 통해 친모가 과거 조현병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넷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약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는 A양에게 하루 한 끼만 줬다. 지난달 27일부터는 A양을 4층 테라스에 쇠사슬로 묶어놨다. 자물쇠까지 잠갔다. 화장실에 갈 때나 밥을 먹을 때만 풀어줬다. 이틀 후인 지난달 29일 오후 잠시 쇠사슬이 풀려 있던 A양은 테라스 옆 지붕을 타고 옆집으로 도망쳤다. 높이가 10m나 되는 데다 상당히 가팔라 어른도 넘어가기 어려운 지붕이었다. 만약 떨어지면 크게 다칠 위험이 있었지만, A양에겐 부모가 사는 집이 더 위험했다. 사무실로 쓰이던 옆집은 마침 비워져 있었다. 잠옷 차림에 맨발로 건물을 빠져나온 A양은 집에서 600~800m 떨어진 거리에서 지나가던 시민에게 발견돼 구조됐다. 당시 탈출한 A양을 목격한 한 주민은 본지에 "부모가 아이를 죽이려고 작정했나 싶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A양 부모는 지난 10일 경찰이 A양 동생 3명을 임시보호소에 맡기려고 집을 찾아가자 자해 소동을 일으켰다. 계부는 혀를 깨물고 투신하려 했고, 친모는 머리를 벽에 찧으며 저항했다. 경찰은 계부와 친모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동생 3명은 보호기관에 맡겼다.

A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밝게 지내면서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집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분명하게 밝혔다고 한다. A양을 보호·관찰 중인 경남도아동보호전문기관의 박미경 관장은 "A양은 치료를 받고 외상이 많이 나아 곧 퇴원할 예정"이라며 "당분간 쉼터 등 안전한 곳에서 심리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A양 진술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나 정황상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사 소견에서 A양에겐 오래된 골절의 흔적, 영양 부족에 따른 심한 빈혈, 눈 부위의 육안으로 확인되는 멍, 손과 발의 화상, 손과 발의 심한 부기, 등에 난 상처 등 학대로 의심할 만한 상처가 다수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계부와 친모에 대해 강제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부부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1/20200611046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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