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요즈음 밴쿠버 날씨는 해가 반짝반짝 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에 우울함과 기다림과 인내심을 갖게 한다. 일기예보에는 비, 구름, 해가 동시에 나타난다. 글을 쓰고 있던 날도 하늘이 우중충하게 흐려 있다가 갑자기 해가 나서 주차를 하고 잠시 일을 보고 나왔는데 운전대가 손을 데일만큼 뜨거워져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구름이 끼고 어두워지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도 했다. “무슨 날씨가 이렇게 변덕스럽지? 여우가 시집을 가나?”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날씨보다 더 종잡을 수 없다. 저 멀리에서는 천둥 번개가 치는지 우리 동네에는 해가 나면서 마른하늘에 천둥소리만 들린다.
겨울잠을 자듯 겨울에는 나이 드신 분들은 해가 지면 운전이 힘들다고 움직이시지 않는다. 그래서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는 때때로 힘이 들기도 하다. 6개월 이상 비가 오는 것을 참으며 나머지 6개월 동안의 맑은 날씨를 기다렸는데 춥지만 않지, 겨울 분위기를 나타낸다. 작년 겨울에 이상하게도 맑은 날이 있어서 잠시 겨울을 즐겼던 우리에게 보상이라도 받듯 맑은 날을 빼앗긴 기분이다.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있는 기온의 여름이 고맙긴 해도 비가 오는 날씨에 대해 선배에게 푸념을 했더니 엘니뇨(El Nino)현상과 반대되는 라니냐(La Nina)현상이라고 한다. 이들 현상들에 대해서는 뉴스 등에서 잠시 스쳐들었을 뿐 정확히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과학자도 아니고, 또 우리가 그렇게 복잡하게 알 필요도 없을 것 같아 간단하게 설명을 해본다.
엘니뇨현상은 페루와 칠레 연안에서 일어나는 해수 온난화 현상으로 약한 난류로 인해 이상 기온 현상과 이로 인한 자연 재해를 말한다. 예를 들면, 폭설이나 게릴라성 폭우 등이다. 반대로 라니냐 현상은 약한 한류로 인해 생기는 이상 기온 현상으로 가뭄과 저온 현상으로 올 겨울에는 밴쿠버에 한파가 온다고 예상했다. 겨울이면 매년 스노타이어로 바꾸어야하는지 아닌지 갈등을 하는데 올해는 미리부터 바꾸어야겠다.
한국은 거의 사람 체온과 같은 기온이 계속되어 폭염과 찜통더위가 계속되는데 마침 친정어머니가 LA에 가셨다기에 “더위를 피해 잘 가셨네요.” “그런데 여기도 숨쉬기 힘들게 덥구나.”라고 하신다. 같은 서부지만 거긴 여전히 예년 기온 같은 가보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겨울, 샌디에이고(San Diego)에 갔을 때 밴쿠버에 폭설이 내렸다는데 그곳에서는 반팔을 입고도 더웠던 기억이 났다.
비가 자주 와서 날이 훤하게 밝지는 않아도 예년과 같이 저녁 10시 정도까지 해가 지지 않았다. 그래서 캐나다데이 행사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캐나다 사람들이지만 마무리로 불꽃놀이를 하기위해 10시 이후까지 행사가 계속되었다. 며칠 전 LA에 살 던 딸이 놀러 와서 “엄마, 밴쿠버에선 해가 늦게까지 떠 있고 그런데도 일찍 해가 떠서 잠을 잘 수 없어요.” “그래? 난 LA가 매일 해가 쨍쨍해서 밴쿠버보다 낮이 더 긴 것 같았는데?” “그래도 LA는 저녁 7시 30분이나 늦어도 8시에는 해가 지고 아침에도 밴쿠버 보다 해가 늦게 떠요.” “아! 그래서 새벽이 되면 블라인드로 창을 가려도 밖이 훤해서 잠이 깨었구나!”
딸애 집에 갔을 때 저녁이면 더 컴컴하게 블라인드 위에 커튼을 쳤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나도 사용하지 않고 창고에 넣어두었던 커튼을 꺼냈다. 블라인드를 닫고 그 위에 커튼을 쳤더니 컴컴해서 새벽에 잠이 깨지 않는데 도움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당연히 여름이니까 밝으려니 하고 잠에서 깨어도 그러려니 했는데 혹시라도 잠에서 자주 깨어 여름이 겨울 보다 더 피곤하신 분들은 이런 방법을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예보에서 보는 세계지도는 온통 붉은 색이다. 지금의 더위는 엘니뇨현상보다는 대기에 복사 에너지가 흡수되어 대기의 기온이 상승하는 온실효과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계절이 여름인 나라 중에서 중동지방은 50°C, 거의 많은 나라가 40°C를 나타내고 있다. 열사병과 열대야에 시달리는 요즈음, 어느 분은 이불을 두꺼운 것, 중간, 얇은 것을 번갈아 가며 덮고, 저녁에는 쌀쌀해서 간간이 보일러까지 켜며 살고, 8월이 되어 조금씩 기온이 올라가도 이곳 밴쿠버가 열대야에 시달리는 곳보다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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