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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스토리] 1920년대 스탠리파크에 속도제한이 생긴 이유는?

이광호 기자 kevi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8-13 15:08

올해로 개장 125주년 맞는 밴쿠버 상징의 역사
“태고(太古)의 자연 그 자체”. 밴쿠버의 대표적 상징 스탠리파크(Stanley Park)를 설명하는 가이드북의 한 구절이다. 밴쿠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인 동시에 여행객이 반드시 들르는 명소이지만 정작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손님과 함께 시내 나들이할 때 말고는 왠지 따로 들르기 쉽지 않은 ‘가깝고도 먼’ 공원이기도 하다.

너무 가까이 있는 탓일까. 자주 들여다보지 못하는 스탠리파크가 올해로 개장한 지 125주년을 맞았다. 이달 24일과 25일에는 공원 곳곳에서 다양한 축하 공연도 열린다. 이번 다운타운스토리는 스탠리파크에 얽힌 소소한 역사를 안내한다.

이광호 기자 kevin@vanchosun.com

1888년 ‘시립 공원’으로 개장
스탠리파크는 1888년 9월 27일 공식 개장했다. 원주민이 여름철 활동지와 무덤으로 사용하던 작은 반도는 당시 연방정부 땅이었다. 그러다 공원이 생기기 이태 전 밴쿠버시의회가 정부로부터 연간 1달러의 임대료로 20년간 공원용지로 사용할 권리를 얻는다. 이 계약은 1908년에 99년간 연장되고 2007년에 재계약된다.

공원을 조성하던 인부들은 원주민의 무덤 등 유적을 발견하고 이를 오타와로 보내 박물관에 전시했다. 그러다 2006년 다시 BC주로 돌아와 스쿼미시에 재안장됐다. 공원 문을 열고도 공사는 계속됐다. 원주민이 2m 넘게 쌓아 올린 패총을 허물어 도로포장에 썼다. 운동 경기를 할 수 있는 잔디밭이 깔렸고 일요일마다 무료 야외공연도 열렸다.


1890년대 스탠리파크 입구. 다리 왼쪽이 현재의 로스트라군(Lost Lagoon)이다. (자료=밴쿠버시청)

다운타운에서 라이온스게이트 브릿지 방향으로 가면 공원 입구 왼편에 분수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호수가 보인다. 이 호수가 로스트 라군(Lost Lagoon)이다. 공원을 만들기 전에는 버라드만이 이곳까지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에 공원으로 연결하는 다리를 놓아야 했다. 그러다 통행량이 많아져 아예 물길을 막고 도로를 닦으면서 한때 바닷물이었던 곳은 1929년 민물로 변했다.

공원 이름은 당시 캐나다 총독인 프레데릭 스탠리 경(卿)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공원 입구에는 두 팔을 벌리고 연설하는 듯한 스탠리 총독의 동상을 볼 수 있다. 스탠리 총독은 공원 개장 이듬해 밴쿠버에서 열린 명명식에 참석해 “피부색과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사람이 사용하고 즐기도록 한다”고 선언했다. 스탠리 총독은 운동경기도 열심히 즐겼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생긴 스포츠 아이스하키에도 그 이름이 전승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결승전 우승팀이 들어 올리는 우승배(杯)가 바로 스탠리컵이다.

지금도 해마다 800만명 이상이 찾는 ‘도심의 산소통’이지만 주변이 미개발 상태이던 당시에도 3만명이 넘는 많은 이가 스탠리파크를 찾았다는 기록이 있다. 차량 500대가 몰려 엉키면서 혼잡해지자 1924년에는 시속 25km 속도제한도 생겼다.

1935년에는 유례없는 강풍이 불어 공원이 많이 파손됐다. 1962년, 1991년, 2006년에도 강풍이 불었다. 2006년 겨울에는 공원 내 나무 10%가 쓰러졌고 특히 웨스트밴쿠버가 건너다보이는 프로스펙트 포인트(Prospect Point)가 초토화됐다. 


1937년 공사 중인 라이온스게이트브릿지에서 건너다 보이는 스탠리파크 (자료=밴쿠버시청)

1938년에는 맥주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기네스(Guinness) 가문이 공사 1년 반 만에 라이온스게이트 브릿지를 개통시켰다. 현수교 케이블을 장식하는 조명도 1986년 밴쿠버 세계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기네스 가문이 기증했다.

시와시 바위(Siwash Rock) 위 나무도 인공적으로 심은 것이다. 1965년 누군가 바위에 자라던 나무를 훼손하자 그 자리에 묘목을 심었다. 해풍과 단단한 바위에 좀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하던 어린나무는 3년 후 드디어 자리를 잡았다.


시와시 바위에 원래 있던 나무를 그린 엽서 (자료=ancestry.com)

1986년에는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의 충돌이 잦아 당시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되기도 했다. 개장 100주년을  맞은1988년에는 국가유적(NHSC)에도 등재됐다.

뉴욕 센트럴파크보다 넓어
스탠리파크의 면적은 4.05km²다. 서울 여의도나 뉴욕 센트럴파크보다 넓다. 공원을 둘러 8.8km 길이로 닦은 해안도로(Seawall)는 애초 버라드만을 드나드는 선박 때문에 만들었다. 빠른 속도로 오가는 배가 일으키는 파도로 해안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작한 공사는 무려 63년이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스탠리파크에 이런 사연도
1894년 설치 이래 매일 밤 9시에 발포되는 나인어클락건(Nine O’clock Gun)의 정확한 유래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바다에 나간 어부들에게 돌아올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서일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1962년에는 UBC 학생들이 대포를 떼어가 인질로 삼은 적도 있다.


1943년의 나인어클락건(사진 위)과 현재 모습 (자료=밴쿠버시청)

나무 50만 그루가 자라는 공원 안에는 왜가리, 도마뱀 등 500여종의 다양한 생물이 산다. 1900년대 초에는 공원을 뒤덮은 까마귀떼를 해결하기 위해 포수까지 동원됐다. 한 마리당 5센트씩 포상금을 걸고 5000마리를 잡도록 했다.

오리도 너무 많아 이를 잡아 크리스마스 음식용으로 보육원에 기부하기도 했다. 1909년 뉴욕시가 선물로 보낸 다람쥐 8쌍의 후손은 공원 전역으로 퍼졌다. 밴쿠버 공원관리위원회는 동물의 야생성을 유지하기 위해 먹이 주기를 금지하고 있다.

1920년대에는 매일 오후 공원 내 차량 통행이 금지되기도 했다. 마차를 끄는 말이 놀라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자동차가 일요일 오후 공원에 들어올 수 있게 된 것도 공원 개장 후 20년이 지나야 했다. 경건한 생활에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한때 일요일에는 공원에서의 운동경기가 금지된 적도 있다. 

TIP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돌 때 자동차 진행방향인 시계 반대쪽으로 돌아야 한다.

공원 내에선 자동차의 제한속도(시속 30km)뿐 아니라 자전거·인라인스케이트도 제한속도(시속 15km)가 있다.

스탠리파크에서는 흡연을 할 수 없다. 주차된 차 안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출출하거나 목이 마른다면 5곳의 간이매점을 이용하면 된다. 식당도 피시하우스(Fish House), 프로스펙트포인트 카페, 티하우스(Teahouse), 스탠리파크바앤그릴(여름철만 영업) 등 네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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