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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보는 눈 바꾸는 '왕세자 교육'으로 통해

조찬호 맛있는공부 기자 chjoh@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3-22 09:28

초등 독서 새 트렌드 논어 등 '고전 읽기' 열풍

[Case 1]
초등 5년생 신사임당(가명·서울 강남구 대치동)양은 3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학원 논술교실에서 '고전 읽기'를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인문학 붐이 한창 일어날 즈음이었다. 강의는 Y대 국문과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한 박사 출신 강사가 맡았다. 주 2회 두 시간씩 진행되는 강의료는 월 30만원. 사자소학에서 시작된 강의는 명심보감·열하일기·표해록·동명왕 편으로 이어졌다. 요즘은 논어를 배우고 있다.

[Case 2]
서울 영훈초등학교에 다니는 허난설헌(6년), 허준(3학년·이상 가명) 남매는 지난 겨울방학부터 또래 6명과 논어를 교재로 인문 강독 과외를 시작했다. 교재는 한문 원서. 강의는 일정 분량을 미리 외워 온 후 궁금한 부분을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인상 깊었던 구절에 대해 얘기하기', '현재의 내 모습과 비교해보기' 등을 주제로 토론이 이뤄진다. 강의는 동양철학을 전공한 논술 전문 강사가 맡고 있다.

서울 동산초등 학생들은 매일 아침 고전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논어, 사기열전, 톨스토이 단편선, 제인 에어,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등 이 학교 어린이들은 학년별로 매일 한 권씩 정해진 고전을 읽는다. 왼쪽은 6학년 추천 고전 도서들. / 이경민 기자 kmin@chosun.com

 

◇깊이 있는 화제 ‘술술’… 행동·태도 공손해져

인문 고전 읽기가 초등 독서교육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독서토론논술 학원 관계자는 “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 초등 독서 논술학원을 중심으로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임당양의 어머니 김지연(34)씨는 “국제중이나 특목고 진학을 염두에 두고 다른 집 아이와 차별화된 독서 포트폴리오를 만들 욕심에 (고전 읽기 교육을) 시작했는데 성과가 기대 이상이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긴 호흡의 글을 읽으며 독서 습관이 눈에 띄게 달라졌고 신문을 읽거나 토론할 때도 깊이 있는 얘기가 술술 나오더라고요. 평상시 행동이나 말하는 태도도 한결 예의 바르게 바뀌었어요.” 김씨는 “주위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면서 기존 독서토론논술에서 ‘인문 고전 강독’으로 갈아타는 아이가 많다”며 “인기 강사에게 수강하려면 대기자가 많아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했다.

난설헌양의 어머니 박모(42)씨는 “엄마들 사이에선 최근의 고전 교육 열풍이 조선 왕실에서 왕을 가르치던 경연(經筵)과 비슷하다고 해 ‘왕세자 교육’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교과 위주 공부에 매달리던 엄마들이 좀 더 깊이 있는 공부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아요. 예전엔 ‘학원은 어디가 좋냐, 방학 때 영어 캠프는 어딜 보내야 하느냐’가 주제였는데 요즘은 논어나 맹자 얘길 부쩍 자주 꺼내며 공감하곤 해요.”

박씨는 최근 딸과 대화를 통해 고전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 “큰애가 논어 첫째 장인 ‘학이(學而)’ 편을 공부할 때였어요. 갑자기 ‘난 지금까지 공부를 잘못해온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유를 물었더니 학이 편에 ‘공자가 말하길 젊은이는 집에 들어와 효도하고, 밖에 나가선 말을 삼가되 믿음 있는 말을 하고, 많은 사람을 널리 사랑하고 어진 이와 친해야 하며, 이를 실천하고 남는 힘이 있다면 학문에 힘써야 한다(子曰 弟子入卽孝 出卽弟 謹而信 汎愛衆 而親仁 行有餘力 卽以學文)’란 구절이 있는데 자기는 지금껏 공부가 제일 먼저라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공부만 잘하면 가족한테 사랑받고 친구도 많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족이나 친구와 잘 지내는 게 공부보다 더 우선인 것 같다’고요. 아이 얘길 들으며 ‘어린 나이에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던 고전을 자기 나름의 수준과 환경에서 잘 이해하고 있구나, 싶었어요.” 그는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하던 고전 강독 교육을 좀 더 활성화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음 학기엔 방과 후 수업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학교에 정식으로 요청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급적 원작을, 부모가 함께, 분량 정해 읽을 것”

고전 읽기 열풍은 학교 차원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고전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 그 결과를 ‘초등 고전 읽기 혁명’(글담출판사)이란 책으로 펴낸 송재환 서울 동산초등 교사는 요즘 쇄도하는 문의 전화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고전을 읽히고 싶다는 교장 선생님, 반 아이들에게 고전의 감동을 전하고 싶다는 담임 선생님, 자녀와 함께 고전을 읽고 싶다는 학부모까지 문의 내용도 다양합니다. 당장 올 1학기에만 10여 개교가 고전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처음 문의해 온 학교는 대부분 사립학교였지만 요즘은 공립학교와 지역 교육청에서도 관련 문의가 활발한 편입니다.”

송 교사는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고전 읽기 교육 요령’ 몇 가지를 귀띔했다. △부모가 함께 읽을 것 △축약본이 아닌 원작을 읽을 것 △가르치려 하지 말고 느낀 감동을 솔직하게 말할 것 △주 2·3회 30분씩 시간을 정해놓고 읽을 것 등이 그것. 그는 “가능하다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고 대화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고전은 수백 년, 수천 년간 수십억 명에게 감동을 준 책입니다. 부모 자신부터 ‘고전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감동 받은 부분을 자연스레 얘기하다 보면 누구나 고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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