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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에게 '뺨' 맞고도 돌아서서 '씩' 웃던 장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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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1-12-23 16:32

"측근들과의 파티 때 취한 김정일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장성택의 뺨을 휘갈겼다. 다른 측근이라면 '나는 이제 죽었구나'라는 생각에 다리가 후들거렸을 것이다. 그런데 장성택은 돌아서서 나를 보고 씩 웃더라. 배짱도 있고, 카리스마도 있다." 고(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얘기다. 황 전 비서는 "북한에서 김정일 외에 자기 사람을 쓰고, 챙기는 유일한 인물이 장성택"이라고 했다.

◇2번의 숙청, 그리고 부활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 경공업부장의 남편인 장성택은 자기 측근들을 챙기다가 김정일에게 걸려 2번이나 '숙청'당한 경험이 있다. 김정일 처조카인 이한영(1997년 암살)씨 자서전 등에 따르면 장성택은 1978년 동평양 외교초대소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자기 측근들과 파티를 벌이다 보위부에 적발됐다. 보고를 받은 김정일은 "니(장성택)가 뭔데 내 흉내를 내느냐"며 장성택을 강선제강소 작업반장으로 쫓아버렸다. 장성택은 거기에서 2년 동안 '혁명화 교육'을 받았다. 당시 장성택을 구명(救命)한 것은 김정남의 어머니 성혜림이다. 성혜림은 1980년 2월 16일 김정일 생일날 장성택을 일방적으로 불러와 김정일 앞에 세운 뒤 "장성택을 용서해주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장성택이 다시 김정일의 신뢰를 회복한 것은 1989년 평양세계청년학생축전(평축) 전후다. 당시 평양 재건설 사업을 맡았던 장성택은 전국의 자재와 인력을 끌어들여 기일 내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정일은 '노력 영웅'이라고 장성택을 칭찬했고 3대혁명소조부장(1989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1995년) 등으로 중용했다. 그 무렵 장성택의 큰 형인 장성우(2009년 사망) 차수도 평양 방어부대인 3군단장에 올랐고, 둘째 형 장성길(2006년 사망) 중장은 전차군단 정치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장씨 3형제가 모두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장성택은 2004년 초 측근의 호화 결혼식에 참석한 것이 문제가 돼 '분파 조장' 혐의로 또다시 실각했다. 당시 노동당에서 '장성택 인맥'으로 꼽혔던 간부들까지 모두 좌천됐다. 장성택은 70년대 말처럼 지방으로 추방되지는 않았지만 모든 직위를 잃었다. 2년간 공식 무대에서 사라졌던 장성택은 2006년 당 제1부부장으로 복귀한 데 이어 2007년 말에는 당 행정부장으로 승진해 사법·공안기관을 총괄했다. 유동렬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김정일이 장성택을 견제하면서도 오른팔로 쓴 것은 유일한 동복(同腹) 여동생인 김경희의 남편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김정일은 말년으로 갈수록 친척들과 '혁명 2세대'(김일성과 가까운 인물들의 후손)를 중용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했다.

2009년 12월 김일성대 수영장을 방문한 장성택(김정일 왼쪽) 당 행정부장이 김정일과 함께 웃으며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맨 왼쪽)의 얘기를 듣고 있다.
◇2인자? 수양대군?

김정일은 생전에 털끝만큼의 파벌 형성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성택에 대해선 2번이나 경고를 하면서도 '김정은 후견인'을 맡겼다. 대북 소식통은 "매제 장성택의 능력을 알기 때문에 여동생 김경희와 함께 어린 후계자를 지켜달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장성택이 '김정일 유지(遺志)'를 끝까지 받들지는 미지수란 관측이 적지 않다. 국방위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으로서 공안기관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파의 감시와 지지 세력 확대에 유리한 위치다. 특히 군 장성이던 두 형들의 후광을 입어 리영호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등 군부 실세들과도 가깝다. 2002년 경제시찰단으로 서울에 온 적도 있고, 중국에도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개혁·개방에 적극적일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런 까닭에 "(장성택이) 수양대군이 될 수도 있다"(정보 당국자)란 분석이 나온다. 수양대군은 단종을 폐위시키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2001년까지 13년간 김정일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는 "장성택이 김정일 측근 파티 때 좌석 배치 등을 지시했었다"며 "2000년쯤 장성택 직위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잠시 떨어진 적이 있었지만 누구도 장성택을 '부부장'으로 부르지 못하고 '부장'으로 부를 만큼 위세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성택 성격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와 함께 당에서 일했다는 한 탈북자는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부드러운 편"이라며 "남의 기분을 맞춰주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고위탈북자는 "냉정하다"(고위탈북자)고 말했다. 장성택의 라이벌이던 리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작년 5월 말 장성택의 국방위 부위원장 승진을 며칠 앞두고 의문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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