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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태평양 횡단 도전하는 김현곤 씨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2-00-00 00:00

요트 태평양 횡단 도전하는 김현곤 씨



밴쿠버-부산 횡단 위해 31일 밴쿠버 출발.. 10월엔 세계 일주 도전




한국의 요트 항해가 김현곤 씨<40세 사진>가 31일 아침 노스 밴쿠버 론스데일을 출발, 부산항까지 단독 무기항 요트 태평양
횡단을 떠난다. 그 동안 재미교포 강동석 씨의 LA-부산 횡단, 재일교포 김원일 씨의 부산-샌프란시스코 간 태평양 횡단은 있었지만
밴쿠버-부산 횡단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 수산대를 졸업하고 육군 해안부대에서 통신병으로 군 생활을 하는 등 늘 바다를 접하며 살았던 김 씨는 "바다는 내 운명인 것 같다"고 말한다. 배가 좋아서 기회가 닿으면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 들러 배 구경을 했던 김 씨는 배가 거의 없는 한국 상황 속에서 늘 갈증을 느껴야 했다. 배를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잠깐 배를 타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도 항해에 대한 꿈은 접을 수가 없었다. 관련 책자도 구해보고 인터넷을 통해 해외 정보를 수집하면서 요트와 항해술, 기상학 등을 독학했다. 그 동안 일본과 부산 사이는 열 댓 번 항해했다. 지난 88년에는 재일교포 김원일 씨가 요트로 태평양 횡단을 시도한다는 것을 알고 코치를 자처했다. 원래는 그 대가로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역 항해를 맡을 계획이었으나 배 주인이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불가능해졌다. 역 항해를 위해 여비도 넉넉히 준비해가지 못한 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그는 현지 교민의 도움으로 오는 비행기삯을 구해 귀국해야 했다."내 배가 있어야 겠다"고 절실하게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 때부터 배를 살 돈을 모으기 시작한 김 씨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밴쿠버에서 마음에 드는 배를 찾았다. 혹시라도 그 배가 다른 사람에게 팔릴까 봐 직장까지 그만 두고 전 재산을 털어 지난 20일 밴쿠버에 도착한 그는 1980년 제작된 38피트 크기의 요트 '아쿠라'호를 구입했다. 낡기는 했지만 바닷물을 정수할 수 있는 시설과 자동항해장치인 오토 파일럿 기능을 갖추고 있어 단독 무기항 항해에 적합했다. 27일 배를 인수한 후 배 이름도 '무궁화호'로 바꾸고 태극기도 달았다. 배 안에는 앞으로 45일 횡단 기간 동안 먹을 식량과 물, 옷, 담배 등이 차곡차곡 실려있다. 바람을 이용한 무동력 항해로 하루 240km를 항해해 5월 중순 경 부산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번 횡단을 하고 나면 10월에 150일 일정으로 단독 무기항 세계 일주 항해를 떠날 계획입니다. 이제 꿈에 그리던 내 배를 가졌으니까 앞으로 항해를 꿈꾸는 사람 누구에게나 이 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

한국 사람들은 모험심이 부족해 자기를 이해 못하는 사람이 많지만 스스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니까 즐겁다고 김 씨는 말한다. 후원자도 없이 단독 횡단을 시도하는 김 씨는 세계 일주 때는 좀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 인터넷으로 항해를 실시간 중계, 자기 뒤를 이어 항해를 꿈꾸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생각이다. 또 앞으로 장기적으로는 항해 학교를 설립, 배를 타고 싶은 사람들에게 항해 기회를 주고 장애자와 결손가정 자녀들에게 자립심을 길러줄 수 있는 남해안 항해 캠프도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김 씨의 항해 소식을 전해들은 해병대 전우회(회장 허형신) 회원 20여명은 30일 저녁 격려 모임을 열고 김 씨에게 격려금을 전달했다.

"단독 요트 세계일주 항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렙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하고 싶은 일 한번 해보며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출발을 위해 마지막 정비 작업을 하고 있는 그의 얼굴에는 홀홀 단신으로 망망대해를 향해 떠난다는 두려움보다는 단독으로 세계 일주 항해에 도전한다는 설레임이 가득했다. <조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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