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김해영 연재時]파릇한 시간

김해영 시인 haeyoung55@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3-19 11:49

내 몸은 천칭
자칫 어느 하나를 욕심내면
그만 기울어져 넘어지는

세상일에 치우치면
시가 막히고
글쓰기에 몰두하면
세상 것이 우스워진다

어느 날 헤어날 길 없는 절망의 수렁에 빠졌다
끝간데 없던 호기는 다 사라지고 절망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우울증인가 자가진단을 했다
마음이 허해지자 몸에 병이 왔다

병이 들고 바짝 정신이 든다
마음과 몸을 나란히 들고 저울질을 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
팽팽하다

아, 미루어둔
파릇한 사랑을 하고
노을처럼 고운 시 쓸 시간이
내게도 주어질까

터무니 없는 기대를 해본다

<시작 메모>
그 동안 의지와 이성으로 육신을 지배해왔다. 고분고분하던 육신이 갑자기 반란을 일으켰다. 하는 수 없이 그것의 비위를 맞춘다.


세상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의 이치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잊었었다. 순수한 영혼과 튼튼한 신체, 세상일과 글쓰기, 고른 식사와 적당한 운동, 홀로 명상하기와 더불어 살기 등을 양손에 쥐고 꺾인 무릎을 펴본다. 일어설 수 있을까?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얼멍얼멍한 하늘을 보고 잠에서 깨어난다. 팀원들은 어젯밤 하늘의 비의(秘儀, 신비한 의식)에 초대받은 감동에 취해 꿀떡잠에 빠져있다. 레인저의 야트(천막집)가 있다 해서 주변 정찰을 나선다. 비치 중간쯤 푸드 캐치와 레인저 야트, 그리고 햇볕 채광판이 있다. 게시판에 붙은 타이드 스케 줄을 살핀 후 돌아와 아침 식사 준비를 한다. 하늘이 며칠 참았던 가랑비를...
글: 김해영 ∙사진:백성현, 홍메이
 빨간 우의, 파란 우의를 걸친 성현 씨 내외가 나란히 걸어온다. 등이 불룩한 한 쌍의 거북이다. 안개 속에 신혼의 기억들이 아련히 피어난다. 매쉬멜론처럼 살캉거리고 달콤하던 시절, 자줏빛 행복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지.  추억의 백사장이 끝나고 몇 개의 쪽비치 골목을 들락거리면 바다 쪽으로 고개 내민 톰볼로(Tombolo)에 이른다. 어려운...
글 김해영, 사진 백성현
 다행히 크리슨튼 포인트(25.5km 지점)는 검은 자갈돌 아래 잔모래알을 품고 있다. 발치까지 물이 든 줄도 모르고 팀원들은 잘 잔다. 난 밀물과 빗줄기, 신발창 탈착증 염려에 잠 못 자 빨간 토끼눈으로 새벽에 일어나니 하늘이 울먹울먹하고 있다. 그도 밤새 고민했던 걸까? ‘괜찮아, 밑창 떨어질 때까지 가보는 거야. 포기는 언제든 할 수 있는 거잖아.’마침 가져온...
글 김해영, 사진 백성현
싱싱한 파도소리에 일어나니 바다를 닮은 하늘이 감청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서녘을 바라보면 아침놀이 아쉽고 동녘을 바라보며 저녁놀을 그리워한다.  어제의 긴 숲길에 질린 벗이 해변길로 가자 떼를 쓴다. 물 뜨러 갔다가 들여다본 숲속길의 험난함이 떠올라 그럼1.5km만 해변을 걷다가 본 트레일로 돌아갑시다. 하고 물러선 게 병통이었다.  사람은 늘 가보지 못한...
글 김해영, 사진 백성현
 케이프 스캇 트레일 입구(Cape Scott Trailhead)에 닿으니 진흙덩이를 단 여성 하이커 둘이 햇볕 아래  젖은 몸을 뒤척이고 있다. 케이프 스캇 트레일에 이어 노스 코스트 트레일 6km지점까지 갔다가 하도 험해 돌아왔다는 그네들의 볼에 보람이 흥건하게 고여있다. 이어서 달려 내려오는 젊은 하이커 넷. 역시 진흙에 절인 인절미다. 알러지와 땀띠꽃이 붉게 핀 엉덩이를...
글 김해영, 사진 백성현
 여름이 되면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해변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싶어 거친 야생으로 들어가곤 한다. 세포를 갉아먹는 좀을 몰아낸 지 얼마나 되었다고 험한 트레킹을 가느냐는 주변의 만류를 물리치고 노스 코스트 트레일(North Coast Trail) 행을 결심한다. 별이 무수히 쏟아지는 해변에 밤의 도포자락을 핥는 모닥불, 달빛을 받아 밤새 반짝거리는 플랑크톤의 유영,...
글 김해영, 사진 백성현
봄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놀미욤 들에게 물으니저 수채화 물감빛 하늘에서 오지 연둣빛 혀로 답한다아니야, 샛바람이 봄내를 싣고 와 겨울을 휘적여 놓던데회색빛 가신 하늘이 고개를 가로젓는다웬 걸, 나비처럼 팔랑거리는 여인네 옷자락에서 묻어나는 거야바람이 속삭인다 뽀초롬 연둣빛 혀를 물고 있는 들과한결 가벼워진 하늘빛,향내를 품고 있는 봄바람이정숙한 여인네를 꼬드겨 일으킨 반란인 걸 어드메서 오는지어느메쯤 떠나갈지아지 못하는...
김해영 시인
내 몸은 천칭자칫 어느 하나를 욕심내면그만 기울어져 넘어지는 세상일에 치우치면시가 막히고글쓰기에 몰두하면세상 것이 우스워진다 어느 날 헤어날 길 없는 절망의 수렁에 빠졌다끝간데 없던 호기는 다 사라지고 절망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우울증인가 자가진단을 했다마음이 허해지자 몸에 병이 왔다 병이 들고 바짝 정신이 든다마음과 몸을 나란히 들고 저울질을 한다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팽팽하다 아, 미루어둔 파릇한...
김해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