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민자 장모씨는 요즘 표정이 어둡다. 기업이민 카테고리로 밴쿠버에 온 그는 소위 말하는 ‘조건해제’를 위해 창업에 나서야 하지만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대부분의 자산을 한국에 남겨두고 왔어요. 문제는 본국 경기침체로 부동산 처분도 어렵고, 막상 처분한다고 해도 캐나다 달러가 너무 올라 투자는 생각하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사업가 최모씨도 원화의 초약세 때문에 근심이 늘고 있다. 자금 결제 일부를 본국 송금에 의존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원화가 캐나다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일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거죠. 그렇다고 해도 환율 속도가 이렇게 가파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미 제 2의 IMF가 온 듯한 느낌입니다.”
한인사회 일부가 원화의 약세로 술렁이고 있다. 거의 100% 송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조기 유학생 가정의 환차손도 크게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예비 이민자들의 밴쿠버 유입이 크게 줄어들 거라고 관측하고 있다. 이 관측에 따르면, 밴쿠버 한인사회의 경제규모가 답보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예비 이민자 이모씨는 “기다린다고 해서 환율이 떨어질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 현재 상태에선 자산을 정리해 캐나다로 들어갈 순 없어 정착을 최대한 연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 속도는 거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만큼 가파르다. 한국시각 8일 서울 외환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66.90원 오른 13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캐나다 달러 앞에서도 원화는 약세로 일관하고 있다. 8일 오후 5시 23분 외환은행 고시에 따르면, 캐나다 달러에 대한 매매 기준율은 1263.24원이다. 캐나다 달러를 현찰로 사들일 때는 달러 당 1288.37원으로 1300원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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