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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할말 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6-28 00:00

베르니에 전 장관 “전혀 몰랐다” 해명 일부선 고위공직자 자세와 책임 거론

여자친구의 전력문제와 기밀누출 사건으로 외무부 장관에서 물러났던 막심 베르니에 의원(사진)이 1개월 만에 입을 열었다. 25일 고향인 퀘벡주 세인트 조지 데 보스(Saint-Georges-de-Beauce)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국회의원직을 그만 둘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긴 침묵 끝에 사실상의 정치적 재개를 시도한 것이다.

베르니에 장관의 정치생명이 궁지에 몰린 것은 여자친구 줄리 콜리아드가 오토바이 갱단 ‘헬스 앤젤스’의 조직원과 내연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베르니에 전 장관은 “콜리아드 관련 소문이 언론을 통해 나오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으며 그녀에게 들은 적도 없다”고 했다.

또, 여자친구의 전력이 문제가 되던 지난 4월에는 이미 헤어진 다음이라고 강조했다. 베르니에 장관의 취임식에 동반 참석했던 콜리아드는 ‘헬스 앤젤스’의 조직원과 한번은 3년간 동거, 또 한번은 결혼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깜도 못 되는 사생활 차원의 문제를 가지고 정치 공세를 펼친다”고 옹호하던 스티븐 하퍼 총리마저 손을 들게 만든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기밀사항이 외부에 유출됐다는 보도는 치명적이었다.

줄리 콜리아드는 퀘벡의 한 지역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 “베르니에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고 이용만 했다”면서 “외교문서를 자신의 집에 두고 갔다”고 폭로했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친구를 향해 비수를 날린 것이다. 문서는 4월 루마니아 부크레슈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관련 메모였다.

초선의원인 베르니에 전 외무장관은 이렇게 반박했다. “관련 서류를 콜리아드의 집에 두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면서 “문건자체는 그렇게 민감한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정보가 담긴 기밀문건이라면 의례히 바코드가 입력되거나 비밀유지를 위한 등급 분류가 이뤄지는데 전혀 그런 조치가 없었다. 하다못해 대외비라는 표시나 어떠한 경고 사항도 첨부되지 않았다. 그는 “기밀누출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증명할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곧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르니에 의원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비밀문건이 없어진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당사자의 해명이나 장관사임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당 등 야당에서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문제의 본질을 흩트리려는 수작”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일간지 ‘글로브 앤 메일’은 26일자 사설(Still waiting for answers)에서 ‘일방적 해명보다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줄리 콜리아드와 연인관계에 있던 당시 베르니에 의원은 산업부 장관이었고 외무부 장관 재임기간에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베르니에 전 장관이 “이번 사건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개인적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게 됐다”고 했지만 “고위공직자의 책임에 대해서는 여전히 깨닫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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