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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동네 축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5-28 00:00

BC한인축구대회 춘계리그 열기가 뜨겁습니다. 4강전과 결승전을 남긴 시점에서 한인동포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독자 한 분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동네축구 중계하느라 고생이 많습니다”라며 웃었습니다.

하긴, 18개 아마추어 축구단의 전력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12:0이라는 스코어도 나옵니다. 심지어 축구단 유니폼이 부족해 선수끼리 바꿔 입어야 하는 때도 있습니다. 11명의 엔트리 구성조차 어려운 팀이 있고 교체선수를 10명까지 허용하는 웃지 못할 대회규정도 있습니다. 물론 예산부족 때문에 주심 외에 선심은 각 선수단에서 돌아가며 맡기도 합니다. 축구경기장을 찾는 관중이라고 해봐야 가족이나 친구, 선수 빼면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동네 축구’는 제대로 된 경기 규칙이 없고 체계적이지 못한 마구잡이 축구를 두고 하는 말일 터이지만 사랑의 눈으로 보면 조금은 달라집니다. 주말 경기로 계속되는 대회를 준비하는 협회간부들은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대부분입니다. 어떤 이는 어린 자녀를 친척집에 맡기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아내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자원봉사자로 나옵니다. 비록 ‘동네 축구’라고 낮잡아봐도 이들의 헌신적인 축구사랑은 보지 않고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BC한인축구를 대표할 선수 30명이 선발됐습니다. 이들은 7월 리치몬드에서 열리는 29회 네이션스컵 대회에 출전합니다. 이태리가 우승한 2007년 대회에서 한인대표팀은 1무 2패의 전적으로 8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정상적인 한국축구 수준과 비슷합니다.

지켜보는 우리도 반성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에는 무관심하다가 뭘 좀 해보려고 하면 초를 치고 나서는 사람도 있습니다. 참여는 없이 참견만 늘어 놓거나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는 심보는 없어졌으면 합니다. ‘동네 축구’ 탈피는 동포들의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BC한인축구대회가 동포사회의 축제마당이 되고 한인사회 단결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시인 안도현은 ‘너에게 묻는다’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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