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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1일 밴쿠버에서 공연하는 조수미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1-11 00:00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는 것 느낄 수 있는 즐거운 무대 될 것"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오는 21일 밴쿠버 무대에 다시 선다. 지난 2006년 5월 밴쿠버 심포니(VSO)와의 첫 공연은 이곳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조수미도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공연”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조수미를 전화로 만났다.

-2006년 5월 밴쿠버 심포니(VSO)와의 첫 공연은 이곳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당시 밴쿠버 공연 소감은?

“그때 공연 프로그램도 좋았고, 관객들의 반응도 너무 좋았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공연이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음악인 중 한 명인데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한국, 일본, 유럽 투어가 많고 8월에는 켄트 나가노(몬트리올 심포니 지휘자)와 공연을 갖는다. 공연도 중요하지만 올해 제일 중요한 것은 음반 작업이다.”

-유니버설 코리아와 세계민속음악 앨범을 낸다고 들었다. 세계민속음악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크로스오버적이면서도 퀄리티가 있는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찾다가 세계민속음악을 선택하게 됐다. 한국을 비롯해 스페인, 브라질 등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음악을 담게 된다. 가야금 등 한국 악기들도 등장해 서양 악기와 함께 연주된다. ‘세계 속의 한국 테마’를 담아보려고 한다.”

-‘신이 내린 목소리’,  ‘최고의 콜로라투라’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 다닌다. 이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어떤 기분이 드나?

“어떤 때는 과분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어려서부터 내 목소리가 독특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며 살지는 않게 될 거라고 운명처럼 짐작했었고, 결국 동양인으로서는 걷기 힘든 길을 가게 됐다. 세상에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많다. 타고난 재능뿐만 아니라 노력과 운도 따라야 한다. 나는 노력도 했고, 운도 좋았다. 그 동안 참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열심히 사는 만큼, ‘아름다운 도전’을 계속 해온 만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받은게 많은 만큼, 사회에 환원하고 싶어"

-연중 전세계를 돌며 공연한다. 늘 가장 돌아가고 싶은 곳은 집이라고 했다. 조수미에게 ‘집’은 어떤 곳인가.

“집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한국을 떠나면서부터였다. 전세계 도시를 돌아다니며 호텔 생활을 하다 보니까 늘 내 커피잔, 내 것, 내 공간…그런 게 다른 사람들에게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유학 이후 20년 넘게 로마에 살아서 여기가 내 집이 된 지 오래다. 가족은 없지만, 애견이 세 마리나 된다. 요즘에는 일할 때도 사람들이 우리 집으로 온다. 다만 한 시간이라도 더 집에 있을 수 있어서 나도 그게 더 좋다.”    

-감기 걸릴까 봐 공연 전에는 외출도 꺼린다고 들었다. 공연이 두렵다거나, 또는 공연 후 만족하지 못했을 때가 있나? 그럴 땐 어떻게 하나?

“가장 힘든 때는 몸 컨디션이 안 좋을 때다. 참 절박하다. 공연이라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다. 배도 고프고(웃음), 진도 많이 빠진다. 공연을 끝내고 나면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그래도 재미있다. 힘들지만 멋지다는 생각을 한다.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갖고 무대에 서지만 2-3시간 정도 공연하고 나면 에너지가 다 소모된다. 그러나 관객들에게 다시 에너지를 돌려받는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쎔쎔’이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받는다. 늘 감사하고 있다.” 

-기아추방운동, 올림픽과 월드컵, 엑스포 홍보대사 등 많은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나?

“꼭 외국에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애국심이 투철했다. 20여 년간 전세계를 다니며 국제 사회의 변화를 접하면서, 나라가 잘 돼야 외국에 사는 우리들이 좋아진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개인 공연을 좀 덜 하더라도 받은 게 많으니까 환원을 하고 싶고, 뭔가 본보기가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동물보호 문제에 관심이 많다. 사람과 같이 살아 숨쉬는 생명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약한 것 같다. 동물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사람이 많아야 나라도 따뜻해질 것 같다. 음악을 통한 환원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아름다운 음악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꼭 해보고싶은 것은 '나비부인'의 초초상

-국제무대 데뷔 20주년이 지났다. 조수미가 계획하는 앞으로의 20년은 어떤 모습일까.

“신이 허락하신다면, 내게 주신 목소리를 잘 보호해서 오랫동안 노래하고 싶다. 나는 고전음악인이지만, 소수가 사랑하는 음악을 하는 고전음악인은 아니다. 품격이 있으면서도 대중이 사랑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 늘 무대 위에만 서있을 수는 없다. 때로는 내려와서 어깨를 맞춰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음악,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앞으로는 희귀 오페라, 러시아 음악 등으로 장르를 넓혀나가는 한편 가끔은 바캉스 가는 셈 치고 크로스오버나 대중을 위한 음악을 하고 싶다.”

-무대에서 내려오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오페라 ‘나비부인’의 초초상이다. 사실 나비부인은 나 같은 콜로라투라보다는 드라마틱한 소프라노가 많이 하는 레퍼토리라서 무거운 목소리를 가진 서양인들이 주로 해왔는데, 10년 후 내 목소리가 지금보다 부드러워지면 15살 초초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꼭 해보고 싶다.” 

-이번 밴쿠버 공연에는 어떤 레퍼토리를 준비하고 있나?

“밴쿠버 심포니에서 원하는 곡과 내가 원하는 곡으로 구성했다. 인간에게서 어떻게 저런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밤이 될 것이다. 앙코르 곡으로는 한국 노래와 재미있는 개그 장면이 있는 곡도 준비하고 있다.”

-밴쿠버 한인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우선 2008년 새해에도 평안하시고 하시는 일이 잘 되기를 바란다. 공연에 많은 분들이 오시면 좋겠지만, 못 오시는 분들에게도 내 음악이 일상의 피곤을 풀어주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 동안 세계 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밴쿠버처럼 자연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순수한 곳은 드물다. 그처럼 아름다운 곳에 살고 있는 것은 행운이다. 고국에 가실 일이 있으면, 캐나다에서 느끼신 그런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한국에도 전해주셨으면 좋겠다.” 

조은상 기자 eunsang@vanchosun.com

조수미 VSO 공연
1월 21일(월) 오후 8시 오피움 극장(Orpheum Theatre)
티켓 예매 www.ticketmaster.ca / www.vancouversymphony.ca
주최 VSO / 후원 밴쿠버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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