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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당신은 1년에 책을 몇 권이나 읽나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6-07 00:00

대학생의 책 읽기 문화

인터넷 발달에 따른 정보화 시대의 현실은 아무도 피할 수 없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사람은 이제 드물다. 무선 인터넷이 연결 되는지부터 확인하며 컴퓨터를 켜고 모니터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책 읽기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교양 도서보다 주로 전공 서적을 뒤지며, 그나마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면 전공 서적도 덮어놓고 놀러 나가기 일쑤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도서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대부분 대학생들의 독서기피현상을 개인 의식의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사회 제도적인 이유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학창시절을 들여다보면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보다는 입시제도에 얽매여 책의 주제를 외우고 글쓴이의 약력을 줄줄 꿰고 앉아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반면에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 독서에 대한 학부모의 열성은 대단하다.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올바른 독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동화책에서부터 아동을 위한 교양서적까지 사서 집으로 나르는 것이 일이다.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는 친구들은 지금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있고 성공의 지름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분명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학문이란 책 읽기와 동일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습관들은 중학교를 입학하면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입시에 허덕이는 학생들을 더러 보았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공부와의 전쟁에서 해방되고 어렸을 적 길러온 독서 습관은 입시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독서 문화에서 개인 의식의 문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확실히 한국의 제도적인 구조가 학생들의 책 읽기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요즘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하다. 영화와 만화, 게임 같은 영상 매체들이 대학생들의 주요 여가활동으로 자리잡은 지금, 아무래도 ‘오락’으로서의 책의 기능은 상실된 것 같다.

사회적 시설이 적은 것도 독서 문화를 저해하는 주된 이유가 된다. 책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하는 학생들은 없지만,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은 현실이다. UBC의 도서관은 다량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음악 관련 서적은 음대 건물에 배치되어 있고, 법과 관련된 서적은 법대 건물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있고, 심지어 한국과 관련된 서적도 아시안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코너 도서관(Koerner Library) 이나 메인 도서관 같은 대형 도서관들이 캠퍼스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한국 대학의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 도서관 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각 대학 예산안에서 도서관에 투자하는 지출이 현저히 낮다. 인건비가 부족해서 건설 완공 시기가 늦어지고, 관리비와 도서관 증축비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자료 구입비와 장서 확보를 위한 비용이 12%에 머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한국 도서관 협회 2001년 통계).

현행 입시제도를 거친 지금의 대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책 그 자체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에도 먹고 살기 위한 취업이나 각종 자격증 취득, 학과 점수를 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학생들의 현실은 개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생존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삶과 세계에 대한 통찰을 할 시간이나, 교양을 쌓기 위한 독서는 그림의 떡일 뿐, 폭 넓은 독서문화가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전자책과 같은 디지털기기의 발달에 따른 기술의 변화는 학생들과 한국인들의 독서 문화를 바꿔 나갈 것이다. 근본적인 의식의 전환과 시설적인 개선을 더한다면 독서 문화의 변화는 가능한 일이다.

정영한 학생기자 (경제학과 1년) petery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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