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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데이' 미술공모전 수상한 전형준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5-23 00:00

'캐나다 데이' 기념 포스터 공모전에서 BC주 9세~11세 부문 영예의 1위

◇ 캐나다 데이를 기념하는 미술공모전에서 BC주 9-11세 부문 1등 상을 수상한 직후 아버지 전병호(맨 왼쪽)씨,  선생님, 어머니 이미현(맨 오른쪽)씨와 함께 한 기념사진.

아이다운, 전형준다운 짧은 수상소감

“되게 좋았어요.”
수상소감을 묻는 말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전형준군이 한 대답이다. 그림을 그리는 데 얼마나 생각하고 그렸냐고 묻는 캐나다 CTV 인터뷰에서도 ‘1Day!’ 한마디만 했단다.

그림 외 색소폰, 바이올린, 하키, 사진촬영, 설치미술을 좋아하고, 길을 가다가도 궁금한 것을 보면 반드시 만지고 들여다보며 이해하고 지나가는 아이. 전군은 태어날 때부터 장폐색증이란 희귀병을 앓다가 겨우 극복하고, 아홉 살 때 19kg의 몸무게로 밴쿠버로 왔다.

그때가 2004년 9월. 그로부터 불과 2년 반이 지난 지금, 몸무게는 46kg으로 늘어났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나 2000여명의 캐나다 학생들과 겨뤄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전군의 인터뷰는 작은 골프 공, 컴퓨터, 액세서리 하나에 이르기까지 무엇에든 관심을 갖는 아이다운 호기심 덕분에 상가로 달려가면 끊어졌다가 돌아오길 기다려 다시 시작하며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수상 작품의 주제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상징적 표현’

캐나다 데이를 기념해 연방정부 헤리티지부가 주최한 미술공모전에서 BC주 9-11세 부문 1위를 차지한 전군의 작품 주제는 ‘캐나다의 문화를 상징할 수 있는 그림’.

“여기 높은 탑은 토론토에 있는 CN 타워구요, 이 건물은 퀘벡의 의사당건물, 아래 긴 나뭇잎은 캐나다의 상징 메이플리프, 뒤에 산은 그라우스 마운틴, 나이아가라 폭포, 뒤에 큰 산은 록키산맥, 여긴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 연어 떼와 이글루도 있어요.”

모두 인터넷과 차에서 보고 읽은 캐나다를 상징하는 것들을 그린 것이란다. 11세 어린이의 작품치고는 순수하고 사실적인 표현의 구체적인 면과 다소 난해한 색감의 선택으로 복잡한 감도 있다. 하지만 그림 하나 하나에 담긴 의미를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림 속에는 배를 타고 캐나다를 향해 오고 있는 사람들 틈에 태극기를 들고 있는 한국인도 보인다. 그런데 카누의 끝 부분, 조그맣게 표시되어 있다.

“캐나다는 이민 온 민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잖아요. 우리 한국인이 캐나다로 지금처럼 이민을 많이 오기 시작한 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늦게 시작되었으니까 뒤에 그린 거에요.”

전군은 그림 공부를 비공식적으로라도 배운 적이 없다. 색소폰과 바이올린, 하키, 사진, 설치미술까지 다양한 관심사의 한 부분이다. 특히 좋아하는 사진촬영은 디지털카메라보다 필름 수동카메라만 10여대를 가지고 있을 정도.

그의 어머니는 아직 ‘작품’이라고 말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집 정원에는 찰흙으로 빚은 전군의 작품과 폐품을 이용해 만든 설치작품이 곳곳에 있다. 구경하는 사람들로부터 아이디어가 꽤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군의 작품은, 이번 공모전에서도 엔조 구에리에로 캐나다데이 행사준비 위원장으로부터 ‘아이디어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전해 들었다.

“집안에 온갖 잡동사니를 끌어들여 정원에 설치하는 게 싫어서 못하게 말리죠. 그래서 이번 미술도 저 몰래 혼자 그렸나 봐요. 공부 안하고 엉뚱한 짓 한다고 혼내도 그만두질 않아요.”

관심분야와 재능이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가늠 할 수 없는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고충도 이만 저만 아니었던 듯, 한국을 떠나 온 지금은 ‘휴식’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완치가 불가능한 희귀병 안고 태어나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장폐색증을 안고 태어난 전군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소장 수술을 받고, 정상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사람들로부터 ‘잘 살 수 있을까’ ‘괜찮아지겠지’ 라는 위로조차 상처가 되던 이씨는 아들을 5살이 될 때까지 포대기로 감싸 안고 다녔다고 한다. 한 밤중이라도 아프면 응급실로 달려가야 하는 상황 속에서 유치원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7살이 될 무렵 기적같이 조금씩 회복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할 정도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회복을 했을 뿐, 또래의 몸집이나 키에 비해 작고 어린 전군은 한글도 깨우치지 않은 채 입학 했고, 학교생활은 생각했던 것 보다 힘겨운 일들이 많았다.

“형준이는 학교생활이 너무 재미있고 신기한 반면, 친구들과 선생님의 눈에는 이런 형준이가 신기하고 이상한 아이로 비춰졌죠. 그저 호기심으로 하는 행동이 무엇을 해도 튀어 보였고, 어떤 생각을 해도 특이한 아이로 바라보는 통에 제 마음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고 까맣게 타 들어갔어요.”
초등학교 1학년 첫 봄소풍을 갔던 날, 학부모들이 항의하고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고 했다.

“동물이나 식물을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애가 개구리나 두꺼비를 처음 보고 얼마나 신기했겠어요. 형준이가 잡은 개구리를 본 친구들이 1000원씩 팔라고 해서 팔았나 봐요. 두꺼비는 좀 더 희소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안 팔겠다고 하니까 한 친구가 5000원에 팔라고 졸랐지만 자기가 제일 친한 친구에게 공짜로 그냥 주었답니다.”

5000원에 달라고 했던 아이가 울고 난리가 났고, 개구리를 놓친 아이들은 돈을 돌려달라고 난리. 하지만 그것은 놓친 사람의 부주의라며 환불을 거절하는 형준군. 끝내 “내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는 건 내 마음이고, 놓친 사람이 책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고집을 꺾지 않는 아들 때문에 이날 소풍이 끝난 후 학부모들의 항의전화를 받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1등으로 받은 상금 200달러 밴쿠버 조선일보에 맡겨

새벽 1시가 되도록 책상 앞에 붙어 앉아 공부를 하는 초등학생. 폐품을 주워 정원에 무언가 설치하고 내 주장이 정확하고 분명한 아이, 평범하지는 않다. 이씨는 구체적으로 아들의 행동이나 생각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평범한 것과는 동떨어진 아들을 둔 덕에 한국에서는 늘 주눅들어 살아야 했다고 한다.

“획일적인 모습이 ‘정상’이라고 단정짓는 한국학교에서는 선생님도 아이를 이해하려 들기보다 이상한 눈으로 바라 볼 뿐이고, 또 형준이도 서로에게 적응을 못했죠. 그래서 외국의 교육방식이 더 맞을 것 같아서 미국으로 가려다가 이곳으로 올 때 형준이가 19kg이었어요. 지금 45kg이에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각각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봐 주려는 교사들의 노력이 ‘특별함’을 결코 달라 보이지 않게 만드는 정서가 아이에게도 잘 맞았던 듯.

전군은 이번 공모전에서 상금으로 받은 200달러 가운데 감사헌금으로 교회에 낸 20달러를 제외한 180달러를 밴쿠버 조선일보에 맡겼다. 작은 돈이지만 꼭 필요한 곳에 쓰고 싶다는 의미였다. 
현재 밴쿠버 베이뷰(Bayview)초등학교 5학년인 전군의 장래 꿈은 하버드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훌륭한 건축가가 되는 것.

이번 1등 수상은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는 다양한 재능이 언젠가 이 나라와 세계 속에서 긍정적 특성으로 부각될 그때를 위한 출발이 될 것이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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