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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일은 다 한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5-17 00:00

‘특별한 과거, 이 분야 전문가’ 전 평화방송 PD, 서울음반 기획자/ 현 ‘자연한방병원’ 원장

◇ 그동안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한 삶’이었다는 이재석씨는 지금 한의원 원장에서 그 도전이 ‘멈춤’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좋아하는 일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몰입하는 그에게 있어 현재는 그래서 또 다른 행복의 시작이다.

‘카이스트 해양연구소, 광고기획, 대중음반기획, 카피라이터, 시인, 음악방송 PD’.

굵직굵직한 것만도 다섯 손가락이 모자라는 이재석씨의 이력은, 그에 관련된 공부와 세부전공, 과정까지 합치면 머리 속에서 정리 하는 것만도 벅찰지경. 그의 부인조차 “당신의 관심사는 왜 끝이 없냐”고 했다는 말을 백번 공감하고도 남음이 있다.

일을 할 때 “이 일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데 6개월의 시한을 스스로에게 준다는 이씨는 ‘아니다’ 판단이 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다고 했다. 그것은 나도 그도 당신도 우리 모두가 가장 원하는 이상적인 삶이다.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없는 ‘짓’을 그는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원래 그의 꿈은 세 가지였다. 광고제작, 대중음반 기획, 방송국 음악 프로듀서. 현재 이 모두를 이루었고, 한의사의 꿈까지 이룬 그는 한의학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일에서 성취감을 찾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무작정 꿈만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과 확실히 다른 점 하나가 있다. 바로 “끝없이 꿈꾸고, 끝없이 도전하고, 끝없이 공부한다”는 것. 
 
●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77학번

90년 평화방송 개국과 함께 가장 중심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맡아 음악방송을 진행하던 그는 PD들로부터 “가장 평화방송다운 PD”란 소릴 들었다. 13년간 평화방송에서 그가 맡은 프로그램은  ‘사랑 하나 노래 둘’, 김세원씨가 진행하던 ‘시간의 흐름 속에’ 등과 같은 음악방송.

어디서나 있는 듯 없는 듯 한 사람, 그러나 그 자리가 비었을 때 도저히 채울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공간을 남기는 사람, 이씨는 그런 사람이다.

그의 살아 온 전력으로 보면 그렇게 보여졌을 뿐이라는 표현에 더 가깝지만, 어쨌든 그는 여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입학 할 때까지도 교내백일장에서 상을 받는 일이 아니라면 눈에 뜨이지 않는 보통 학생이었다.

어린 시절, 동네 바위나 산에 얽힌 전설을 글로 꾸며보며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금융업에 종사하길 바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경영학과로 진학하면서 문학적 열망은 사라진 듯 했다. 그러나 잠시 가라앉아 있던 그의 타고난 예술적 ‘끼’는 엉뚱한 데서 되살아났다.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을 하던 날 학교 정문을 나서는데 이전까지 없던 화실이 보였어요. 갑자기 무언가에 끌리듯 올라 간 화실 ‘레떼’에서 강금실 장관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며 제게도 가장 친한 친구인 화가 이현을 만났죠.”

그림은 그리지 않고 친구가 되어 문학과 그림 이야기로 예술적 목마름을 해소하던 그는, 이런배경이 훗날 음악프로듀서로 또 카피라이터로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감성적 바탕이 된 것으로 생각했다.     

● 첫 직장 카이스트, 그리고 서울음반

90년 평화방송 개국과 함께 평화방송에 입사해 “가장 평화방송다운 PD” 소릴 듣던 이재석씨.
뜻밖에도 그의 첫 직장은 ‘카이스트 해양연구소’ 인사담당 부서였다. 이곳에서 6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5년, 10년 근무한 선배와 상사에 나를 대입해서 미래의 내 모습을 예측해 보면서, 과연 내가 저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 아니란 생각을 했죠. 아니었습니다.”

다시 입사한 곳은 ‘코리아 헤럴드’. KBS 한국방송주최 외국인 한국어 웅변대회, 명절 특집 가요제, 영어웅변대회와 같은 행사를 기획하고 유치하는 일을 했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끼를 잠시나마 발산하긴 했으나 미래의 비전을 두고 갈등할 무렵, 눈이 번쩍 뜨이는 광고를 발견하게 된다. 서울음반기획사의 공채 광고였다. 87년의 일이다.

서울음반에서 그룹 ‘다섯 손가락’, 원미연, ‘신입생’ 같은 가수들의 음반을 기획하고 제작 홍보까지 1인 다역을 하며 비로소 ‘내 길’을 찾은 듯 보였다. 집안에서는 ‘딴따라’가 된 아들 때문에 난리가 났던 이곳에서 그는 당시 대한민국 편곡 트로이카로 꼽히던 피아니스트 변성용, 김명곤, 이호준씨, MBC교향악단 정성조씨, ‘아기공룡 둘리’ ‘용의 눈물’ 등 드라마 작곡가 김동성씨 등을 만나게 된다.

“저를 무척 아끼시던 선생님들이 모이기만 하면 ‘너는 음반사 스타일이 아니다. 사업적 기질도 없고 거친 이 세계에 맞지 않다’면서, 음반을 제작하는 것과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다른 것이니 다른 직장을 다니면서 음악을 즐기라고 거의 강요를 했어요. 선생님들끼리 기업체 알아보고 직접 이력서를 접수해 놓은 다음 무조건 면접을 가라고 하셨죠.”

‘붙박이 샐러리맨’은 그가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일.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던 면접에 어떻게든 떨어지기 위해 불가능한 입사조건을 주장해 자연스럽게 불합격되었다. 

세상 모든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조용조용 한치 엉킴 없이 논리정연 하게 접근하는 그의 외면적 모습에서 도저히 예측하기 힘든 그의 과거는, 마치 잔잔한 수면아래로 치열한 발길질을 하며 유유히 떠다니는 백조를 떠올리게 한다.  

●‘코래드’에서 광고 카피라이터의 꿈 이루다

이후 서울음반의 기획과 광고제작 경력으로 ‘코래드’에 입사, 카피라이터로서 또 다른 명함을 가지게 되었다. 이때 한국광고연구원의 ‘카피라이터 대회’에서 그가 출품한 카피가 1등으로 표창을 받으며 이것이 또 천직인 듯 했다. 그러나 이것도 1년을 넘기고 끝났다. 이번에는 타의에 의해서다. 일에 몰두하는 그를 ‘일에 치어 고생한다’고 오해한 서울음반의 그 ‘형님’들이 반강제로 옮기게 한 것. 이때 카피라이터로서 그가 남긴 대표적인 카피는 하버드의대생들의 이야기를 적은 ‘김영사’의 ‘닥터스’ 광고 “그들의 시는 히포크라테스, 그들의 향수는 포르말린이었다”였다.

● 한의학은 30대 후반부터, 랭리에‘ 자연한방클리닉’ 오픈

한의학에 대한 관심은 98년부터. 직접적인 공부는 99년부터다. 그는 “내가 한의학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한의학이 나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운명적으로 한의학과 만났다는 말이다.

30대 후반 동양철학과 동양화, 풍수지리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의학 박사인 지인의 조언으로 휴가를 이용해 미국 사우스 베일로  한의과대학 단기 과정 강의를 듣게 된 것이 출발이었다. 이후 정식으로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한의학 공부를 시작, 2003년 밴쿠버 ‘상해중의학대학’을 졸업하던 2005년 한약사와 침구사 자격을 동시에 취득했다. 한의학 공부를 시작한 지 7년만의 일이다. 그리고 약 2년여 임상경험을 거쳐 지난 2월 랭리 구 다운타운에 ‘자연한방클리닉’을 개업하고 진료를 시작했다.

그는 1시간에 단 1명의 환자만 진료하고 외국인과 한국인을 50:50으로 예약을 받고 있다. 이것은 "외국인들에게 동양의학의 신비하고 은은한 깊이를 전달해 주고 싶다”는 생각과 “장사 같은 느낌으로 환자와 마주앉고 싶지 않다”는 조건에 타협하고 싶지 않는 소신때문이다. 현재 그는 사우스베이 한의과 대학에서 본초학 강의도 맡고 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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