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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은 불교 이전의 나를 만나는 일상의 쉼표"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5-16 00:00

우리 모임 / 밴쿠버 참선모임 ‘Vancouver ZEN Group’

참선(參禪)이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선도에 들어가는 선법을 참구(參究)한다’는 것으로, 참이라는 글자는 ‘셋이 서로 가지런하게 참여한다’ 또는 ‘신중하게 대조하며 생각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불교에서는 ‘법회에 참석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런 불교적 해석으로 인해 참선은 곧 불교의식이라고 단정짓게 된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의 선(禪)을 닦는 일은 ‘땅을 판판하게 닦고 깨끗이 한다’는 뜻으로, 마음의 안정을 추구하는 것. 

원래 '관음 스쿨'은 '산은 푸르고 물은 흐르는구나'라는 마지막 법어를 남기고 2004년 열반한, 대한불교 조계종 숭산 스님이 한국불교를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가르치기 위해 만든 포교모임. 그러나 실제로는 참선만을 위해 종교와 무관한 많은 외국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숭산 스님은 지난 66년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과 홍콩 브라질 등 전 세계 32개국에 우리 불교를 전파, 달라이라마와 함께 세계 4대 생불로 손꼽히는 근대 한국불교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밴쿠버에 이 ‘관음스쿨’이 생긴 것은 2년 전. 최근 이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한 유일한 한국인 인 이정호씨는 참선을 시작하면서, 삶에서 나쁜 일이 생겨도 ‘성급하지 않은 여유와 그로 인한 마음의 평화’를 얻은 것을 가장 큰 변화라고 말한다. 이것은 하버드대학원 출신으로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듣고 불교에 귀의한 벽안의 현각 스님의 인터뷰에서 ‘비 오는 날 기분’을 묻는 질문에, “왜 사느냐, 왜 먹느냐, 왜 죽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은 비 오는 날엔 특히 더하다. 참선 공부가 그런 공포로부터 벗어나 진리의 세계로 '나가는 곳(exit)'을 알게 해주었다. 예수님도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라고 말했듯, 참선은 개안(開眼)한 기분이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현각 스님의 스승이며 화계사 주지였던 숭산 스님이, 한국불교를 강요하지 않고서도 세계 수만 명의 외국인 제자를 둔 '선(禪)'을 추구하는 세계적인 이 모임은, 불교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불교를 직접 포교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강요하지도 않는 것이 특징이다.

“불교니 기독교니 하는 종교조차 내려놓고, 그 이전의 '나'를 찾는 작업, 즉, 종교 이전의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죠.”

현재 밴쿠버 관음스쿨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UBC 컴퓨터 사이언스학과 교수 크리스씨<사진>. 10여명의 캐네디언과 외국인들이 크리스씨의 집과 써리 지역에서 매주 3회의 정기모임을 열고 있다. 곧 관음선원 지도법사(공안으로 스님들과 일반인들을 지도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자격 취득을 곧 앞둔 그는, 대학원생이던 스무 살 되던 해에 벨기에를 방문한 숭산 스님을 처음 만나 "끝없이 이어지는 욕심의 생각을 끊으면 나 이전의 '나'로 돌아간다"는 법문이 강하게 와 닿아 심취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I, My, Me', 내 생각과 내 것을 내세울 때 시작되는 것이죠. 선(禪)은 명상을 통해 참 '나'를 깨달아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의 말은 내 생각을 내세우면 결국 다른 생각과 충돌한다는 것. '선'은 이런 생각을 내려놓고, 그 생각 이전으로 돌아가는 연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종교 이전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므로 종교와 무관하게 참여할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세계로 파생된 관음스쿨에 우리 한국인들의 많은 참여를 권유하고 있는 크리스씨의 말처럼, 실제 밴쿠버 웨스트와 써리 지역 참선모임에는 기독교인과 천주교인 이란인 등 종교와 연령, 성별 모든 세상 조건을 초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다. 

모임은 매주 화요일, 토요일에는 밴쿠버 웨스트(#104 1526 Arbutus St.), 수요일은 써리(14069 104 Ave.)에서 갖고 있다.

문의 (604) 790-3497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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