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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어렵지만 아주 아주 재미있어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4-11 00:00

프레이저 밸리 한글학교 외국인 한글반 학생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전말 전말 행복합니다.”
‘전말 전말(정말 정말)’ 이라고 발음하면서도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은 프레이저밸리 한글학교 외국인 특별반 학생들이다.

“어디에 놓을까요?”
“여기에…… 놓아주세요”, “저기에 놓아 주세요.”

학생들은 수업을 끝내고 선생님의 질문에 따라, 오늘 배운 ‘여기, 저기, 내 손, 책상, 여자’를 응용해서 직접 대화를 하고 있었다.

프레이저 밸리 한글학교에서 이 특별반을 개설한 목적은 캐나다에서 태어난 한인2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한 것. 그러던 것이 한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등록을 하면서 밴쿠버 한글학교 최초의 외국인을 위한 한글반이 됐다. 

 

흔히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들이 영어이름을 사용하듯, 이곳에서는 바다, 이슬, 가양, 하늘, 미소, 나무 등의 예쁜 한글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학생들 가운데 바다(Louis)씨와 이슬(Lina)씨는 부부, 하늘과 미소는 형제다.

현재 몬트리올 뱅크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슬씨와 화가인 바다씨 부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이곳에서 익힌 한글로 한인교회에서 성가대로 봉사를 하고 있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보통,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방법은 알파벳을 이용해 영문 그대로 읽으며 외우게 하는 것이 일반적. 여기에 동요와 율동을 첨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단순암기와 주입식에 그치는 두 가지 방법 모두 올바른 한글 지도방법으로 보기엔 억지스러운 데가 있었다.   

“단순 암기를 하게 되면 응용하기가 아주 어려워져요. 처음 배울 때 어려운 것 같지만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결합 원리를 알면 문장으로서 읽고 쓰기와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지죠. 무엇보다 한글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한글지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외국인 한글 반을 맡고 있는 오남숙씨는 ‘우리 한글을 말만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이의 지도 방법은 극성스러울 만큼 열성적이다. 훈민정음 원리에 대한 이해와 교구를 이용한 자음과 모음의 가획과 조합의 원리를 통해 근본적인 한글의 이해를 시킨 후, 교구재나 생활 속에서 놀이를 이용해 익히는 방법으로 가르친다. 즉,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음가 교육을 통한 정확한 발음 교육으로 외국인의 인지감각적 한글 교육에 더불어 학습에 대한 흥미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다.  

덕성여자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국어교사로 근무하며 한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오씨는,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속도에 따라 새로운 방법을 연구해 다음 수업시간에 적용하며 자신만의 수업방식을 찾아간다. 교사의 이런 작은 노력도 또 하나의 애국이라 믿으며 그들을 통해 느끼는 큰 보람을 오히려 감사해 하고 있다.   

학생들은 저마다 한글을 배우는 이유를 가지고 있다. 11학년인 미소는 한국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고, 퍼시픽 아카데미 10학년 가양(Kyle)군은 훗날 한국인들과 무역을 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한다. 팀 호튼스에서 근무하는 ‘카일’씨는 한국의 고아원이나 양로원에서 봉사를 하고 싶어서이다. 이들 모두 한글을 배운 이후 한국의 드라마와 TV를 보면서 한국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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