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社說로 보는 세상] 부모가 3명이라고?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1-05 00:00

캐나다 온타리오주 대법원(재판장 마크 로젠버그)은 "5살 소년의 법적 부모로 아버지 1명과 어머니 2명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어린이의 양육과 권익에 특별히 초점을 맞춘 이 판결은 일정부분 타당성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법원은 앞으로 일어날 지도 모를 유사 사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또, 이번 판결이 어린이의 권익보호를 위한 최선의 선례가 될지도 극히 불투명하다.
 
이혼한 부부를 예로 들어보자. 어린 자녀의 후견인인 배우자 일방이 재혼한 뒤 부모로서의 (parental status) 친권을 요구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후견인이 아닌 다른 일방 배우자의 법적 지위는 어떻게 되나? 이혼 가정은 물론 자녀에게는 재앙이나 마찬가지 일이 될 것이다.
 
이 부분은 입법기관이 법률 재정비를 서둘러야 할 사각지대(fraught area)다. 동성애 결혼과 같은 주요 현안에 대해 과거처럼 수수방관하지 말고 법이 직접 나서서 이 뜨거운 감자를 다루도록 해야 한다.
 
사실, 이번 판결은 소년의 생모(生母)와 함께 지내온 여성 동성애자가 제기한 친권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 핵심이다. 처음 이 소송을 심리한 온타리오주 고등법원 데이비드 애스톤 판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오랜 기간 생부(生父)의 동의 아래 친권을 행사해 왔다.
 
(정자를 제공한) 생물학적 의미의 생부는 매주 화요일 소년과 시간을 보냈으며 목요일에는 가족처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때로는 생부의 실제 가족과도 어울렸다. 하지만 생부는 소년의 양육을 위한 재정적인 도움은 주지 않았다. 소년은 현재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세 사람이 공동으로 친권을 행사하기로 합의했어도 법은 2명 이상의 부모를 인정하지 않는다. 비록 온타리오주 법에는 법적 후견인의 수에 대한 제한이 없다고는 해도 미성년자인 자녀가 성년에 이르면 후견인의 지위는 없어진다. 소년을 출산하지 않은 또 다른 어머니는 평생동안 어머니의 역할을 원했다. 이 소년에게 이로움이 있다면 상속권을 갖게 된다는 등이다.
 
애스톤 판사는 "국가후견사상(parens patriae)에 기초해 3명의 부모를 인정하는 것은 소년을 위해서는 최선"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그러나 법원은 판결이전에 다른 어린이들의 권익을 위해서도 최선의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결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비슷한 경우에 처한 의붓아버지와 어머니의 친권소송이 봇물 터지듯 일어날 것이다. 소년의 부모를 3명이라고 인정할 것 같으면 3명 아니라 더 많은 수의 부모를 인정하지 못할 것도 없다."
 
가족법의 규정은 확실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혼 부모의 법적 분쟁이 있게 되고 분쟁이 발생하면 자녀들의 권익은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애스톤 판사도 이점에 대해 우려했지만 온타리오주 대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온타리오주 대법원은 4년전 캐나다 최초로 동성애자의 결혼을 합법화하면서 공정한 판결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사례는 결단력 부족이 아니다. 오히려 법의 틈새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이해된다. 30년 전의 법은 최신 생식기술에 힘입은 복잡한 가족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더 이상의 다른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도록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어린 자녀의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결정하고 법과 현실의 차이를 찾아 그 간격을 좁혀야 한다.
 
글로브앤 메일 사설 'How many parents should the law allow?'
이용욱 기자 블로그 http://blog.vanchosun.com/sennim
 
[키워드] 국가후견인사상(parens patriae)
 
국가후견인사상(parens patriae)은 13세기 영국의 형평법에 기원을 둔 것으로 '국가는 국민의 보호자'라는 사고가 핵심이다. 따라서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자녀를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부모를 대신해 후견인이 된다는 논리다. 자녀 보호가 최우선적으로 강조된다.
 
동성애 부부는 아이를 입양하는 방식으로 친권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 경우 생부의 친권이 소멸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소송을 제기한 가장 큰 이유와 법원이 고심한 흔적은 판결문에서 읽을 수 있다. 로젠버그 판사는 "여성동성애자 어머니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생모의 사망이다. 친권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생모가 사망할 경우 동성애 어머니는 아이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게 된다"고 판시했다.
 
현실을 인정한 획기적인 결정이라는 일부 반응과 달리 전통적 가족 개념을 무너뜨리는 혼란스러운 판결이라는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