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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한인동포 눈물 닦아 줄겁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0-23 00:00

입양·혼혈·해외동포 출신 경찰 17명 한국에
“한인들은 인종차별, 폭행, 사고를 당해도 말이 안 통해서 억울하게 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조나단 준영 립케(한국명 박준영·40)씨, 현재 뉴욕주 경찰국 고속도로순찰대에 근무하는 흑인 혼혈경찰이다. 경찰에 입문한 지 15년. 한인타운의 민원 해결사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23일 한국에 왔다. 경찰청이 입양인, 혼혈인, 해외교포 출신 경찰관 17명을 초청한 것.

12세 되던 해, 그는 영문도 모른 채 미국으로 입양됐다. 주한미군이던 아버지의 얼굴도 못 보고 태어난 흑인아이를 키울 길이 없었던 외할머니와 외삼촌은 그를 미국으로 보냈다. 유태인 가족에 입양된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경찰의 길을 택했다.

“한번은 피자가게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새치기를 한 앞사람에게 주인이 먼저 피자를 주자 한인부부가 ‘왜 내 차례인데 먼저 피자를 주느냐’고 따졌어요. 그러자 주인이랑 아들이 남편을 끌고 나와서 가게 밖에다 던져버렸어요. 왼쪽 팔목 뼈가 부러졌죠. 하지만 말이 안 통하니까 경찰은 주인 말만 듣고 ‘행패를 부려서 밖으로 내보냈다’고 믿어버렸죠.”

▲ 23일 경찰청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해외 한인 경찰관들이 한국 문화 체험행사 일환으로 서울 종로의 한 요리학원에서 소고기버섯전골을 끓인 뒤 맛보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11개 나라에서 활동하는 17명의 한인 경찰관이 참가했다. 왼쪽부터 박준영(미국), 김정숙(호주), 채드 스콧 황(미국)씨. /오종찬객원기자 ojc@chosun.com
한인부부의 아내는 너무 억울하고 서러워서 굳이 찾아온 혼혈의 한인 경찰관을 붙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끈질긴 그의 노력으로 피자가게 주인과 아들은 체포됐다.

낯선 땅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말이 안 통해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한 교포들을 그는 숱하게 도왔다. “왜 자신을 버린 조국을 위해 봉사하나요?” 이 질문에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처음엔, 어렸을 땐 그런 생각했어요. 지금은 이해해요. 외할머니와 외삼촌도 한국에 있고. 아내도 한국인이에요. 한국은 제 고향입니다.”

장 리샤드(Jand Richard·32)씨. 네 살 때 프랑스로 입양됐다. 1996년부터 10년 동안 프랑스 경찰청 국경관리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외국인 불법체류자 강제송환을 담당하고 있다. 한인출신으로 프랑스 경찰에 근무하는 드문 케이스다. 그의 한국사랑은 유별나다. 대한민국해병대 티셔츠를 입고 다닐 정도다. 17세 때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벌써 5번째다.

“서래마을 사건 초기, 프랑스 경찰청에서 ‘영아살해범이 쿠르조씨 부부가 아닌 것 같다’며 한국 경찰에 대해 의심쩍은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결국 한국 경찰이 맞는 걸로 드러나자 다들 놀라며 거의 존경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답니다.”

카타리나 숙희(여·25)씨는 독일 메트만 경찰서에서 순찰근무를 담당하는 여경이다. 이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관 500여 명 중 유일한 한국계 경찰관이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때문인지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 “제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고 싶었는데,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생부, 생모에 대한 기억이 없어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모님도 찾고 싶어요.”

이들은 24~25일 판문점과 독립기념관, 경찰특공대 등을 견학한 후 26일 경찰청장과의 만남을 통해 ‘명예경찰’로 위촉될 예정이다.

박란희기자 r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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