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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고객과 나와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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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6-02-01 00:00

명랑세탁소,'Pleasant Cleaners' 운영하는 권전씨

[2막 인생 창업과 취업] 

이민은 곧 새로운 2막 인생의 시작이다. 월급쟁이로 청춘을 바치고서 무슨 ‘사업’을 나이 들어 시작하겠느냐고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다. 사업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그렇다고 자격요건이 따로 필요한 것도 아니다.

 1995년 12월 독립이민으로 캐나다 땅을 밟은 권전(權銓, 사진 58)씨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엔지니어 출신이다. 소규모 자영업의 천국이라는 이곳에 이민 온지 6개월만인 96년 5월부터 명랑세탁소, ‘Pleasant Cleaners’ 를 인수운영하고 있다.

사진/ 명랑세탁소 ‘Pleasant Cleaners’ 운영하는 권전, 권복희씨 부부는 올곧게 열심히 사는 우리 이웃이다. 뒤에 보이는 그림들은 에밀리카에 다니고 있는 딸의 작품. 사소한 곳에서도 찾는 이들은 즐거움을 얻는다.

 밴쿠버 다운타운 랍슨 거리에서 올해로 10년째. 10년 단골이 수두룩하고 내 손님 만드는 데도 이골이 났을 정도다. 가게이름도 주인을 닮은 때문일까? 명랑하고 상냥함(Pleasant)은 이 세탁소의 숨은 경쟁력이다. 인터뷰 중간, 한 백인 할아버지가 세탁물을 들고 들어오자 쏜살같이 뛰어나가며 한 손에 받아 든다. 세탁소 운영에 대한 그만의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다운타운 랍슨街서 10년째…“욕심 버리면 일거리 널렸다”

 “앞으로 10년은 더 가게를 운영할 것”이라는 그가 세탁소의 문을 여는 시간은 새벽운동이 끝난 오전 7시 30분. 한국서는 세탁소 문턱에도 가본적이 없다는 그지만 “캐나다에서 사업 시작이후 돈 벌기 어렵다는 것은 모르고 살았다”며 웃었다. 오히려 “욕심을 버리면 일거리는 곳곳에 널려있어 나 같은 사람들은 심심해서 못 논다”고 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부딪혀 보면 “돈이 굴러다닌다는 말이 실감날 것”이라고도 했다.

 물론 사업초기에는 시행착오가 겹치면서 정신없이 바빴다. 이틀에 걸쳐 전주인으로부터 전해들은 몇 가지 유의사항이 세탁에 관한 지식의 전부였다. 하지만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조선소에서 기계는 많이 다뤘고 잘하진 못하지만 고객과의 영어의사소통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자녀들이 커가면서 일 손을 도왔고 살림밖에 모르던 아내 권복희씨도 수선(修繕) 일을 맡아 거들기 시작했다.

 우선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고객만족을 택했다. “경영도 우리 몸처럼 신진대사가 잘되어야 한다”는 그는 가격 덤핑이 심한 경우 다른 고객들에게 돌아갈지 모를 ‘불편함’ 때문에 아예 일감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권씨의 고집스러운 ‘성실함’은 “경쟁은 고객과 나와의 경쟁”이라는 자신감으로 변했다. 현재 세탁소의 한달 매출은 1만3000달러, 순수익은 6000~7000달러 수준이다.

 “세탁업도 정보가 생명”

 고객의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은 자연히 남다른 서비스 정신으로 이어졌다. 세탁소 내부 공간을 활용해 에밀리카에 다니고 있는 딸이 그린 그림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사소한 곳에서도 찾는 이들은 즐거움을 얻는다.

 세탁업도 정보가 생명이라면서 두툼한 명함철을 꺼내 보인다. 캐나다이민 초기 크게 도움을 받았던 구진오씨를 비롯한 소중한 만남을 유익한 정보교환과 인간관계로 확장한 결과다. 우연처럼 찾아온 인연들을 하나같이 소중히 여기고 어울렁 더울렁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묘미도 음미한다. 공자왈 맹자왈하며 옛 성현의 말씀을 가까이 하면서...

 밴쿠버 한인사회의 ‘3대 기간산업(基幹産業)’ 중 하나라는 세탁업이 새로 오는 한인 이민자들 사이에는 3D업종이나 사양산업의 하나로 여겨지는 분위기라고 물었다. 세탁물을 건조기에 옮겨 담으며 그가 말했다. “그런 분은 생명공학 같은 첨단산업을 시작하면 됩니다”.

 많이 벌지는 못해도 40~50대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면 세탁업은 여전히 도전해 볼만한 사업이라고 했다. 또, “세탁업을 하겠다고 때 빼는 일을 한국서부터 배워오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것은 아주 기초적인 것이며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기계 모르고 영어 안 된다고 사업이 불가능하지 않으며 결국에는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뜻이었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취재후기]

BC한인협동조합실업인협회에 소속된 세탁소(Dry Cleaning)는 현재 60여곳이 넘는다. 빨래방(Coin laundry)까지 합하면 한인들이 운영하는 세탁소는 100여곳. 오랫동안 BC한인협동조합실업인협회 세탁분과 회장을 지낸 권전씨는 “한인사회가 서로 돕고 봉사하는 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또, “열심히 살면서 사회에도 기여하면 저절로 주류사회에 편입되는 것”이라면서 언론이 나서서 “한인들을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하기 캠페인부터 펼쳐줄 것”을 요청했다. 전북 임실이 고향인 그는 한양공고와 인하대 조선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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