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모기지’라 불릴 정도로 고액의 보육료 부담에, 인가 시설은 물론 비인가 시설 입학도 ‘하늘의 별 따기’로 어려운 등 BC주 부모들이 겪고 있는 보육난 해결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신민당 정부가 지난 2017년 총선 때 내세운 ‘하루 10달러 보육료’ 공약은 현재 단지 53곳에서만 시범 실시되고 있을 뿐, 예산 부족으로 주 전역 확대는 빨라도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최악의 보육난으로 인해 젊은 부부들이 외곽 지역은 물론 심지어 타주로 이사하도록 내몰리는 등 ‘인재 유출’ 상황까지 초래되고 있다. 

밴쿠버시에서 월 중간수준의 유아 보육료는 1407달러에 달한다. 가장 저렴한 몬트리올의 175달러에 비해 무려 8배나 더 드는 셈이다. 현재 메트로 밴쿠버에서 월 보육료는 모기지 대출금이나 임대료에 육박하는 등 ‘제2의 모기지’라 부를 정도로 고액이다. 

고액 보육료 문제만이 아니다.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는 보육시설의 절대 부족이다. 실제로 내일 당장 ‘하루 10달러 보육’ 프로그램을 지원할 충분한 자금을 제공한다 할지라도 올 초 기준으로 인가받은 보육시설이 밴쿠버 시에서만 16274곳(space), 주 전체적으로는 12만 곳이나 부족하다. 

현재 BC주에는 여러 상이한 형태의 보육시설들이 있다. 그러나 품질, 건강 및 안전 기준을 갖춘 인가받은 보육시설에는 전체 아동의 18%만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들 보육시설은 풀-파트타임 그룹 케어, 인가받은 가족 보육 및 취학전 학교 등이 포함된다. 나머지 82% 아동은 규제를 받지 않은 비인가 보육시설에 다니고 있다. 

밴쿠버시를 예로 들면 3-4세 아동을 위한 보육시설 부족은 현재 22개 커뮤니티 중 17곳에서 겪고 있으며, 2세 이하 유아용 보육시설은 모든 커뮤니티에서 부족한 실정이다. 

메트로 밴쿠버 지역에서 인가받은 보육시설 부족은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지난 1990년대에도 비슷했다. 문제는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는 점이다.

보육시설 부족 문제는 당사자들이 겪기 전까지 실감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즉 육아 휴가가 끝나고 직장으로 복귀할 때까지는 맞닥뜨리지 않는 ‘보이지 않는 위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이유는 주로 여성이 육아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육아 정책의 실패는 메트로 밴쿠버 지역의 20-40대의 숙련되고 의욕 넘치는 직장인들을 타지역으로 내모는 점점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밖에 없다. 

신민당 집권 이후 육아 문제는 조금씩 개선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 정부는 향후 3년간에 걸쳐 13억 달러를 쏟아 붓는 등 보편적 육아를 가장 큰 사회적 정책 변화의 하나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이전 자유당 정부지출의 두 배가 넘는 예산이다. 이 돈들은 인가받은 보육시설 수수료를 줄이고 연소득 11만1천 달러 이하인 가족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프로그램에 쓰인다. BC 주정부는 이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해 이래 2억 달러 이상을 절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다양한 보육지원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추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주정부가 이런 실정은 철저히 무시하면서 이를 시장에 떠넘겨버린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보편적 보육은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새롭거나 급진적인 것이 아니다. 

BC주 신민당 정부의 지난 2016년 총선 공약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하루 10달러 보육’이었다. 이 공약은 현재 주 전역에서 53곳의 인가받은 보육시설에서만 시범 시행되고 있다. 

‘하루 10달러’ 프로그램은 월 200달러의 보육비만 들기 때문에 1200 여 달러를 줄일 수 있다. 3자녀를 둔 가족의 경우 연간 35000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하루 10달러 보육’이 BC주 전역에서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10년 정도의 시간이 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육시설 부족만이 문제가 아니다. 고품질 조기교육이 주는 혜택도 고려해야 한다. 

2012년 TD 에코노믹스가 발표한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고품질 조기 교육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혜택을 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부모와 국가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몇 몇 연구들은 조기교육의 혜택이 비용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1990년대 이래 퀘벡주는 하루 5달러에서 시작했고 지금은 차등제에 기반을 둔 보조금을 주는 보편적 육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 시행으로 7만 여명의 여성들이 구직 전선에 나서면서 퀘벡주 경제에 50억 달러의 부를 추가로 창출했다. 

존 호건 BC주 수상은 일부 보육시설만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하루 10달러 보육료’의 부당함에 대한 지적에 “보편적 저비용 보육은 경제 프로그램이지 사회 프로그램이 아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퀘벡주 사례에서 보듯이 저렴한 보육료는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대폭 늘리면서 경제적 부도 증가시키는 ‘선순환’ 작용을 한다고 지적한다. 

호건 수상은 “조기 교육은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다. 주거와 보육은 젊은 가족들에게 있어서 두 가지 생활의 기초다. 만약 커뮤니티가 공동화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이들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결국 보육문제는 더 많은 시설을 짓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육시설 확충을 위해서는 정부가 보육시설을 확충하도록 비영리 기관들에게 보조금을 늘린다 할지라도 실제로 필요한 것은 공립학교 체계와 유사한 주정부에 의해 계획되고 지원된 공적 보육시스템의 확립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주들이나 개인 비영리 단체들의 활동에 의존해서는 12만 스페이스(space)의 새로운 보육 공간을 결코 확충할 수 없다는 의미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