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주부의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조사를 받던 대학교수가 범행 일부를 자백했다. 이혼소송 중인 부인 박모(50.여)씨를 살해한 뒤 낙동강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자백한 대학교수 강모(52)씨가 24일 오후 부산지법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북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시스명문대를 나와 각종 명성을 쌓고 어엿한 이 시대의 지식인 대열에 들어선 대학교수가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성공한 인생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재혼 1년 만에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 박모(50)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24일 구속된 강모(53) 교수의 이력은 화려했다.

강씨는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명문대를 나왔고 이후 계산통계학 석사를 딴 뒤 지난 1985년 경남 모 대학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됐다.

강 교수는 지난 1990년엔 미국의 한 주립대학 객원교수로 강의에 나섰고, 귀국한 뒤 26년간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보직교수를 거쳤다.

그는 1995년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딴 뒤 전공을 살려 2005년엔 한국컴퓨터범죄연구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7년엔 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사업 단장을 맡아 IT 분야 우수인재를 배출하는데 앞장서왔다.

강 교수는 컴퓨터 네트워크, 데이터 통신 등의 분야와 관련된 각종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는 등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쳤다.

대학에서도 능력과 인품 면에서 인정을 받아온 그는 남부러울 정도의 명성을 얻으며 명실공히 우리나라의 지식인 대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런 학자생활과 엘리트 면모와 달리 결혼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치면서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강씨는 7년여 전부터 알고 지낸 박씨에게 이혼사실을 숨긴 채 지난해 3월 박씨와 결혼했고, 이후 성격 차이와 금전 문제로 결혼 초기부터 가정이 삐걱 되기 시작했다.

갈등이 계속되자 급기야 박씨는 결혼하면서 강씨에게 준 결혼지참금 명목의 돈 4억여원을 돌려달라며 결혼 6개월 만인 지난해 9월 법원에 협의이혼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재판이 예정된 날에 부부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소송은 ’없던 일’로 일단락 됐으나 올해 1월엔 오히려 강씨가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협의이혼소송을 냈다.

지난해 11월부턴 강씨가 함께 살고 있던 아파트를 떠나 별거에 들어간 상태였다.

박씨의 친정식구들은 지난달 2일 박씨가 남편을 만나 이혼소송은 하지 말도록 권유하려던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박씨는 남편에게 이혼소송 철회를 설득하려고 만난 날 변고를 당한 셈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강씨는 태연하게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등 지식인 피의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자신의 컴퓨터를 포맷하거나 범행 후 휴대전화를 바꿔버리는 등 가진 지식을 활용해 증거를 인멸하는데 이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