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게양 논란을 빚었던 랭리 월넛 그로브 학교가 한인들의 뜻을 받아들여 전시 불가에 동의하고 욱일기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교육청 등 행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시 욱일기를 게양해야 한다는 반대 청원도 올라와 있어 당분간 사태를 주시해야 할 전망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지난달 23일 열린 학교측 회의에 참석했던 한 학부모는 “많은 청원인과 학생들의 뜻을 반영해 학교측이 욱일기를 내렸으나 완전한 조치라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제 어린 학생들이 해야 할 일은 끝났고 한인사회와 어른들이 나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 학생들의 가졌던 짐을 덜어줘야 할 때”라고 밝혔다.

23일 오전 교장을 비롯해 일부 교사와 랭리 교육청 관계자, 학생 등 양측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거친 해당 학교측은 결론적으로 한인사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욱일기 전시를 제거하는데 합의했으며 현재 이에 따른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이로써 지난달 18일 북미 최대 청원사이트 '체인지’에 올린 월넛 그로브 중고교 9학년 문병준군의 '욱일기 제거'청원 글을 시작으로 한국 언론에 이르기까지 일파만파 번진 욱일기 게양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회의에 참석했던 타 교육청 소속 한인교사는 “욱일기 전시를 통한 한인 학생들의 정서적 피해와 감정적 영향에 대해 유대인 학생이 나치전범기를 봤을 때의 상황과 동일한 인권적인 이슈라고 문제를 제기했다”며 “모든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보호받으며 공부할 권리 보장을 호소하며 토론을 마쳤고 학생들의 논리적 발표와 이성적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교사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고 볼 수 있지만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라며 “학생들이 정서적 안정을 되찾아 학업에 정진하도록 학교와 한인사회 모두 돕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밴쿠버에 이어 토론토 고교에서도 욱일기 벽화가 유지되고 있는 것을 한인 학생이 항의하는 등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에 한인들의 뜻이 모아지고 있다.

토론토 한인언론에 따르면 이토비코 예술고교에서 일본의 전쟁야욕을 상징하는 욱일기 벽화가 수년째 유지된 것과 관련 9학년 한인 학생 강민서(여, 14세)양이 항의를 했으며 지난 3일 학교에서 이와 관련된 발표를 진행했다.

강양은 욱일기 관련 자료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토론토 총영사관 등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아 발표를 준비하게 됐으며 학교측은 학생들의 항의 접수 후 교육청에 이를 보고했으며 현재 해결책을 논의 중에 있다.

김혜경 기자 khk@vanchosun.com    

 

<▲토론토 이토비코 예술고교에 유지되고 있어 한인 학생들의 항의를 받은 욱일기 벽화 사진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