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진실된 사과를 원합니다"

랭리 소재의 한 중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욱일기 게양 논란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랭리 지역 주민과 한인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8일 북미 최대 청원사이트인 '체인지’에는 월넛 그로브 중고등학교 재학생 문병준(9학년) 군이 올린 '교육환경에서 욱일기를 제거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해당 학교 역사 교사가 교실에 걸어놓은 욱일승천기의 하기(下旗)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호소문이었다. 

이날 문 군이 올린 호소문은 게시 몇 일 만에 청원인 수 9723명의 지지를 끌어내며 전국 학부모들의 뜨거운 공분을 샀다. 

학교 측은 사건이 불거지자 학부모들에게 “논란을 일으켜 유감”이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표명했지만 욱일기 게양 논란에 대한 사과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어 한인들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학교 측의 입장 표명문을 접한 학부모들은 이틀 후인 화요일 같은 청원 사이트에 '교실에 욱일기 부착을 사과하라'는 제목의 청원을 다시 게재했다.

한 한인 변호사도 BC주 인권위원회에 랭리 교육청을 상대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고소장을 접수했으며,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와 중국 커뮤니티도 청원 운동에 가세하며 학교 측의 정식 사과 요구에 나섰다. 

한국 언론과 네티즌들 또한 “전범기를 역사 교육의 도구로 쓰는 것과 게양은 다른 문제다”, “해당 교사의 역사의식이 부족했다”라는 댓글로 즉각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러나 해당 학교 측은 욱일기 게양은 교육적인 목적에 있어 꼭 필요한 수단이었으며, 추후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부모 측은 이에 대해 "우리는 학교의 교육적 자율성을 탄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이는 그저 그릇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입장을 강경히 하고 있다.

현재 욱일기의 역사 교육을 두고 입장차를 나타내고 있는 양 측은 오는 23일(금) 오전 9시 월넛 그로브 학교에서 한국 학부모 회의를 통해 추후의 조치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욱일기 게양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내려질 것인지가 한인사회에 큰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다. 

최희수 기자 chs@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