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UBC가 대부분의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한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이제 학생들은 2020-21학년도의 마지막 온라인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가운데, 온라인 시험 감독 방법에 대한 학생들의 항의 또한 1년째 지속되고 있다.

 

팬데믹 초기부터 많은 수업에서 사용된 ‘프록토리오(Proctorio)’라는 온라인 부정행위 방지 프로그램은 사생활 침해와 부당한 처벌에 관한 문제로 학생들 사이에서 이슈로 거론되어 왔다.

 

게다가 피부색이 어둡거나 머리 덮개를 착용한 사람들은 인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인종 및 종교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경제적 혹은 사적인 이유로 소음과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는 공공장소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은 불공평한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 역시 존재했다.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던 지난 6월, 마이크 올슨(Olsen) 프록토리오 CEO는 한 학생의 프록토리오 채팅 내용을 온라인상에 유출한 데 이어, UBC의 학습 기술 전문가 이안 링크레터(Linkletter)가 본인의 트위터에 이에 대한 비판글을 올렸다가, 그가 프로그램의 기밀 정보를 퍼트렸다는 이유로 회사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에 많은 UBC 학생들은, 학교 측의 프록토리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바라며 청원을 진행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고, UBC 학생회(Alma Mater Society, AMS) 역시 이 논란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를 인지한 많은 교수는 시험 중 프록토리오 사용을 중단하며 학생들 목소리에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UBC 측은 1학기가 종료될 때까지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한 1학년 수업에서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의 부정행위로 징계를 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미 언론의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이번 스캔들은 담당 교수가 시험 문제의 답을 고의로 외부 웹사이트에 게시해 학생들에게 미끼를 던졌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학생들이 외부 웹사이트를 이용해 답을 얻었다는 점은 사실로 밝혀지면서 부정행위 방지 프로그램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확인됐다.

 

그리고 올 2월, UBC는 프록토리오와의 계약을 1년 더 연장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확산됐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여론을 인식한다고 인정하면서도, 프록토리오를 대체할 온라인 시험 감독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이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1년 가까이 지속되던 이번 논란은 결국 지난 17일, UBC 평의회(Senate)에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UBC 교육 및 학습 위원회(Teaching and Learning Committee)의 조앤 폭스(Fox) 의장은 학생들이 토로해왔던 프록토리오의 문제점 중에 ‘차별’에 관점을 두며, 공인된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온라인 부정행위 방지 프로그램을 즉시 제한하는 발의를 지지했다.

 

또한, AMA의 학술 및 대학 문제부 에샤나 반구(Bhangu) 부의장은 “UBC가 학생들이 토로한 불만을 인지하고서도 아무런 개선이 없다면 인종차별을 묵인한다는 뜻”이라며 이 발의를 지지했다. 그리고, 온라인 부정행위 방지 프로그램 사용 금지 발의에 대한 투표는 찬성55, 반대6으로 평의회로부터 승인됐다.

 

많은 학생과 교수진은 이 결과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구 부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결과는 학생들의 승리”라며 “드디어 인종차별적이고 비윤리적인 시험 감독 소프트웨어의 사용이 제한됐다”고 반가움을 전했다.

 

한편, 이번 소식에 약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진정범 학생은 “프록토리오에 대한 불만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이미 적응을 해서 바뀐 것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대체된 프로그램을 사용해 시험을 보면 컴퓨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학기도 거의 끝났으니 그냥 프록토리오를 끝까지 사용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반응도 많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번 일을 통해서 학생들이 생각하는 사생활 침해와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학생들은 시험을 치를 때 더 책임감이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1년 가까이 지속되던 프록토리오에 대한 학생들의 항의는 많은 학생의 바람대로 마무리됐다. 이로 인해 애초에 학부의 결정으로 프록토리오를 사용하지 않았던 학생들은 평소대로 온라인 기말고사를 치를 수 있겠지만, 그 외의 교수진은 빠른 대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과로 학생들은 비윤리적인 시험 감독에 대한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덜어낼 수 있겠지만, 덜 엄격해진 시험 환경에도 부정행위를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숙제도 주어졌다.

 

 

UBC K.I.S.S. 하늬바람 10.5기 학생 기자단

김은채 인턴기자 kimlinae@gmail.com

 

사진출처=Getty Images 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