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C가 다가오는 2021년 가을학기부터 대면 수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산타 오노(Ono) UBC 총장이 학생들에게 전달한 공지에 따르면 “보건당국의 조언에 따라 UBC는 오는 9월 학기에 대면 수업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면서 “대면 수업 여부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지만, 가을부터는 캠퍼스 내에서 여러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UBC의 이번 대면 수업 계획 발표에 대해 학생들은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4학년에 재학 중인 노지윤 학생은 “대면 수업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반갑기는 하지만, 학교의 계획이 너무 막연해서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유한별 학생은 “그때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 발표는 너무 갑작스럽다"고 토로했다.

 

지난 1년 동안 답답한 온라인 수업을 해오면서, 누구보다 학교의 대면 수업 재개를 바라고 있었을 학생들이 이렇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타 오노 UBC 총장은 오는 9월부터 대면 수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출처=ubc.ca)


9월 안에 모든 학생이 접종을 받을 수 있을까?

 

일부 학생은 UBC 백신 접종 계획의 현실성을 문제 삼고 있다. BC 보건당국은 올여름 중반까지 모든 BC 주민에 대한 접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 계획이 의도치 않게 지연될 수도 있다.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겨 아직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있는 상황에서 대면 수업을 시작한다면, 캠퍼스를 시작으로 대유행이 다시 한번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면 비대면 수업도 병행하는 것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BC 주민들은 백신이 확보됐더라도, 수업을 위해 캐나다에 입국해야 하는 국제 학생들의 경우에는 국가별로 다른 접종 상황으로 인해 학생들의 입국 및 학교생활에 혼선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최근 강화된 검역법으로 인해 캐나다에 입국하는 모든 내외국민은 자가격리 비용으로 약 2000달러를 지출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면 수업을 강행한다면 해외에 있는 국제학생 입장에서는 캐나다 입국 후 거액의 자가격리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기숙사 시스템에도 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으로 인해 다인실 기숙사가 기피되면서 기숙사 방이 모자랄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학교 인근에서는 집을 찾으려 하는 국제학생을 중심으로 ‘렌트 대란’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UBC의 방역 프로토콜, 과연 체계적인가?

 

학생들의 행동과 학교의 방역 프로토콜 또한 문제다. 이미 UBC에서는 당국의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대규모 파티 및 모임을 갖다 적발된 사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9월 학기 대면 수업이 진행된다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해 캠퍼스 생활을 만끽하고 싶어 하는 1학년과 팬데믹으로 인해 1학년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2학년을 중심으로 수칙을 위반하고 돌출행동을 하는 학생이 많을 수 있다.

 

또한, 소규모 학생만 기숙사에 거주하는 지금도 학교가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학생을 제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데, 기숙사 거주 학생들이 훨씬 많아질 9월에는 학교가 어떤 식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대면 수업을 반기는 여론도 많다. 지난해 봄 학기 진행 중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수업을 갑자기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했던 교수진들은 온라인 수업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대면 강의를 선호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대면 수업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학생들 역시 의견이 같으며,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대면 강의를 듣던 때와 같은 학비를 내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의견 또한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혼란 방지 위해선 학교의 후속 대응책 필요

 

 

특히 팬데믹으로 인해 1학년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2학년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반기고 있다. 현재 1학년에 재학 중인 최지아 학생은 학교의 공지를 받은 후 “지난 1년 동안의 대학 생활이 고등학생 때와 다를 바가 없어서 허탈했었는데, 드디어 제대로 된 캠퍼스 생활을 즐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설렌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최지아 학생은 “한편으로 1학년에게 필수적으로 배정되는 기숙사 시스템으로 인해 2학년이 되는 9월 학기에는 집을 따로 구해야 하고,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걱정된다”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학교의 대면 수업 계획에 대한 공지가 발표된 이후, 학생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번 발표의 치명적인 문제는 만약 백신 공급이 학교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학교 개방 후 다시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경우 대응책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국제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다. 이미 작년 3월 국경이 폐쇄됐을 때 캐나다 생활을 갑작스럽게 정리하고 귀국해야 했던 국제 학생들 입장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확산 됐을 때 학교의 대응책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학교의 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직 BC에서는 수백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모호한 공지를 내렸고, 이는 팬데믹에 지친 학생들에게 많은 고민과 혼란을 가져다줬다. UBC는 하루빨리 대면 수업 계획에 대한 후속 공지를 발표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앞으로의 방향을 확실히 알려주고 안심시켜줘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UBC K.I.S.S. 10.5기 하늬바람 학생기자단

이하경 인턴기자 alohomoraha@gmail.com

사진출처=UBC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