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C의 교육학부에 재직 중이던 에이미 울프(Wolf) 겸임교수의 행보가 최근 학계 및 UBC 온라인 게시판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울프 교수는 UBC에서 자신의 원주민 교육학(Indigenous Education) 강의를 수강하던 학생들과 마찰을 빚게 된 것을 계기로 누리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마찰은 그의 강의를 들었던 12명의 학생이 울프 교수의 교육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다른 교수가 담당하는 수업으로 옮긴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인종차별 겪는 원주민 교수의 외로운 싸움?

 

울프 교수는 수업을 옮긴 12명의 학생이 수업 도중 ‘편협하고 백인 우월주의적인 사상’을 내비쳤다 주장하며, 이 학생들에 대한 부정적 평을 중간 평가 보고서에 남겼다고 밝혔다.

 

그리고 교내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그는 “해당 학생들이 비협조적이고 적대적으로 수업에 임했으며, 이와 같은 태도는 여성 혐오와 원주민을 향한 인종차별주의 등의 편견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이후 울프 교수는 교육학부로부터 학생들에 대한 평가 보고서 기록을 삭제했다고 듣게 됐고, 본인이 갖고 있는 기록 역시 삭제할 것을 권고 받게 됐다.

 

울프 교수는 학교의 이와 같은 대처는 부정적 평가를 받은 학생의 학부모가 총장실에 “중간 보고서에 기록된 사항이 자녀의 장래 취업에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라는 내용의 편지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학교 측은 해당 편지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논란에 대해 UBC 홍보실 측은 “중간 보고서는 학기 도중 수업을 옮긴 경우에는 삭제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UBC 총장실은 해당 작업에 관여하지 않았고, 모든 작업은 교원교육청(Teacher Education Office)이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프 교수는 학교 측의 중간 보고서 삭제 권고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동시에, 교내 언론매체를 통해 “대학의 처사로 인해 원주민 학자로서 지워지고 검열된 기분이 든다”며 UBC가 지향하는 탈식민주의 교육 방침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더불어 그는 UBC의 산타 오노(Ono) 총장이 지난해 원주민 인권 향상을 위해 발표한 UBC 원주민 전략 계획(Indigenous Strategic Plan)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의견을 표하며, 기득권층의 특권을 유지하면서 평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울프 교수의 협박 이메일을 공개한 르루 교수의 트윗

 

울프 교수에 대한 잇따른 논란

 

그러나 울프 교수의 다음 행보를 통해 여론은 조금씩 돌아서기 시작했다. 지난달 초, 그는 갈등을 빚었던 학생들을 “더러운 12명”이라 칭하며, “우리의 원주민 아이들이 식민주의 기관에서 안전하기를”이라는 내용과 함께 해당 학생들의 실명을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했다.

 

학교 측은 울프 교수의 고의적인 학생 신상 유출이 ‘정보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법’(FIPPA)을 침해하는 행동이라고 경고했지만, 이에 대해 그는 “UBC가 협박을 하고 있고, 피해자는 학생들이 아닌 본인”이라는 주장으로 일관했다. 추가로 울프 교수는 “원주민 아이들의 교육자가 될 자격이 없는 학생들이 교사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 논란은 지난 2월 중순, 울프 교수의 원주민 혈통 진위여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며 다시 불이 붙게 됐다. 처음 의문을 제시한 제보자는 “울프의 조상 중 원주민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일 수 있지만, 그가 원주민 문화와 교육의 권위자임을 주장하는 것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비중이다”라고 주장했고, 이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며 그에 대한 신뢰성은 더욱 하락했다.

그리고 이 주장에 공감을 표한 세인트 메리 대학교(St. Mary’s University)의 대릴 르루(Leroux) 교수에게 울프 교수가 다수의 욕설이 포함된 살해 협박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밝혀지자 많은 이들의 경악을 자아냈다. 이에 울프는 자신이 이메일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내용은 살해 협박이 아닌 법적 소송 예고였다고 해명했다.

 


UBC 캠퍼스의 토템폴 (출처=UBC)
 

울프 교수의 해임…논란은 지속

 

이번 논란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UBC의 미국-캐나다 사회학 제니퍼 버달(Berdahl) 교수는 “원주민 교수의 교육을 존중하지 못하는 학생이 차세대의 교육자가 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라고 언급하는 등, 많은 이들이 울프 교수에게 공감을 표하며 학계 내 인종 차별과 백인우월주의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울프 교수의 과격하고 비전문적인 언행이 이어지자 여러 학생은 그가 “교육자 자격을 상실했다” “정신적인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 등의 비난 및 동정이 포함된 의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지난 17일, 블라이 프랭크(Frank) UBC 교육학장이 울프 교수의 해임 소식을 전했지만, 울프 교에 대한 처우의 정당성에 관련된 논란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논란은 비단 울프 교수와 특정 학생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공식적으로 캐나다의 식민주의 역사를 성찰하고 학계 내 탈식민주의 운동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UBC의 입장으로선, “학교가 원주민 학자 검열 및 소거에 가담하고 백인우월주의를 강화한다”는 울프 교수의 비판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한편, UBC 소수 인권보호 학생 단체 ‘편협함에 반대하는 학생들(Students Against Bigotry)’은 “이번 논란을 통해 UBC가 단순히 정치적 올바름을 표방하기 위해 원주민 강사들을 채용하는 것보다는, 원주민 공동체들과 솔직하고 유의미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UBC K.I.S.S. 하늬바람 10.5기 학생 기자단

김은솔 인턴기자 eunsol.kim@alumni.ubc.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