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부모는 자녀와 함께 미래를 준비합니다.”

지난 18년간 교육정책을 담당하며 세 자녀를 키워온 강정자(44)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앞서 교육부 내에서 ▲인적자원개발 ▲연구개발 ▲국제협력 ▲초·중등교육 등 여러 분야를 두루 거쳤다. 특히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며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깊이 고민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인재상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 따라서 부모의 교육관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강 과장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들이 살아갈 미래 세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인재상을 정의하면서 자녀교육관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며 “미래를 공부하지 않고 옆집 부모를 따라 입시 준비에만 몰두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호모로쿠엔스와 호모컨버전스가 주목받는 시대

강 과장은 미래 인재상 중 하나로 ‘호모로쿠엔스(말하는 인간·Homo Loquens)’를 제시했다. 그는 “전 세계가 촘촘하게 이어진 초연결사회에서 말과 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반드시 말과 글을 통해 외적으로 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말하기와 글쓰기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생각 근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는 앞서 지난 2013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당시, 자녀가 다니는 공립학교의 교육방식에 주목했다. “캐나다 공교육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법을 다양한 방식으로 가르치더군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팀 프로젝트를 통한 발표수업이 진행되고, 중학교에 올라가면 생각하는 힘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질적 연구를 수행하죠. 우리나라에서도 토론형 수업, 서·논술형 평가 등을 활용해 아이들의 사고력과 문해력을 집중적으로 향상시킬 필요가 있어요.”

강 과장은 또 다른 미래 인재상으로 ‘호모컨버전스(융복합 인재·Homo Convergence)’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주변의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산물을 만들어내는 인재를 가리킨다. 그는 “예를 들어, 뛰어난 과학적 재능과 예술적 심미안을 동시에 지닌다면 앞으로 주목받는 인재가 될 수 있다”며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캐릭터 디자인 능력에 코딩 역량까지 갖춘 기술디렉터(TD·Technical Director)가 디자인만 가능한 전문가보다 최소 3배 이상 연봉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융복합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시도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들은 전통적인 강점 분야가 아닌 분야도 함께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과대학의 대명사 MIT는 역사, 철학, 문학 등 인문학 강의 수강을 의무화하고, 인문사회분야에 강한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는 이공계 부흥 전략으로 학생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죠. 우리나라도 과목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교사 간 팀티칭(Team teaching)을 강화하는 등 혁신적인 교육방식을 도입해야 할 시점입니다.”

◇일기쓰기부터 시작…자녀의 관심분야 존중해야

이처럼 다양한 국내외 교육현장을 경험한 강 과장은 새로운 자녀교육법에 도전해 특별한 부모로 거듭나기로 했다. 미래를 살아갈 자녀에게 필요한 역량의 기반을 다져주려는 의도에서다. 최근에는 미래 인재상을 반영한 자녀교육법을 다른 학부모들과 공유하기 위해 ‘부모혁명(미다스북스)’을 펴냈다.

강 과장은 우선 호모로쿠엔스의 기본 자질인 ‘글쓰기’를 강조했다. 그는 “자녀의 글쓰기 능력을 길러주고 싶다면 일기 쓰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20년 후 미래일기’ ‘묘비명 쓰기’처럼 진지한 생각이 필요한 것부터 ‘하루가 25시간이 된다면 하고 싶은 일’ ‘전기가 없는 세상’ ‘새롭게 만들고 싶은 물건’ 등 상상력이 필요한 것까지 다양한 일기를 써보게 하면 좋다”고 권했다.

“학교에서 배운 교과목을 집에서 공부할 때에도 색다른 방식으로 합니다. 저희 집 거실엔 화이트보드가 있어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큰딸은 칠판 앞에 저를 앉혀두고 종종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설명하죠. 예를 들어, 이번 학기에 배운 각종 뉴런을 칠판에 그려가며 20분간 설명합니다. 설명이 끝나고 나면 아이와 몇 가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아요.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 인지적으로 공부한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더욱 깊이 들어가 자신의 말로 체계화하는 호모로쿠엔스의 기반을 다질 수 있죠.”

호모컨버전스의 기본 자질로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가정신’과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는 ‘회복탄력성’을 꼽았다. 강 과장은 자녀가 이 같은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두 가지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 먼저, 아이의 관심분야를 존중해주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웹툰, 유튜브 등을 함께 보고, 더 나아가 아이들이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행사에 가족 단위로 참여하고 있다”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아이들의 문화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따뜻한 시선을 건네야 한다”고 부연했다.

무언가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것도 부모의 몫이다. 일례로, 부모는 자녀에게 입시가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알려줘야 한다. 입시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평상시에 자녀에게 정서적 지지를 보내는 일도 중요하다. 부모가 한결같이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할 때 자녀의 회복탄력성이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5학년인 세 자녀 모두 각각 매일 하루에 10분씩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다.

“무엇보다도 자녀와 함께 미래를 살아갈 부모도 꿈을 찾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꿈이 있는 부모는 ‘학부모’라는 정체성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꿈을 향해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은 자녀교육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