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나 다른 민족이 나서면 ‘투자’고 한국인들이 참여하면 ‘투기’가 되는 것입니까?”

최근 홍콩에서 발행되는 신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터’를 인용해 연합통신이 보도한 ‘한국인들 밴쿠버 부동산 싹쓸이’ 기사를 접했다는 한 교민의 말이다. 실제 원문과 비교했다는 K씨는 “객관적 근거자료 없이 일부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말에만 의존해 한국인들이 밴쿠버 부동산시장을 싹쓸이 하고 있다고 단정한 것은 무리였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했던 부동산 중개인은 “가뜩이나 한국에서의 자본이탈을 걱정하는 정부나 국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이러한 기사는 교민들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라는 것이 실제 내용과는 왜곡되어서 보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이후의 파장을 더 우려했다.

버나비에 거주하는 교민 P씨도 “최근 밴쿠버 한인사회를 소재로 하는 한국의 보도기사는 희한한 기사가 많다”면서 “지난해에는 밴쿠버 교민사회가 마치 불륜이나 일삼는 곳으로 비하 되더니 올해 들어서는 부동산 투기나 조장하는 비도덕적 집단으로 매도 당하고 있는 기분”이라며 보도태도를 비난했다. 그는 “사실 내용을 보면 (우리가) 정색하고 나서서 그게 아니라고 해명하거나 반박하고 말고 할만한 내용도 아니어서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민 후 1년 이상은 렌트(rent) 생활을 하면서 현지적응의 기회를 갖던 한인 이민자들이 최근 렌트를 거치지 않고 바로 주택구입에 나서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한인사회의 부동산 시장참여가 예년에 비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같은 추세는 어느 정도의 자금력을 동반한 여타 민족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마치 한국인들이 나서서 부동산 투기를 일삼고 거품을 조장한다는 의식은 편협된 시각이며 동기가 불순한 비판”이라고 일축했다.

심지어 한 교민은 “캐나다의 경제상황이나 이민사회에서의 내 집 소유가 갖는 의미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도덕적 잣대만을 쉽게 들이대기보다는 오히려 한인사회의 자본형성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동산 투자는 장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