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마리아인(Good Samaritan)이란 길거리에서 강도를 만나 죽게 된 유대인을 보고 그 시대에 존경 받는 위치에 있던 제사장과 레위인이 이를 보고도 피해 지나갔을 때 소수민족으로 천대 받던 사마리아인이 그를 치료해주고 끝까지 돌봐줬다는 성경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즉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봤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신이 줄 수 있는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통칭한다.





특히 기독교적 영향이 강한 캐나다와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선한 사마리아인 법(Good Samaritan Law)을 만들어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목격한 사람이 자신에게 특별한 부담이 생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에 나서지 않은 경우에는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다시 말하면 도덕적인 의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운전하기 좋은 화창한 날씨에 1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취재를 위해 다운타운으로 가면서 윌링던 교차로 인근에서 반대편 차선에 사고가 난 것이 보였다. 무슨 사고인지 궁금해 잠시 시선을 주다가 다시 앞을 보는 순간 갑자기 앞차가 속도를 줄여 순식간에 간격이 좁혀지고 있었다.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지는 것을 느끼며 급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이대로 정지하면 앞차를 추돌할 것 같아 본능적으로 차가 없는 카풀 차선으로 핸들을 꺾었다. 그때부터 차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좌우로 흔들리며 차선을 이리저리 오갔고 결국 노견 옆 도랑에 빠지면서 겨우 멈췄다.





천신만고 끝에 옆의 차와 추돌하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았으나 뒷바퀴가 노견에 걸린 차는 도랑에 빠져버려 나올 수 없게 됐다. 사고가 나자 반대편 차선에서 사고 정리를 하고 있던 경찰이 가장 먼저 달려와 “다쳤냐”고 물었다. 괜찮다고 하자 그는 견인트럭을 기다리라고 말하고 돌아갔으며, 뒤이어 소방대원 3명이 어쩌다 차를 도랑에 주차 시켰냐며 찾아왔다.





차가 부서진 곳이 없어 도랑에서 빼내기만 하면 될 상황이었는데 소방대원 3명의 힘으로는 차를 뺄 수가 없었다. 소방대원들과 후진 시도를 하다가 포기하려는 순간 앞쪽에서 젊은 백인 남성 2명이 뛰어왔다. 길을 가다가 차가 빠진 것을 보자 스스로 차를 세우고 돕기 위해 뛰어온 것이다. 그들은 차를 들어 빼는 일에 동참했고, 소방대원과 그들이 함께 힘을 모으자 차는 쉽게 도랑을 빠져 나왔다.





차를 빼내고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소방대원은 가도 된다고 말했고 나를 도와준 이들은 벌써 자기들의 차에 타고 있었다. 그리고 말로만 고맙다고 했지 특별한 감사를 표하지도 못했는데 그들은 홀연히 떠났다.





대형 사고를 모면하고 놀란 가슴을 추스리고 있던 나는 대가 없는 도움을 제공한 이들로부터 큰 교훈을 배웠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도와라.” 점점 각박해지고 남의 어려움을 모른척하는 일이 잦은 한인사회에서도 선한 사마리아인이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김정기 기자 eddie@vanchosun.com